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위 관료 출신 사외이사들 존재 이유는 거수기인가

[사설] 고위 관료 출신 사외이사들 존재 이유는 거수기인가

입력 2024-02-28 04:05
연합뉴스

3월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전·현 정부 고위 관료 출신 인사들이 대기업 사외이사로 속속 영입되고 있다. 현 정부 출신 인사로는 HD현대 조선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의 주총에서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선임될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이 눈에 띈다. 박근혜정부 인사는 HD현대 사외이사로 낙점된 서승환 전 국토교통부 장관을 비롯해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삼성전자)과 윤상직 전 산업부 장관(삼성중공업)이 주총 선임을 기다린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LS일렉트릭), 이인실 전 통계청장(삼성SDS), 허태웅 전 농촌진흥청장(포스코인터내셔널) 등도 줄줄이 사외이사에 낙점됐다.

이들 기업은 관료 출신 인사들의 정책 전문성과 국내외 인맥 관리를 위해 영입했다고 설명한다. 김 전 실장처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 즉 트럼프 리스크에 대비하려는 차원에서 보면 그럴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대주주와 경영진의 전횡을 감시하고 소액주주를 보호한다는 사외이사 도입의 본래 취지와는 한참 다르다. 지난해 100대 기업 이사회에서 사외이사가 원안에 반대표를 던진 게 0.4%에 불과한 점만 봐도 우리나라 사외이사들과 경영진 관계는 밀착 수준이다. 지난해 8월 사외이사 7명이 포스코 회장 3연임을 위해 6억8000만원이 들어간 캐나다 호화 이사회에 참석한 건 사외이사 제도의 민낯을 드러냈다.

특히 고위 관료 출신의 선임은 노후를 보장해주는 대신 대주주·경영진 바람막이로 활용하기 위한 ‘낙하산 인사’에 다름 아니다. 이들에게 사외이사 자리는 이미 고급 사교 클럽에다 추후 정무직 자리를 기다리는 정거장으로 변질된 지 오래다. 금융위가 그제 발표한 기업 밸류업 지원대책에 이사회 개혁안을 빠트린 게 오비이락이기만을 바랄 뿐이다. 이사회 거수기 역할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임을 자각하고 추락한 사외이사 제도를 제위치로 돌려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