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애터미 회장 박한길 (7) 창업이념 1번은 ‘생존’… 실패를 두려워하라

[역경의 열매] 애터미 회장 박한길 (7) 창업이념 1번은 ‘생존’… 실패를 두려워하라

기업이 망하면 관련된 모두 큰 피해
무차입 경영 ‘일일청산 시스템’ 도입
납품 대금은 즉시 현금 결제해 주고
임직원들의 월급은 매달 1일에 나가

입력 2024-03-05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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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터미의 창업 이념 1번은 생존이다. 오늘 망해도 내일 돈 받으러 오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는 일일청산 시스템을 도입했다. 사진은 2012년 박한길 회장이 창업 이념을 강의하는 모습.

사람들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하라’고 말한다. 그런데 나는 이런 말을 들으면 화가 난다. 실패한 후 재기가 얼마나 힘든지 모르는 사람들의 말이기 때문이다. 철저하게 준비해 절대로 망하지 않게 시작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젊은 날 조급하게 시작하지 않고 전문성을 갖춘 후 시작해도 된다. 내가 애터미를 시작할 때는 50이 넘어서였다.

기업이 퇴출할 때는 타이밍과 정리가 중요하다. 나는 처음 망해봐서 기업을 어떻게 정리해야 하는지 몰랐다. 기업을 살려보려고 사채까지 동원해 버티다가 그냥 쓰나미에 떠내려가듯 정신없이 망했다. 망한 후에 사채는 더없는 고통이었다. 사채업자는 채무자에게 고통을 가해 변제받는 것을 기본 업무로 삼고 있다. 사채를 쓴 사람으로서는 괴롭힘을 당해도 원망할 수 없다. 그 사람들도 힘든 일을 하고 있을 뿐이다. 한번은 아이들까지 들먹이며 협박을 하는 바람에 나도 그만 이성을 잃어버려 험한 말을 하기도 했다.

나는 사채업자에게 어떻게든 원금은 갚겠다고 했다. 이자까지 갚으라고 하면 나는 원금 갚는 것도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대신 건강이 회복돼 돈을 번다면 반드시 당신 돈부터 갚겠다고 했다. 그들은 2년쯤 괴롭히더니 전화가 오지 않았다. 3년쯤 지나서 나는 사채업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깜짝 놀랐다. 나는 “돈 갚으려고 전화했다”고 했다. 원금 8000만원을 전부 갚을 수 없고 우선 2000만원을 송금하겠다고 했다. 나머지는 약속한 대로 매달 돈이 벌리는 대로 보내주었다.

그 험하던 사채업자는 고맙다고 했다. 나는 사채업자와 험한 말로 싸웠던 일을 눈물로 회개했다. 그도 빌려준 자기 돈 받으려고 그저 해본 말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도리어 내가 죽이니 살리니 하면서 욕설을 퍼부었으니 지금이라도 만날 수 있다면 사죄하고 싶다. 그리고 복음을 전하고 싶다. 나는 약속한 8000만원을 다 갚을 때까지 50만원 월세방에 살았다. 정직은 했던 말을 바꾸지 않는 것이다. 하나님이 미쁘신 이유도 주님의 말씀은 절대로 변개되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한 번만 더 망하면 ‘잘 망하기’라는 책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창업에 관한 책은 넘치는데 폐업에 관한 책은 거의 없다. 폐업할 때 세무 정리를 잘해야 한다. 주식회사도 직계 가족 지분이 50%가 넘으면 세금에 대해서만큼은 무한책임이다. 법인세는 이익이 없으면 낼 것이 없다. 부가세는 무척 부담스럽다. 법에 따른 청산 절차를 거쳐 미납된 세금이 없어야 한다. 국가도 손해를 보면 안 되고 납품업체와 임직원도 손해를 보면 안 된다. 어떤 피해도 없어야 한다.

기업이 망하는 것은 큰 죄악이다. 창업자 혼자만 고통받는 게 아니다. 애터미의 창업 이념 1번이 ‘생존’이다. ‘일일청산 시스템’도 도입했다. 정산이 아니다. 청산이다. 오늘 망해도 내일 돈 받으러 오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는 뜻이다. 납품 대금은 즉시 현금 결제해준다. 임직원들의 월급은 매달 1일에 나간다. 신입사원은 출근 첫날 월급을 받는다. 무차입 경영이다. 차입금이 없으니 이자 비용도 없다. 요즘처럼 고금리 때는 이자 수익까지 발생해 재무 안정성이 강화된다. 지난해 애터미는 500대 기업 유통회사 중 주요안정성 지표 1위를 했다.

정리=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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