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수 칼럼] 민주당에서 보이는 민주주의 두 얼굴

[신종수 칼럼] 민주당에서 보이는 민주주의 두 얼굴

신종수 편집인

입력 2024-03-05 04:20

'친명횡재 비명횡사' 공천
일사불란한 이재명당 완성

다양한 의견 억압받지 않는
다원적 민주주의 시도할 때다

질식할 것 같은 민주당에서
임종석이 산소 역할 해보라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당이 됐다. 더 이상 예전의 민주당이 아니다. 당을 떠난 적이 없는 5선의 설훈 의원은 탈당하면서 이 대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연산군처럼 모든 의사결정을 자신의 측근들과만 결정한다. 의사결정에 반하는 인물은 모두 쳐내며 이 대표에게 아부하는 사람만 곁에 두고 있다.”

이 대표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간곡한 당부에도 불구하고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임 전 실장이 이 대표에게 비판적이고 잠재적 당권·대권 경쟁자여서 그랬을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같은 친문 세력이지만 자신에게 협조하거나 조용히 입 닫고 풀잎처럼 누워 있던 사람들에게 공천을 준 것과 차이가 있다. 2022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이 대표와 당권 경쟁을 했던 박용진 의원은 ‘당대표 경쟁 후보가 공천을 걱정하지 않는 당을 만들겠다’는 이 대표의 약속에도 불구하고 하위 10% 통보를 받았다. “남의 가죽은 손이 피칠갑이 되도록 벗기는데 자기 가죽은 안 벗긴다”고 이 대표를 비난했던 홍영표 의원도 제거됐다. 민주당 공천 과정이 이렇게 시끄러운 적이 없었다.

민주당 출신 정세균 김부겸 전 총리까지 나서서 이 대표 이익이 아닌 총선 승리를 위한 공정한 공천을 촉구했다. 이 대표의 정치 멘토라는 이해찬 전 총리를 비롯해 김원기 임채정 문희상 전 국회의장, 94세의 권노갑 상임고문, 정대철 헌정회장도 나섰다. 그러나 소용이 없었다.

진보언론은 이 대표가 총선 승리가 아닌 자기애와 자기 이익의 유불리에 따라 행동한다며 사퇴를 주장하는 칼럼을 게재했다. “민주당에서 일어나는 모든 이상한 일들은 이재명 개인의 사익으로 보면 다 투명하게 해석된다”(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는 말 역시 여야 간 정쟁의 언어로만 치부하기 어렵다. “한 번도 민주당 후보 외에는 찍어본 적이 없다”는 호남 출신 50대 유권자는 “이번에는 무조건 국힘을 찍으려고 한다. 민주당이 참패해야 바뀔 것 같다”고 말했다. 정권 심판이 아니라 이재명 심판을 하겠다는 것이다. 요즘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이런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과거 군사독재 정권처럼 총칼을 휘두르는 것도 아닌데, 민주주의 제도하에서 어떻게 이런 전체주의적인 모습이 나타났는지 모르겠다. 다만 이 대표 혼자만의 잘못이 아닐 수 있다. 한때 많은 사람들이 칭송했던 국민경선과 여론조사, 당원 투표가 어쩌다 보니 친문패권을 거쳐 지금의 이재명당까지 만들었는지 모른다. 개딸로 불리는 이 대표 강성 지지층, 사천과 사당화, ‘친명횡재, 비명횡사’가 발생한 것은 민주주의도 얼마든지 패권정치라는 괴물을 낳을 수 있는 불완전한 제도라는 점을 말해준다. 야심가가 강성 팬덤을 동원하는 민주주의가 아니라 다원적 풍부함이 이끄는 민주주의로 가야 한다고 정치학자 박상훈은 강조한다.

조직되고 동원된 다수의 당원들이 당을 좌지우지하고, 다른 목소리를 억압해 하나의 의견으로 통일하는 것은 전체주의라는 것이다. 다양한 의견이 흘러넘치고 견제와 균형의 민주주의 원리가 작동되는 민주당이 될 수 있을까. 국민의힘도 그래야겠지만, 군사독재 정권과 맞선 역사적 경험과 전통을 갖고 있는 민주당은 특히 그래야 한다.

민주당 내에서 이 대표와 강성 지지자들 생각과 다른 의견이 활발히 개진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 지금은 이 대표와 측근들, 강성 지지층이 완전히 당을 지배하는, 질식할 것 같은 분위기다. 다수 횡포로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받고 숨 쉴 수 있도록 산소 같은 역할을 할 사람이 필요하다.

이번 공천 파동에서 친문 세력의 구심점으로 부상한 임 전 실장이 탈당하지 않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앞으로 할 일이 많을 것이다. 총선 때는 호남과 수도권 후보들의 지원유세 요청에 응할 수도 있다. 총선 후에는 이 대표와 강성 지지자들이 일반 국민 여론과 동떨어진 일을 할 때 문제 제기를 하거나 싸우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다양한 의견이 흘러넘치는 민주당, 건강한 논쟁과 경쟁이 있는 민주당을 만드는 것은 정당 민주주의를 위해 큰 의미가 있다. 8월 전당대회 때는 지더라도 대표 경선에 출마해 이 대표 독주 체제에 맞서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학생운동에 이어 당내 다원적 민주주의를 위해 두 번째 민주화 투쟁을 하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있겠다.

신종수 편집인 jsshin@kmib.co.kr
많이 본 기사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