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영사관 폭격’ 이스라엘에 보복 다짐… 중동 확전 우려

이란, ‘영사관 폭격’ 이스라엘에 보복 다짐… 중동 확전 우려

시리아 내 영사관 타격 軍간부 사망
이란·헤즈볼라 “용납 못해, 응징할 것”
美, F-15 이스라엘에 50대 판매 계획

입력 2024-04-03 04:04
시리아 구조대원들이 1일(현지시간)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무너진 이란 영사관 건물의 잔해를 치우며 생존자를 수색하고 있다. 이날 미사일 공격으로 이란 혁명수비대 고위 간부를 비롯한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하자 이란 정부는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을 예고했다. AFP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이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 영사관을 폭격해 이란 혁명수비대 고위간부를 비롯한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란은 물론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세력 헤즈볼라도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을 공언했다. 중동에서 확전 우려가 고조되는 가운데 국제유가는 5개월 만에 최고치로 상승했다.

시리아 국영 SANA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1일 낮(현지시간) 다마스쿠스의 이란 대사관 옆 영사관 건물을 미사일 6발로 타격했다. 폭격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집계 기관마다 5~8명으로 엇갈린다. 카타르 알자지라방송은 “모두 7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사망자 중에는 이란 혁명수비대 정예 쿠드스군 사령관인 모하메드 레자 자헤디가 포함됐다.

이스라엘 정부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뉴욕타임스는 익명의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 4명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공격의 주체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폭격 지점에 대해 “영사관이 아닌 민간 건물로 위장된 쿠드스군 군사시설”이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군의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 폭격에 분노한 이란 시위대가 1일(현지시간) 테헤란 팔레스타인광장에서 이스라엘 국기와 성조기를 불태우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란은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을 예고했다.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시온주의자 정권(이스라엘)에 모든 책임이 있다. 이란은 국제법과 유엔 헌장에 따라 단호하게 대응할 합법적 권리를 갖고 있다”며 “향후 대응과 처벌의 방식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의 우방인 미국을 향해서도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이번 폭격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이란에 전달했다고 미국 매체 악시오스가 전했다.

레바논 남부 접경지에서 이스라엘군과 충돌해온 헤즈볼라도 성명을 내고 “그냥 지나갈 수 없는 범죄”라며 이란의 보복에 동참할 계획을 밝혔다. 요르단, 파키스탄 등 이슬람권에서도 속속 이스라엘 규탄 성명이 나왔다. 러시아도 이란 편을 들고 나섰다. 러시아 외무부는 “절대 용납될 수 없는 공격”이라며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밖에서 군사행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러시아는 이 사안에 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 개최를 요청했다.

이란은 지난해 10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시작된 이후 헤즈볼라 등 대리 세력만 내세우면서 직접적인 개입은 피해 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영외 영토인 영사관이 공격을 받았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군사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에서 오랫동안 벌어진 ‘선전포고 없는 전쟁’이 새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동에서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자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지난해 10월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배럴당 83.71달러까지 올랐다.

미국이 이스라엘에 전투기를 판매한다는 소식도 중동 불안을 가중시켰다. CNN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이스라엘에 180억 달러(약 24조3000억원) 규모의 F-15 전투기 50대를 판매할 방침을 정하고 조만간 의회에 승인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이스라엘 크네세트(의회)는 이날 알자지라를 포함한 외신의 취재·보도를 국가안보 판단에 따라 금지하는 내용의 ‘알자지라법’을 가결 처리했다. 슐로모 카르히 이스라엘 통신장관은 “알자지라가 수일 안에 폐쇄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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