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시 창작 수업과 공동체 실험

[살며 사랑하며] 시 창작 수업과 공동체 실험

김선오 시인

입력 2024-03-04 04:02

시 창작 수업을 진행한 지 삼 년 정도가 되었다. 누군가는 시라는 것을 배울 수 있나요 하는 안일한 질문을 하기도 하지만 한국에서 시 창작 수업이란 더 이상 일방적인 가르침이 이루어지는 공간이 아닌 것 같다. 글을 쓰는 일은 흔히 혼자 하는 것이라고 여기기 쉽지만 시는 일기와 다르게 독자가 존재하는 장르의 글이고, 따라서 서로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는 동료의 존재는 필수적이다. 언어란 본질적으로 소통을 위한 것이기에 들어주는 사람이 있을 때 말이 잘 나오는 것처럼 읽어주는 사람이 있을 때 글이 잘 써지는 것도 당연한 인과일 것이다. 강사인 나는 함께 모여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적당한 방향을 제시하며 의견을 내는 한 명의 구성원에 불과하다.

최근에는 시 창작 수업에서 다양한 공동체 실험을 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는 동료 시인 두 명과 함께 진행하는 ‘낙서 수업’이다. 즉 선생이 세 명인 수업인 셈이다. 또 수강생들은 선택적으로 과제를 해올 수 있지만, 선생들에게는 필수다. 낙서 수업은 기본적으로 각자의 책에 낙서를 하고 서로의 낙서를 교환하여 읽어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번에는 다양한 방식으로 시를 써온 후 발표하는 시간을 가져보았는데, 마지막 수업에서는 세 명의 시인이 서로의 시를 성대모사 하는, 이른바 ‘시대 모사’가 과제였다. 수강생들은 세 명의 시인 중 누가 누구를 따라 한 것인지 유추했다. 이 과정에서 담론적으로 의미 있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도출되었다. 리듬이나 소재, 시어와 서사 등 시의 다양한 국면들을 살피며 시의 특징이라는 것이 어디에서 발생하는지 알아보았다. 강사의 입장이었지만 나로서도 많이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처럼 선생과 학생의 자리가 교환되고 교차하며 발생하는 새로운 지점들을 탐구하고 또 이를 통해 경계와 위계를 어디까지 무화할 수 있는지, 앞으로도 계속 살펴볼 예정이다.

김선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