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내수 활력 약화, 어떻게 볼 것인가

[경제시평] 내수 활력 약화, 어떻게 볼 것인가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전망실장

입력 2024-03-05 04:06

전망기관 대부분에서 작년 1.4%였던 경제성장률이 올해 2%대 초반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2년에 이어 2023년에도 임금보다 물가가 더 크게 상승하고 고금리로 이자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국민들은 경제성장률 상승을 체감하지 못한다. 수출 회복세로 경제성장률이 오르지만 내수는 오히려 부진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내수 활력 약화에 대한 걱정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는 점에서 그 구조적 측면을 살펴봐야 한다.

내수는 우리 경제에서 지출하는 소비와 투자를 일컫는다. 지출 규모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소득이다. 우리 경제의 성장률이 장기간 하락했음을 감안하면 내수 증가세 둔화는 자연스러운 결과다. 여기에 더해 단기적으로도 고물가 고금리 현상이 내수 부진을 심화시키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의 내수 활력 약화를 성장세 둔화와 단기적인 경기 변동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201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내수 지출이 소득보다도 적었기 때문이다. 한 국가의 소득과 지출의 차이를 뜻하는 경상수지가 2012년 이후 대규모 흑자를 지속한 점을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즉 우리가 벌어들인 소득을 소비와 투자에 모두 쓰지 않고 대외자산을 꾸준히 취득하고 있다는 뜻이다. 미래 소득 여건이 나빠질 것 같으면 가계는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린다. 2010년대 이후 기대수명 증가가 가시화되면서 가계는 길어진 노후를 대비해 소비를 줄였다. 더군다나 초저출산 현상을 보면서 향후 노후를 스스로 대비해야 하는 상황을 절감하면서 소비를 줄일 필요성이 강해졌다.

2010년대 이후 우리 경제의 생산성 증가세가 둔화한 점도 주목해야 한다. 이는 우리 경제의 소득 증가세뿐 아니라 투자 수익성도 줄었다. 인구 감소에 따른 노동공급 축소도 투자 수익률 하락의 요인이다. 사업 기회가 많은 경제에서는 자금을 국내 가계의 저축만으로 충당하지 못해 대외부채로 조달한다. 반면 우리 경제는 대외자산을 취득하며 장기간 해외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고 있다. 과거 일본도 장기침체로 국내 투자 기회가 축소되면서 해외자산을 대규모로 취득했으며 지금은 무역수지 적자보다 소득수지 흑자가 더 큰 상황에 이르렀다.

이처럼 미래의 소득 여건 악화에 대비해 소비를 줄이거나 국내 사업 기회가 부족해 투자가 축소된다면 내수 지출이 소득보다 적어서 경상수지 흑자가 발생한다. 이는 소비와 투자를 가로막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지금의 고금리 고물가 상황이 지나가더라도 내수 활력을 되찾을 수 없음을 시사한다. 기대수명 증가가 그 자체로는 축복이지만 소득 없는 생애의 확대는 부담이 된다. 임금체계 개편을 동반한 정년연장을 통해 고령층이 사회에 기여하고 그에 부합하는 소득을 벌어들일 기회를 제공한다면 청장년층이 지금만큼 소비를 줄이며 길어진 노후를 대비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진입장벽을 낮춰 신생기업이 활발하게 시장에 진입하며 활발히 투자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유효하다.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미래 경제환경 변화에 대한 우려가 이미 우리 거시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일·가정 양립 등 출산율 개선을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반면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단기적 내수 부양책만 반복할 경우 가계가 합리적으로 계획한 노후 대비를 왜곡하고, 기업의 과잉 투자로 이어질 수 있음에 경계해야 한다.

이처럼 내수 활력 약화는 그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현재와 미래의 경제 역동성을 반영하며 나타난 현상이다. 우리 경제에 필요한 구조개혁이 성공한다면 내수 활력은 저절로 강해질 수 있을 것이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전망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