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 수영선수로 날로 성장… 아버지 기도와 헌신 있었다

발달장애인 수영선수로 날로 성장… 아버지 기도와 헌신 있었다

[더불어 함께] 태극마크 달고 패럴림픽 출전 꿈꾸는 이요한씨

입력 2024-03-05 03:05
  • 미션라이프 카카오플러스 친구등록하기
이요한씨가 한 수영장에서 매일 한 시간씩 자세교정 훈련을 하고 있다. 이씨 제공

이요한(19)씨는 발달장애인 수영 선수다. 광주광역시 소속 선수인 그는 지난해 울산광역시 전국장애인수영대회에서 남자 배영 부문(고등부) 50m, 100m에서 각각 4위에 올랐다. 제16회 제주도지사배 전국장애인수영대회에서는 남자 배영 부문(고등부) 50m에서 2위에 올라 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 선수가 수영을 시작하게 된 건 체중감량을 위해서였다. 그의 아버지 이재진(54)씨는 과체중인 아들의 다이어트를 위해 처음 수영장을 찾았다고 했다. 4일 전화로 만난 이씨는 “중학교 1학년 아들이 당시 고도비만이었기 때문에 무리한 운동은 성장에 방해되지 않는 종목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수영을 선택했다”며 “당시 결정이 아들의 인생을 바꾸게 될 줄은 상상조차 못했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이 선수가 물을 좋아했던 건 아니다. 재밌게 운동할 수 있으리라는 아버지의 예상과 달리 이 선수는 물과 친해지는 데 반년이 걸렸다. 결국 아버지는 아들의 손을 잡고 함께 물에 들어갔다. 아들이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쉽게 포기하는 것은 원치 않았다. 아들이 아빠의 마음을 알아차린 것일까. 이 선수는 수영 입문 2년 만에 괄목할 만한 성장을 했다.

수영 시작 초기에는 성장이 더딘 듯 보였지만 어느 순간 실력이 빠르게 늘기 시작해 다른 선수를 앞지르기 시작했다. 아버지 이씨는 “코치님이 (요한이가) 다른 선수에 비해 인내심과 책임감이 강해서 훈련 집중도가 높다고 평가했다”며 “수영 외의 훈련도 꾸준히 했더니 체력도 많이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요한씨가 지난해 광주광역시 봉사상을 받은 뒤 아버지와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이씨 제공

이 선수는 각종 대회에 나가 메달을 따고 개인 기록도 꾸준히 경신했다. 눈에 보이는 성과가 나타나자 그의 자신감도 높아지기 시작했다.

실제로 이 선수의 훈련량은 비장애인 선수의 연습량에 뒤지지 않는다. 매일 5~6시간 수영을 하고 이외 시간에는 자세교정과 인터벌 훈련, 지구력·장거리 훈련 등 강도 높은 훈련을 한다. 비장애인 선수도 감당하기 힘든 훈련 강도임에도 묵묵히 물살을 가를 뿐이다. 이런 모습은 주변 선수에게도 모범이 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가 수영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건 아버지의 희생과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발달장애는 중증장애로 분류된다. 이 선수의 엄마와 동생은 지적장애를 앓고 있다. 이씨는 장애인의 가족으로서, 발달장애인 수영선수로서 살아가는 삶은 따가운 눈초리와 끝이 보이지 않는 차별에 맞서야 하는 외로운 싸움이라고 했다. 그의 일과 중 가장 중요한 건 아들이 수영할 수 있는 장소를 찾는 것이다. 수영장 레인 대여를 위해 매일 이곳저곳 전화를 걸기도 하고 직접 찾아가 훈련할 수 있는 수영장을 찾으러 다닌다. 아들이 수영을 시작한 지 6년이 되어 가지만 장애인 수영선수를 반기는 곳은 많지 않다.

장애인 수영장이 있지만 장애인만을 대상으로 운영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아 일반인에게 개방하다 보니 장애인 수영 선수가 훈련할 수 있는 장소는 자연스레 줄어들었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도 제자리 걸음이다.

이씨는 “수영장에 들어서면 아들을 향한 낯선 이들의 시선이 그대로 날아와 꽂힌다”며 “장애인을 반기는 수영장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죄송하다’는 말을 달고 사는 건 일상”이라고 토로했다.

장애인 스포츠 선수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시스템이 부족한 환경도 이들 부자가 더 작아지게 만든다. “장애인 운동선수 자녀를 둔 부모의 마음은 다 비슷할 것”이라며 “현재 환경을 개선해 장애인 선수가 걱정 없이 운동에 집중할 기회가 늘어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씨가 자신의 주종목인 배영을 하기 위해 출발대 손잡이를 잡고 있다. 이씨 제공

이씨는 장애 가족을 돌보기 위해 경제 활동은 전혀 못 하고 있다. 지적장애인 아내와 이 선수 이름으로 매달 나오는 기초수급비가 4인 가족 수입의 전부다. 이 선수가 수영을 계속하려면 고정 수입이 절실했다. 그러다 우연히 지인 소개로 밀알복지재단에서 진행하는 발달장애인 운동선수 지원 사업 ‘점프’를 알게 됐다. 2022년부터 2년간 훈련비 800만원과 훈련에 필요한 용품 등을 지원받았다. 이씨는 “가정형편이 너무 어려워 운동을 그만둬야 하나 고민이 컸는데 점프가 큰 도움이 됐다”며 “덕분에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경제적으로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이 선수의 최종목표는 국가대표 발탁이다. 장애인 국가대표 수영선수로서 패럴림픽(장애인 올림픽)에 출전해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경기를 펼치는 꿈을 꾼다.

“지금까지 힘든 시간을 기도로 버텨왔다”며 “앞으로 요한이의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는 모르지만, 하나님께서 아들의 인생을 책임지실 거라고 믿습니다. 지금까지 아들을 지켜주셨듯, 앞으로도 그러시리라고 믿어요.”

유경진 기자 ykj@kmib.co.kr


국민일보 문서선교 후원
많이 본 기사
갓플렉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