[전웅빈 특파원의 여기는 워싱턴] 트럼프에 없는 것 나 있다… ‘승산 0’에도 포기 않는 헤일리

[전웅빈 특파원의 여기는 워싱턴] 트럼프에 없는 것 나 있다… ‘승산 0’에도 포기 않는 헤일리

입력 2024-02-28 04:02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 주자인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가 지난 24일(현지시간) 프라이머리(예비선거)가 실시된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키아와 아일랜드에서 투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경선 과정 트럼프 극언 선 넘어
측근·가족·지지자들도 공격받아
관계회복 힘들자 정치적 승부수

美 국제적 리더십에 확고한 의지
공화당 정통파 차세대 리더 부각
사법리스크 트럼프 유일한 대안
내달 5일 슈퍼 화요일이 승부처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 레이스는 이제 막 초반을 지났지만 승자(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는 분명하고,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가 뒤집을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깝다는 게 정치권 중론이다. 헤일리 전 대사는 지난 24일 자신의 고향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경선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20% 포인트 차이로 지면서 모멘텀을 얻을 기회조차 사라졌다. 그런데도 헤일리가 중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거듭 밝히자 그의 의중을 두고 갖은 추측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헤일리의 ‘반항’이 트럼프가 안고 있는 약점을 드러낸다고 분석했다.

① 적을 만드는 정치

공화당 컨설턴트인 라이언 기더스키는 25일 헤일리에 대해 “더 잃을 게 없는 여성”이라고 평가했다. 헤일리는 올해 초까지 트럼프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을 자제해 왔다. 이 때문에 트럼프는 헤일리를 경쟁자로 여기지 않았고, 오히려 잠재적인 부통령 후보로까지 진지하게 고려했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그러나 비벡 라마스와미, 론 디샌티스 등 다른 경쟁자가 경선에서 탈락하는 동안 헤일리가 부상하면서 트럼프의 비난이 본격화됐다.

트럼프가 ‘배신자’를 다루는 방식은 거칠었다.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가 끝난 뒤 헤일리 측 인사들에게 복수하겠다고 위협했고, 헤일리에게 기부한 사람은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트럼프 극렬 지지층)에서 배제하겠다고 협박했다. 트럼프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유세에서 “헤일리의 남편은 어디 있느냐. 무슨 일이 있느냐”고 조롱했고, 극우 활동가 로라 루머는 헤일리의 아들에 대한 인신공격까지 했다.

헤일리와 가까운 인사들은 트럼프와의 관계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가 돼서 중도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헤일리도 최근 인터뷰에서 기부자와 지지자들이 받은 공격이 자신의 결의를 더욱 굳건하게 했다고 밝혔다.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상황에서 정치 인생을 걸고 승부수를 띄웠다는 것이다.

② 공화당의 분열

경선을 이어가는 동안 헤일리의 전투력은 상승했다. 그는 트럼프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위협 발언을 비판했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주장했다. 트럼프가 극단적 발언으로 매일 사람들을 밀어내고 혼란을 몰고 다녀 본선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주장도 폈다. 트럼프로는 조 바이든 대통령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헤일리의 발언을 지켜본 NYT 기자는 “트럼프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해 왔던 걸 마침내 말할 수 있게 된 것이 즐거워 보였고, 자신의 메시지에 전국적인 관심이 집중된 것에 기뻐하는 듯했다”고 평가했다.

공화당 컨설턴트인 위트 아이레스는 “헤일리는 미국의 국제적 참여(세계주의)와 리더십에 대한 철학을 갖고 있다. 트럼프가 장악한 공화당 내에도 이를 지지하는 세력이 있다”며 “그녀는 대선후보가 되지 못하더라도 당내의 ‘레이건-부시’ 세력을 대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통파 공화당의 정신적 지주로 꼽히는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을 계승하는 인물이 됐다는 것이다. 헤일리를 후원하는 억만장자 에릭 레빈도 “헤일리는 레이건 계파를 대표하며 공화당은 우리 없이는 선거에서 승리할 수 없다”면서 “우리가 아직 여기 있다는 걸 기억하도록 헤일리가 계속 경쟁에 남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③ 확장성과 사법 리스크

‘트럼프의 마지막 경쟁자이자 공화당의 유일한 대안’이란 타이틀은 헤일리가 저항을 통해 얻게 된 가장 큰 수확물이다. 당내 반트럼프계 지지를 흡수한 헤일리는 대선 캐스팅보터인 무당파 중도층에 어필하며 전국적인 지명도를 갖게 됐다. AP통신의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 출구조사에서 헤일리를 지지한 유권자 상당수는 대선 때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USA투데이는 “헤일리가 트럼프에 맞서는 건 공화당의 미래와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는 트럼프에 대한 불안감을 해결할 인물로서 자리매김하려 한다는 것이다. NYT는 “어떤 극적인 사건(유죄 판결 등)으로 트럼프가 성공할 수 없는 가능성을 대비해 헤일리가 가능한 오래 레이스를 유지하는 게 공화당에 실질적인 가치가 있다고 보는 당원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헤일리는 트럼프와 바이든을 싸잡아 비판하며 자신을 차세대 리더로 홍보하고 있다.

④ 자금력 경쟁

경쟁을 이어갈 ‘실탄’ 확보는 트럼프와 헤일리 모두에게 숙제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를 염려하는 공화당 성향 기업가 상당수가 ‘네버 트럼프’(Never Trump·트럼프만은 안 된다)에 합류해 그간 헤일리에 돈을 대 왔다고 설명했다. 헤일리는 공화당 ‘큰손’ 찰스 코크의 후원도 받았다. 코크가 지원하는 슈퍼팩 ‘번영을 위한 미국인’(APF)은 최근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 패배 이후 후원 중단을 선언했지만 헤일리 지지는 유지했다. APF는 “트럼프가 후보가 된다면 국가에 돌이킬 수 있는 피해가 될 것”이라며 반대 뜻도 분명히 했다.

전문가들은 3월 5일 ‘슈퍼 화요일’을 마지막 승부처로 꼽고 있다. 이날 경선이 열리는 16개 주 중 11개 주가 무소속 유권자에게도 투표를 허용한다. 여기서 헤일리가 격차를 최대한 좁혀야 트럼프의 과반 대의원(1215명) 확보 일정을 늦출 수 있다. 전문가들은 1, 2월 경선 수준의 격차가 지속된다면 3월 12일이나 19일을 대관식 디데이로 정한 트럼프의 스케줄이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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