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임종석 공천 배제한 민주당, ‘이재명 사당화’가 목표인가

[사설] 임종석 공천 배제한 민주당, ‘이재명 사당화’가 목표인가

입력 2024-02-28 04:01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가운데)이 7일 오후 서울 성동구청에서 열린 서울특별시새마을회 제18~19대 회장 이임식 및 제20대 회장 취임식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총선 공천을 둘러싼 더불어민주당 내 친명(친이재명)-비명(비이재명)계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불만이 터져나올 정도로 친명계 위주로 공천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급기야 민주당은 27일엔 비명계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을 서울 중·성동갑 지역구에서 공천 배제했다. 몇 주 전부터 ‘윤석열정부 탄생 책임론’을 내세워 임 전 실장을 공천 배제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왔는데, 예상된 시나리오대로 이뤄진 것이다. 당 안팎에선 임 전 실장 배제에는 차기 대선 때 이재명 대표의 잠재적 당내 경쟁자를 미리부터 잘라내야 한다는 친명계 의중이 반영된 것이란 시각이 많다. 그렇다면 공천이 아니라 그야말로 ‘이재명 사천(私薦)’인 셈이다.

임 전 실장 말고라도 이해하기 어려운 비명계 축출 시도는 수두룩하다. 과거 ‘유치원 3법’을 통과시켜 국민적 지지를 받은 비명계 박용진 의원이 현역 하위 10%로 분류된 게 대표적이다. 비명계 강병원 의원 지역구인 서울 은평을에도 친명계인 김우영 강원도당위원장이 지역까지 옮겨 경선을 치를 수 있게 특혜를 줬다. 비명계 윤영찬 의원 지역구에도 친명계 후보가 성희롱 논란으로 물러나자 또 다른 친명계 인사가 바통을 받아 윤 의원과 경선을 치르도록 했다. 반면 정청래 권칠승 김용민 김민석 강선우 의원 등 친명계는 일사천리로 공천이 확정됐다. 선거를 앞두고 똘똘 뭉쳐도 모자랄 판에 오죽하면 고민정 의원이 공천이 불공정하다면서 최고위원직을 사퇴하고, 탈당하겠다는 의원들이 속출하겠는가. 이날 의원총회에서도 이 대표를 향한 원성이 쏟아졌다고 한다. 하지만 고 의원 사퇴에 앞서 친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이 “고 의원이 당무를 거부하려면 그 전에 최고위원을 사퇴하는 게 낫다”고 발언한 것에서 볼 수 있듯 친명계가 얼마나 오만한 태도를 갖고 있는지 짐작케 한다.

민주당이 친명계 쏠림 공천을 바로잡지 않으면 유권자들의 심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지금같은 공천은 ‘정권 견제세력’이 아닌 ‘이재명 사당(私黨)’을 만들어 달라는 요구에 다름 아니다. 정당이 다양한 목소리를 허용하지 않고 한 사람만 떠받드는 조직이 된다면 민주적 정당이 되기 어렵다는 걸 이 대표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이 대표가 ‘이재명 팬카페’같은 당을 만들 심산이 아니라면 속히 공천 재심사나 최고위 재의결 등을 통해 잘못된 공천을 되돌려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칫 총선 패배만이 아니라 차기 대선주자로서의 위상도 크게 흔들릴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