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말이 씨가 되니

[살며 사랑하며] 말이 씨가 되니

함혜주 이리히 스튜디오 대표

입력 2024-02-28 04:06

“딱 너 같은 딸, 하나만 더 있었으면 좋겠다.” 수년 전, 엄마로부터 딸로서 들을 수 있는 세상 제일의 찬사를 들었다. 대뜸 속마음을 고백하는 엄마의 말에 너무나 기쁜 나머지 나도 엄마 같은 엄마 또 있으면 좋겠다고 할 뻔했다. 하지만 그런 상황은 곤란하기에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요”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 순간 엄마의 다정한 말 한마디가 마음 깊은 곳에 씨앗처럼 심어졌다. 받은 사랑만큼 보답하지 못해서 언제나 미안함이 컸던 내 마음속에 뜻밖의 찬사는 지지 않는 꽃으로 활짝 피어났다. 마음에 먹구름이 끼는 모진 날에도 만개한 꽃에서는 항상 사랑의 향기가 풍겼고 감사는 꿀벌처럼, 안정은 나비처럼 마음속을 날아다녔다.

말이 씨가 된다는 속담을 말의 날카로운 면을 보여주는 관용구로 여겨왔지만 고운 말을 하면 고운 씨가 되어 사람들의 마음에 심어질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봄처럼 따뜻한 배웅의 말, 영롱하게 빛나는 밤하늘 별 같은 위로의 말, 삶을 지탱해주는 등불이 되는 말들이 살면서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삶의 온도를 얼마나 데워주는지 말이다. 엄마가 건네준 말이 나에게 와서 곱디고운 기쁨이 되었듯이, 누군가의 가슴속에 청보리밭이 되고 해바라기가 되고 앵두가 되는 작은 씨앗 같은 고운 말을 많이 전해주고 싶다.

각박한 세상에서도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희망의 빛을 가져다줄 수 있는 것은 진심을 담아 건네는 다정한 말 한마디다. 고운 말이 고운 씨가 되도록 사려 깊게 주의를 기울인다면 사람들의 마음을 포근히 감싸고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데 일조할 수 있지 않을까. 오늘 하루 내가 했던 말들, 누군가와 나눈 대화의 내용, 내 안의 생각과 뱉은 말이 모나지 않고 온화했는지를 매일 밤 잠들기 전에 되짚어 봐야겠다. 덕분에, 고맙다는 말부터 시작해보려 한다.

함혜주 이리히 스튜디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