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노벨상 배출해도 성과 있어야 지원

日, 노벨상 배출해도 성과 있어야 지원

[글로벌 R&D 현장을 가다]
일본도 R&D예산 삭감
비전 없는 지원은 없어
연구 주도권 경쟁 치열

입력 2024-04-03 04:09
게티이미지뱅크

지난달 27일 일본 사이타마현 이화학연구소(RIKEN) 캠퍼스에서 만난 도모미 시모고리 박사는 “일본도 인구가 감소하고 있고 국가재정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어 연구·개발(R&D)비가 점차 줄어든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연구비를 지원받기 위해선 연구가 가진 명확한 비전을 잘 설명해야 한다. 설득하는 것도 연구자의 능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고, 지속해서 세계적인 연구 성과를 내온 RIKEN임에도 조건 없는 정부의 지원을 바라지 않고 치열하게 연구 주도권을 쥐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RIKEN 캠퍼스의 20여개 건물에서는 세계 각국에서 온 연구자들이 각자의 업무를 하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윤석열정부는 ‘비효율의 효율화’를 국정철학으로 삼고 지난해 R&D 예산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그간 R&D 예산이 비효율적으로 편성되고, 별다른 연구 성과를 내지 못하고 낭비되는 일이 많았던 터라 ‘예산 수술’이 필요하다는 판단이었다. 그 결과 정부는 올해 일부 연구 현장의 비효율이 정리됐다고 평가한다. 이에 내년 본격적으로 내실을 다지는 R&D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방침이다.


2일 정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내년 예산에서 R&D 투자를 대폭 확대할 예정이다. 일부에선 정부가 지난해 수준으로 R&D 예산을 회복시킬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올해 정부 R&D 예산은 26조5000억원으로 지난해(31조1000억원)에 비해 14.8%(4조6000억원) 줄었다. R&D 예산이 삭감된 것은 1991년 이후 33년 만의 일이다. 그러나 R&D 예산이 지난해 수준으로 회복된다면 올해 대비 10% 이상 증액되는 셈이다.

정부가 R&D 예산 확대로 정책 방향성 가닥을 잡은 것은 그간 고질적 문제로 지목돼온 각종 비효율과 예산 낭비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됐다는 판단 때문이다.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본부는 최근 R&D 예산 구조조정을 통해 연구 현장의 비효율이 개선됐다는 내용의 보고를 윤석열 대통령에게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국가의 미래 생존과 번영 확보 열쇠로서 R&D의 질적 수준 정체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혁신적·도전적 연구개발’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내년도 예산안 편성 지침을 통해 ‘R&D 예산 복구’ 신호를 감지할 수 있다. 정부는 내년 R&D 예산이 혁신과 도전형 R&D에 집중될 수 있도록 재정지원 시스템을 개선할 방침이다. 민간이 하기 어려운 기초·원천 연구, 차세대 분야 선도기술 확보를 중심으로 R&D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인공지능(AI)과 첨단바이오, 양자 등 3대 ‘게임체인저 기술’을 포함한 미래 전략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한다. 정부는 특히 글로벌 협력 확대를 내년 핵심 사업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국내 우수 연구자를 해외 선도연구에 참여시키고, 해외 우수 인력을 한국으로 유입시키는 식으로 협력을 강화한다.

도쿄=전성필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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