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 병원 대부분 수도권 있어… 지방의대 역량 끌어올려야”

“수련 병원 대부분 수도권 있어… 지방의대 역량 끌어올려야”

전문가, 의대 증원 후속 대책 주문

입력 2024-03-25 04:06

정부가 2025학년도 입시부터 2000명이 늘어난 5058명의 의대 정원 배정을 대학별로 완료하면서 늘어난 의사가 필수·지역 의료에 머물 수 있도록 하는 후속 작업 마련이 시급하다. 전문가들은 의사를 지역에 머물도록 할 수 있는 제도를 보강하고, 결국 지역 의대와 병원 역량을 길러야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지방 근무 유인책 보완해야

박은철 연세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24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대로라면) 지방 의대생을 많이 뽑아도 이탈을 막을 방법이 없다”며 “특히 내년에 뽑는 의대생은 어차피 6년 후의 얘기이기 때문에 지금의 필수·지역 의료를 빨리 메워야 하는데, 그러려면 지방 상급종합병원이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국·공립대 의대 교수를 5년간 1000명을 늘리겠다고 약속했고 지역 거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상대적으로 사립 병원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지방 의대 수련 역량을 끌어 올리지 않으면 결국 수도권으로 대거 유입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이번에 증원이 크게 이뤄진 사립대의 경우 기초 교원이나 강의실 등을 투자하려면 학생 등록금만으로는 어렵다”며 “국공립대의 경우 교수 1000명을 증원하겠다는 건 정부가 책임 있게 하면 되지만 사립대는 어려울 수 있다. 사립대가 영리적으로 병원을 더 운영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의대 교육으로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병원이 환자 의료비 부담을 전가하는 방식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 위원장은 또 “비수도권 의대 정원 배정이 많이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일종의 착시 현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련을 담당할 대형병원은 대부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있기 때문에 결국 지역의료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에 대해 지역 거점 국립대병원을 중심으로 수련 여건을 개선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조승연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장(인천의료원 원장)은 더 강력한 지방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필수·지역 의료에 근무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사람을 선발해서 교육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한데 지금 그 부분은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소한 국립대에서 늘어난 인원만큼은 필수의료에 근무하는 조건으로 뽑는 등 선발 과정을 아예 다르게 하거나, 장학금을 계속 지원해주고 대신 10년간 정부가 지정해주는 곳에 가서 근무하도록 하는 등 강력한 정책이 수반돼야 한다”며 “이게 보완되지 않으면 결국 돈은 돈대로 들어가고, 나온 학생들은 서울로 가서 개업해버리는 현상이 지속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 회장은 일본 자치 의대 제도나 미국 군 의과대학과 유사한 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그는 “일본의 경우 대학교를 하나 만들고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대학에 학생들을 보내면, 지자체에서 장학금을 부담한다”며 “그 사람들이 졸업하면 9년 정도를 무조건 지방에 가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일본에서도 초기에는 상당수가 장학금을 반환한 뒤 다시 도시로 가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상당수가 지방에 남았다고 한다. 또 미국의 군 의과대학처럼, 군의관으로 의무 근무를 하지 않으면 자격증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강력하게 지방에 묶어둘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분절적 의료시스템 개선도 시급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환자를 많이 볼수록 수익이 나는 행위별 수가제로는 필수의료 분야 의사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분절적인 의료 시스템 대신, 주치의 제도 등을 통해 보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교수는 “예전에는 내과 교수님한테 가면 분과에 상관없이 만성질환 약도 봐주고 꽤 자세히 진료해줬지만 어느 순간부터 자기가 보는 병만 보기 시작하고 각각의 병에 대해 전문과 선생님들한테 가도록 한다”며 “진료실 적자를 면하기 위해 진료 시간을 줄여야 하고, 점점 쪼개는 식으로 하다 보니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처럼 환자 1명을 5명의 의사가 나눠서 보는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바꾸면 주치의, 단골 의사처럼 볼 수 있기 때문에 필요한 의사 인력이 5분의 1로 줄어들 수 있다”며 “의사의 공급과 수요는 어떤 진료체계를 구현하고, 검사 위주 등 어떤 진료를 할 거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본다”고 말했다. 의사 수를 늘려도 의료 시스템을 손보지 않으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박은철 교수도 주치의 제도 도입을 주장한다. 그는 “환자 한 명이 의사한테 등록하면 한 달에 일정 돈을 받고 치료·예방을 한꺼번에 해결해주는 게 주치의 제도”라며 “정부가 발표한 가치 기반 수가 개편도 주치의 제도로 갈 수도 있는데, 세부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추계를 촘촘히 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박 교수는 “의사 인력 추계는 매년 조금씩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의대 정원 조정은 5년에 한 번씩 해야 한다”며 “의사 인력만이 아니라, 의료 인력 전체를 검토하는 위원회가 해외에 있는데 국내에서도 그런 조직을 만들어서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유나 차민주 기자 spr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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