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민법을 알기 쉽게 고쳐야 한다

[기고] 민법을 알기 쉽게 고쳐야 한다

송덕수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입력 2024-03-05 04:02

우리는 법에 둘러싸여 살고 있지만 대개는 법을 의식하지 못한다. 그러다가 누군가와 다툼이 생기면 법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자신의 권리를 찾거나 의무를 면하려면 법의 도움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이 실제로 가장 많이 찾아본 법은 세법과 민법이라고 한다. 사람들이 민법을 많이 찾아본 이유는 그 법이 개인의 일상적인 생활을 규율하는 기본적인 법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개인이 집을 사고파는 경우, 혼인하거나 재산을 상속하는 경우 모두 민법이 적용된다.

그러면 일반인이 민법을 직접 찾아보았을 때 쉽게 읽고 그 뜻을 잘 알 수 있을까? ‘第一條 (法源) 民事에關하여法律에規定이없으면慣習法에依하고慣習法이없으면條理에依한다’. 이것은 1958년 2월 22일 관보에 공포된 민법 제1조의 본래 모습이다. 여기서 보는 것처럼 민법은 토씨를 제외하고는 모두 한자로 쓰여 있고, 띄어쓰기도 되어 있지 않으며, 구두점도 없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법전에서는 민법 조문의 문장을 띄어 쓰고 마침표를 찍어 두었다. 나아가 법제처의 국가법령정보센터 사이트에서 검색된 민법은 한자어를 한글로 바꾼 것이 우선 제공된다.

민법 조문은 한자투성이다. 그리고 그 한자 중에는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쓰이지 않는 매우 어려운 단어가 무척 많다. ‘留宿(유숙), 蒙利者(몽리자), 朽廢(후폐)한, 胞胎(포태), 放賣(방매), 同親等(동친등)’이 그 예다. 이들은 각각 ‘기숙, 이용자, 낡아서 쓸모없게 된, 임신, 매각, 촌수가 같은’으로 고쳐야 한다. 민법에는 일본식 한자어나 표현도 적지 않다. ‘其他(기타), 窮迫(궁박), 檢索(검색)의 항변권, 常用(상용)에 供(공)하기 위하여, 隱祕(은비)에 의한 점유자, 要(요)하지 아니한다,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이 그에 해당한다. 이들은 각각 ‘그 밖의(에), 곤궁하고 절박한 사정, 집행의 항변권, 상용(常用)에 이바지하도록, 은밀히 점유한 자, 필요가 없다,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으로 쉽고 자연스럽게 바꾸어야 한다.

국민이 법을 어려움 없이 읽고 그 뜻을 쉽게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다. 국민을 생각할 때 국가가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인 것이다. 법제처, 법무부, 국회 모두의 의무다. 법제처는 2006년부터 알기 쉬운 법령 만들기 사업을 시작해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법무부도 법제처와 협력해 알기 쉬운 용어와 문장으로 고친 민법 개정안을 국회에 두 차례나 제출했다. 그러나 그 개정안이 전부 국회에서 심의되지 못하고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되는 등 답보상태에 있다.

우리 민법에 남아 있는 일본식 한자어와 표현도 조속히 없애야 한다. 민법을 알기 쉽게 고치는 일은 정치적 입장에 따라 태도가 달라질 수 없다. 올해 4월 새로 국회가 구성된다. 거기서 민법이 우선적으로 알기 쉽게 고쳐지기를 기대한다.

송덕수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