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꺼진 성중립 화장실… 유명무실한데도 대학가 확산 조짐

불 꺼진 성중립 화장실… 유명무실한데도 대학가 확산 조짐

성공회대 이용자 없어 있으나마나
카이스트에도 ‘모두 위한 화장실’ 6곳
지자체, 시민단체 폐쇄 요청 묵살
서울대선 2026년 신축 논의 논란

입력 2024-03-04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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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구로구 성공회대 새천년관 지하 1층에 설치된 ‘모두를 위한 화장실’ 입구 모습.

지난달 29일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 새천년관. 지하 1층 복도 끝 화장실은 불이 꺼져 있었다. 전등 스위치를 켜고 들어가니 양변기 1대와 세면대, 샤워시설까지 갖춘 넓은 공간이 펼쳐졌다. ‘모두를 위한 화장실’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 공간은 사실상 성소수자를 위한 ‘성중립 화장실’이다. 2022년 3월 성공회대가 국내 대학 최초로 마련했다. 하지만 이 화장실은 2년여가 지난 현재 유명무실해 보였다. 이날 오후 2시30분부터 1시간 정도를 지켜봤지만 사용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반대로 같은 건물의 다른 화장실에는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고 이용 학생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모두를 위한 화장실은 성공회대 말고도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에도 설치돼 있다. 서울대는 2026년 준공 목표인 학교 건물에 같은 화장실 설치를 논의 중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성중립 화장실이 전국 대학으로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성소수자 화장실이 일상화 됐다. 스웨덴은 대부분 성중립 화장실이 운영되고 있으며 미국 캘리포니아주 공립학교는 2026년부터 성중립 화장실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지난해 8월 싱가포르 선텍 컨벤션센터에 등장한 ‘성중립 화장실’ 모습.

학생학부모교사인권보호연대(학인연) 신민향 대표는 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모두를 위한 화장실이라는데 정작 이용하는 사람은 없다”며 “성중립 화장실이 결국 성소수자를 위한 시설로 이용된다”고 꼬집었다. 학인연은 지난해 6월 “모두를 위한 화장실이 각종 범죄와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며 남녀를 구분해야 하는 공중화장실법을 위반하고 있다”며 성공회대와 카이스트가 위치한 지자체에 성중립 화장실을 없애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지자체 2곳은 지난해 12월 학교 자율성을 인정한다면서 성중립 화장실 존치를 결정했다. 이 화장실은 현재 성공회대 1곳, 카이스트 6곳에 설치돼 있다.

2022년 당시 성공회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는 모두를 위한 화장실 논의부터 설치까지 적극적으로 활동했다. 지금은 학내 소모임인 ‘모두를위한모장실문화만들기모임(모모)’이 이 화장실의 필요성과 확산을 주장하고 있다. 최보근 모모 대표는 국민일보에 “성중립 화장실이라기보단 장애인과 성소수자, 아동과 양육자 등 일반 화장실을 이용하기 어려운 이들을 위한 화장실”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성공회대에서는 모두를 위한 화장실에 대한 반대 의견을 자유롭게 낼 수 없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성공회대 한 기독교 동아리 관계자는 “학내에서 예민한 주제라 공식적으로 입장을 내기 어렵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성공회대 한 학생 역시 “학교 재학생 익명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서 모두의 화장실을 반대하는 글이 올라오면 높은 공감을 받으며 곧장 인기 글에 등극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모모 측이 2022년 5월 모두의 화장실을 비판하는 에브리타임 글을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뒤 관련 게시글은 줄줄이 삭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지영 인턴기자 jonggy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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