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한·미의 ‘누가 더 싫은가’ 선거

[한마당] 한·미의 ‘누가 더 싫은가’ 선거

배병우 수석논설위원

입력 2024-03-28 04:10

지지하는 당에 대한 긍정적 감정이 아니라 반대하는 당에 대한 부정적 감정을 기반으로 정치 행위가 이뤄지는 게 ‘부정적 당파성(negative partisanship)’이다. 쉽게 말하면 자기 당이 좋아서가 아니라 상대 당이나 그 정당의 인물이 싫어서 투표한다는 얘기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에즈라 클라인이 저서 ‘우리는 왜 서로를 미워하는가’에서 미국 정치 양극화(정당 양극화)의 근원으로 지목하는 게 바로 이 부정적 당파성의 강화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도 이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한국도 다르지 않다. 4월 총선은 영락없이 ‘누가 더 싫은가’ 선거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게 조국혁신당 바람이다. 조국의 신당이 일부 여론조사에서 30%까지 지지율이 올라선 주동력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다. 3월 셋째 주 한국갤럽의 비례정당 지지율 조사에서 조국혁신당 지지율은 22%다. △‘광주/전라’(32%) △진보 성향(42%) △더불어민주당 지지층(35%) △대통령 직무 부정평가자(37%) 등의 조국혁신당 지지자 성향이 이를 뒷받침한다. 선거 판세에도 정책이나 후보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나 윤 대통령에 대한 비호감 정도가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난다. 한·미 간 차이도 있다.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국은 이민, 낙태 등 국내 정책 이슈도 영향을 미치지만, 한국은 대통령이나 야당 대표 등 사람에 대한 정서적 비호감이 부정적 당파성의 결정적 요인”이라고 한다.

사실, 지난 20대 대선을 결정한 것도 부정적 당파성이었다. 24만여 표 차이로 윤석열 후보가 가까스로 승리한 데는 문재인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이 크게 작용했다. 윤 후보를 좋아해서라기보다 이재명 후보가 더 싫었던 국민이 많았던 게 승인이었다.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의 고전은 윤 대통령이 이런 ‘한계’를 깨닫지 못했거나, 깨달았더라도 실천하지 못한 것과 관계있다. 겸손과 거리가 먼, 오만과 불통의 이미지가 정치적 복수를 외치는 기형적인 정치 행태에 빌미를 주고 있다.

배병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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