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로 문해력 키울 때 생각 더 깊고 넓어져”

“글읽기로 문해력 키울 때 생각 더 깊고 넓어져”

조병영 한양대 국어교육과 교수

문해력 차이 세대 간 소통 단절 우려
성인 절반 “1년에 책 한 권도 안읽어”

입력 2024-03-25 04:05

대학생 정모(21)씨는 최근 친구와 대화를 하다 적잖이 당황했다. 대학 입학 후 씀씀이가 커진 정씨가 “과소비를 지양해야겠다”고 말하자 “돈을 아끼고 싶다면서 왜 그렇게 말을 하냐”는 답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친구가 특정한 것을 하지 않는다는 ‘지양’을, 목표 달성을 향해 나아간다는 뜻의 ‘지향’으로 알아들었던 탓이다. 정씨는 “친구가 평생 숙제 용도를 제외하고는 책을 거의 한 권도 안 읽었다고 한 게 떠올랐다”며 “평소엔 대화가 잘 통하던 친구인데도 이렇게까지 단어를 모른다는 게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젊은 세대를 둘러싼 문해력 저하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사흘’이나 ‘무운을 빈다’는 단어나 관용어구의 뜻을 오해해 벌어진 논란에서 보듯, 문해력 차이로 세대 간 소통이 단절되고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조병영(사진) 한양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이런 세태에 대해 글을 읽지 않아도 살 수 있는 세상이 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조 교수는 24일 “유튜브 등 영상 미디어가 인기를 얻고, 접근하기도 쉬우니 수고롭게 시간을 들여 읽어야 하는 글보다 보기 편한 영상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글과 책을 멀리하는 세태는 통계로도 나타난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1년 국민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성인 중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 사람이 절반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성인이 1년 내내 읽은 책도 평균 4.5권에 그쳤다. 국민독서실태는 2년마다 조사하는데, 지난해 결과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조 교수는 문해력을 기르려면 글과 가까워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영상과 달리 글은 추상적이다. 글을 읽고 이해하려면 영상을 볼 때보다 더 큰 상상력과 인지적 노력이 요구된다. 조 교수는 “글을 읽는 건 추상적인 기호를 다뤄서 구체적인 의미를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한마디로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추상적 개념, 논리, 눈에 보이지 않는 미묘한 현상 등은 영상으로 처리하기 굉장히 어렵다”며 “배움에 있어서 가장 어려운 것이 개념학습인데, 이 개념도 결국 추상적이고 논리적인 것들을 요구한다. 대학 전공 수업을 영상이 아닌 책과 논문으로 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글 읽기에도 꾸준한 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지금 읽고 있는 글이 10년 전 읽던 글보다 더 좋고 복잡한 글인지를 따져보면 된다”며 “만약 그렇다면 문해력이 향상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백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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