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하늘다람쥐가 사라진 숲

[한마당] 하늘다람쥐가 사라진 숲

전석운 논설위원

입력 2024-04-02 04:10

기원전 1500년쯤 폴리네시아인들이 태평양 솔로몬 제도와 피지에 건너와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이 섬에 서식하던 새와 벌레, 달팽이 등 수백 종의 생물이 흔적을 감췄다. 비슷한 시기 아프리카 남동부 해안의 마다가스카르 섬에 인간이 처음 발을 들여놓자 코끼리새와 자이언트여우원숭이 등 대형동물이 모두 사라졌다. 마지막 빙하기가 물러간 1만2000년 전 이후 지구상 곳곳에서 발생한 멸종은 인간의 활동이 원인인 경우가 많았다. 지각변동이나 대규모 화산폭발, 소행성 충돌, 기후변화 같은 지구적 차원의 충격이 없었는데도 생물 다양성이 급격히 무너졌다.

지구 생태계가 균형을 잃으면 자연이 인간에게 주던 수많은 혜택도 사라진다. 이는 곧 인류의 위기로 다가온다. 화석연료를 태우고 산림을 파괴하는 행위가 계속되면 향후 수십년 내에 100만종이 멸종할 것이라는 경고도 있다. 유엔이 1992년 생물다양성보전협약(CBD)을 제정한 건 지구 생태계를 위협하는 주범이 인간이라는 반성에서 비롯됐다. 한국은 1994년 154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한국 고유의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이 처음 지정된 건 1987년이다. 지금까지 지정된 멸종위기종은 황새, 맹꽁이, 나도풍란 등 모두 282종이다. 호랑이와 여우 등 사실상 멸종된 Ⅰ급은 68종, 담비와 솔개 등 개체 수가 급격히 준 Ⅱ급은 214종이다. 매년 4월 1일은 ‘멸종위기종의 날’이다.

‘이달의 멸종위기종’으로 선정된 하늘다람쥐는 과거 국립공원이나 숲에서 흔히 볼 수 있었다. 몸길이 10~20㎝의 자그마한 덩치에 커다란 눈망울을 가진 하늘다람쥐가 앞다리와 뒷다리 사이 익막을 펼치면 나무 사이 30m 거리는 쉽게 이동한다. 최대 활공거리는 100m에 달한다고 한다. 하늘다람쥐가 멸종위기에 처한 건 먹이사슬 최하층이라는 약점도 있지만 급격한 도시개발로 서식지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봄나들이 갔다가 숲에서 우연히 하늘다람쥐를 만난다면 인간과 자연의 공존의 가치를 한번쯤 떠올려보았으면 한다.

전석운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