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애터미 회장 박한길 (4) 온라인 쇼핑몰 창업… 시대 너무 앞선 탓에 실패로 끝나

[역경의 열매] 애터미 회장 박한길 (4) 온라인 쇼핑몰 창업… 시대 너무 앞선 탓에 실패로 끝나

대기업 계열사의 인터넷 쇼핑몰보다
훨씬 경쟁력 높고 과감한 제도 도입
자본력 뒷받침되지 않아 실패했지만
이때 경험으로 애터미 창업에 도움

입력 2024-02-29 03:04 수정 2024-03-05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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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길 애터미 회장이 1999년 창립한 아이엠코리아닷컴의 리플렛.

시대가 급변한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다. 시간은 상대적이다. 생각의 속도가 빠른 사람에게는 시대가 너무 늦게 변한다고 느낄 수 있다. 대부분 사람이 시대가 빨리 변한다고 느끼는 이유는 아마도 변화하는 부분을 앞다퉈 강조하는 각종 매스컴 때문일 것이다. 물론 시대보다 생각이 느린 사람들은 시대 변화 속도에 당황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어떻든 타이밍은 사업에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변화를 예측하고 선도해 돈을 버는, 소위 첨단 산업 분야가 엄존하기 때문이다. 첨단 산업은 거대한 자본력과 남보다 빠른 정보력이 있어야 한다. 때로는 10년이고 20년이고 수익이 생기지 않아도 지속해서 투자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 인터넷 쇼핑의 태동기인 1999년 내가 창업한 ‘아이엠코리아닷컴’(IM-Korea.com)은 시스템적으로나 제품 종류로 보나 당시 대기업 계열사의 인터넷 쇼핑몰보다 훨씬 경쟁력이 있었다. ‘인터넷 마케팅 코리아’를 꿈꾸며 각종 생필품이나 잡화 등의 공산품은 물론 쌀이나 생선, 고기 등의 농수축산물까지 챙기다 보니 판매할 상품의 가짓수만 10만여 종이 넘었다. 당시 가장 많은 상품을 취급하던 인터넷 쇼핑몰은 한솔CS클럽으로 취급 품목이 7만여 가지였으며, 롯데인터넷쇼핑몰은 2000여 종, 현대인터넷쇼핑몰은 5000여 종의 상품을 취급하고 있었다. 나는 관리비를 경쟁 기업의 10분의 1 수준으로 줄였고 네트워크마케팅의 수당체계를 원용한 획기적인 인센티브 제도도 도입했다. 당연히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러나 아이엠코리아닷컴은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원인은 간단했다. 당시 인터넷 쇼핑몰은 모두 적자였다. 단지 미래를 보고 모기업의 지속적인 수혈을 통해 버티고 있었다. 자본금 20억원이 전부였던 나로서는 버틸 수가 없었다. 투자받은 20억원으로 10만여 종의 상품을 취급하는 쇼핑몰을 개발한 것만으로도 대단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자본력과 정보력으로 승부할 수 없는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시간을 앞서가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분야에 주목해야 한다. 아이엠코리아닷컴은 시대를 선점하려고 했지만 자본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황에서 너무 앞서가는 바람에 망하고 말았다.

아이엠코리아닷컴의 경험은 내가 애터미를 창업할 때 반면교사가 됐다. 나는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을 것에 주목했다. 치약과 칫솔, 화장품, 세제, 건강식품 등 오랫동안 사용해왔고 앞으로도 계속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생필품들이다. 이러한 생필품을 더 좋게, 더 싸게 팔아보자는 뜻에서 ‘절대 품질 절대 가격’을 모토로 창업했다. 물론 일하는 방법은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는 인터넷 기반이다.

결과는 어떤가. 지난해 애터미는 전 세계에서 2조원 넘는 매출액을 올렸다. 한국을 포함해 27개 국가에서 영업하고 있으며 1500만여명의 로열티 높은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다. 시대를 앞서려면 자본력이 필요하다. 자본력이 없다면 시대를 앞서기보다는 시대가 흘러도 변하지 않는 시장에 주목해야 한다.

정리=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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