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플렉스 시즌5] 그윽한 커피향, 따뜻한 교제, 깊이 있는 묵상… 샬롬의 공간 부산 속으로

[갓플렉스 시즌5] 그윽한 커피향, 따뜻한 교제, 깊이 있는 묵상… 샬롬의 공간 부산 속으로

평안한 쉼이 있는 부산의 힙 플레이스

입력 2024-03-26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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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와 ‘잘파’로 일컬어지는 1030세대에게 공간은 그저 값을 지불하고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받는 곳에 그치지 않는다. 자신의 관심사에 따라 공간이 머금고 있는 서사를 발견하고 그 공간에 머무는 경험을 공유하며 행복과 가치를 느낀다. 이 시대의 청년들을 응원해 온 국민일보 갓플렉스(Godflex)는 다음 달 4일 부산 수영로교회(이규현 목사)에서 진행될 집회에 앞서 부산 지역 내 온기와 재미가 느껴지는 ‘힙 플레이스’를 찾아 지도를 그려봤다.


더 브릿지


해운대 해수욕장이 바라다보이는 골목 안쪽엔 앙증맞은 장난감 병정들이 환영 인사를 하듯 늘어서 있는 계단이 있다. 이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100년을 훌쩍 넘은 축음기와 라디오를 비롯한 골동품, 타임머신을 타고 40~50년 전으로 돌아가 마주할 법한 20여개국 장난감들까지 8000여점의 전시품들이 즐비하다. 최근 찾아간 이곳에선 1896년 만들어진 에디슨 축음기, 1900년 출시된 언더우드 근대식 타자기 등을 보며 깜짝 놀라는 방문객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한 크리스천 사업가의 기증으로 마련된 이 공간은 유흥주점으로만 물들어가는 해운대 거리에서도 청년들과 가족 나들이객들이 건강한 재미를 느끼게 하려고 2020년 5월 운영을 시작했다. 예수전도단 부산지부 전임사역자들이 바리스타와 직원으로 근무하는 이곳에선 아늑한 앤틱 카페(2층)와 장난감 박물관(3층)을 경험할 수 있다.

운영을 총괄하는 김태성 센터장은 “관람료 없이 공간을 누릴 수 있어서 부산을 찾는 국내외 여행자들에게 사랑을 받는 곳”이라며 “이곳이 처음 시작됐을 때 바탕에 뒀던 말씀(사 56:6~7)처럼 많은 이들을 하나님과 연결하는 다리가 되길 소원한다”고 전했다.

동네서점 아르케


사람 건물 문화 등 많은 것들이 밀집한 해운대를 뒤로하고 터널 하나를 지나면 그와 180도 다른 분위기의 한적한 동네를 만날 수 있다. 오래된 철길이 있던 자리에 주민과 반려동물의 산책로가 형성된 송정동. 이곳엔 25년 차 자동차 영업사원으로서의 1막을 내려놓고 5년 차 책방지기로의 2막을 살아가는 양미정 대표가 ‘아르케’라는 이름으로 손님을 맞이한다.

“아르케(Arche)는 그리스어로 ‘만물의 근원’ ‘태초’ 라는 뜻이에요. 학창 시절부터 늘 책을 끼고 살면서 일기장에 ‘나는 언젠가 책방 주인이 되어 있을 거다’라고 썼던 사람이 버킷리스트를 이룬 셈이죠.”

교회에서 주일학교 총괄 사역을 하는 양 대표에게 ‘아르케’는 책방 이상의 공간이다. 코로나19로 모임 장소들이 연일 셧다운을 겪던 시절, 이곳은 부담 없이 교제를 이어갈 수 있는 울타리였다. 책만큼 대화를 좋아하는 그를 만나러 오는 주민들에겐 마을 사랑방, 평화롭게 새소리 들으며 독서하길 원하는 청년들에겐 따뜻한 풍경이 있는 도서관이 돼준다.

카페 바인


해운대와 함께 부산의 쌍두마차로 꼽히는 광안리 인근엔 서핑과 카페, 예배를 경험할 수 있는 문화공간이 있다. 포도나무교회(김명규 목사)가 운영하는 이곳엔 바리스타, 서핑 강사, 카버 보드(서핑 연습용 스케이트 보드) 강사로 일하는 청년들의 숨결로 늘 에너지가 넘친다.

김명규 목사는 “영국 버밍엄대에서 유학하던 시절, 문화적 경계 없이 지역 주민들이 차를 마시며 교제하는 라브리공동체의 모습을 보고 ‘고향 부산으로 돌아가면 저런 사역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을 구현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주일이면 예배당으로 바뀌는 1층 카페 공간은 서프보드와 파도가 넘실거리는 영상, 서핑 관련 굿즈들로 채워져 이국적인 느낌을 풍긴다. 지하 1층엔 카버 보드 연습장, 지상 2,3층은 셰어하우스로 운영된다. 김 목사는 “젊은 세대가 ‘힙하다’고 하는 스포츠 문화 속에서도 건강함을 경험할 수 있는 공동체가 고유하고 힙한 기독교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며 웃었다.

스페이스 움


부산 동래구엔 다양한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카페 ‘스페이스 움’이 있다. 성경 속 ‘움튼다’라는 뜻을 지닌 ‘움’을 모티브로, 새순이 자란 아론의 지팡이처럼 지역 예술과 문화가 움트는 공간으로 활용되길 바라며 지어진 이름이다.

평소엔 카페로 운영되다가 한쪽 공간을 갤러리 겸 공연장으로 활용하는 이곳은 금요일마다 지역 클래식 연주자나 CCM 가수들을 초청해 음악 공연을 연다. 카페지기 김은숙 해운대온누리교회 집사는 “교회 카페는 많지만 비기독교인에게는 문턱이 높다고 생각해 문화 사역하는 마음으로 카페를 열었다”며 “이곳이 세상 속에 감동과 울림을 전하는 공간으로 활용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카페 시온


사하구 승학산 중턱엔 인터넷 후기마다 ‘차 없이 갔더니 등산하는 줄 알았다’는 후기가 빠지지 않는 카페가 있다. 카페 ‘시온’. 산 위에 있는 카페라는 지리적 특성을 살려 하나님이 거하시는 공간이 되길 바라며 성경에서 따 온 이름이다.

현대적인 인테리어에 잔잔한 CCM이 어우러진 이곳은 지역 내 인증샷 명소로 손꼽힌다. 지하 1층과 지상 1층은 키즈존으로 운영돼 온 가족이 머물 수 있는 휴식 공간을 제공한다. 산의 경사를 이용해 건축해 지하 1층에도 마당이 있는 이곳은 아이들이 마음껏 놀 수 있는 야외 시설로도 유명하다. 토끼미니농장, 모래놀이, 야외 텐트형 좌석 등 아이들이 즐길 거리가 많다.

책방 아인


히브리어로 아인(Ayin)은 ‘눈(eye)’을 뜻한다. 책방 아인은 책을 통해 새로운 눈을 갖고 시각이 바뀌며 가치관이 달라진다는 의미를 품고 있다. 책방지기 임영혜 목사는 목회상담 전문가다. 그는 “동화읽기, 철학모임 등 생각과 마음을 나누는 독서모임을 통해 상처받은 이들이 회복을 경험한다”고 설명했다. 남편 우종진 목사와 함께 운영하는 책방엔 일반 서적이 대부분이다. 그는 “책을 통해 믿지 않는 분들이 자연스럽게 기독교 가치관을 접할 수 있도록 접촉점을 만들어주는 것이 아인의 지향점”이라고 말했다.

‘아인’의 또 다른 의미는 ‘우물가’다. 아인 책방 내 카페를 함께 운영하니 퇴근 후 책방에 들러 한 시간씩 책을 보다가는 워킹맘이 늘었다. 임 목사는 “과거 우물가 아낙네들이 모여 이야기하며 물을 마셨던 것처럼 이곳이 위로받고 쉬어 가는 곳이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올해 26주년을 맞은 부산의 대표적 크리스천 청년문화복합공간인 ‘프라미스 랜드’(위 사진)를 비롯해 CCM 가수 박보영이 운영하는 카페 ‘좋은 날 풍경’, 향긋한 커피 향과 함께 CCM이 흐르는 카페 ‘세니콤마’ ‘다로카페’도 들러볼 만한 공간이다.

부산=글·사진 최기영 기자, 김수연 박윤서 최하은 인턴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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