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없는 선거 불신론… “직접 감시” 투표소 앞 철야도 불사

근거없는 선거 불신론… “직접 감시” 투표소 앞 철야도 불사

의혹 제기자들, 여야없이 증가세
이득 노려 부정선거 의혹 제기도
자동차 블랙박스 활용 감시단 꾸려
선거제도 둘러싼 신뢰 더 높여야

입력 2024-04-03 04:09
서울 중구 선거관리위원회에서 2일 선관위 관계자가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용지 모형 공고문을 게시하고 있다. 이번 비례대표 투표용지는 역대 가장 긴 51.7㎝로 100% 수개표가 이뤄진다. 윤웅 기자

4·10 총선을 앞두고 극단적 정치 유튜버들의 부정선거 음모론에 현혹된 이들이 단체행동을 예고하고 있다. 선거제도의 공정성을 믿을 수 없으니 직접 나서서 선거 과정을 감시하겠다는 취지다. 전문가들은 선거제도에 대한 불신과 음모론이 확산하면 민주주의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경남 지역에 거주하는 황모(58)씨는 2일 “오는 5~6일 치러지는 사전투표 때 지인들과 밤을 새워 투표함을 지키기로 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황씨는 2020년 21대 총선 때도 밤을 새워 사전투표소 앞을 지켰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해 반감을 품은 황씨는 2017년 치러진 19대 대선 때부터 꾸준히 부정선거 가능성을 제기해 왔다. 황씨는 당시 자신이 받은 대선 투표용지가 잘못 인쇄됐다고 주장한다. 일반 용지와 비교해 여백이 더 넓고, 용지 중간에 줄이 그어진 용지를 받았다는 것이다.

대구에 사는 박모씨도 수년째 ‘선거 감시’를 자처한 활동 중이다. 모아둔 돈을 다 써서 생활고에 시달리지만 공정 선거를 위한 모니터링 활동을 멈출 수 없다는 게 박씨의 설명이다.

이 같은 선거 불신 기조는 보수뿐 아니라 진보 진영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야당 지지자 A씨는 최근 지지자들을 모아 자동차 블랙박스를 활용하는 선거 감시단을 꾸렸다. 본인의 차를 투표소 근처에 세워두고, 블랙박스 카메라로 특정 정당이 버스로 노인들을 실어나르는 장면을 촬영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 제출한다는 전략이다. A씨는 “노인층을 주된 지지층으로 하는 보수 정당을 겨냥한 것”이라고 말했다.

유권자의 직접 감시가 없다면 정부가 부정선거를 자행할 것이라는 음모론은 정치적 극단 세력에만 통용되는 믿음이다. 문제는 이런 소수의 활동이 점차 극성스러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20대 총선이 치러진 2016년에는 19건의 선거소송이 접수됐다.

그런데 21대 총선이 있었던 2020년엔 180건의 소송이 제기됐다. 대통령 선거의 경우 19대(2017년)에는 24건에 그쳤지만, 20대(2022년)에는 46건으로 소송건수가 2배가량 늘었다. 그만큼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에 대한 불신이 커진 것이다.

선거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유권자가 많아지면 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선거제도 자체가 흔들릴 우려도 있다. 김성수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선거 감시는 정부와 제도가 해야 하는 역할”이라며 “법치의 자리를 개인이 대신하면 민주주의 제도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선거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높일 수 있도록 선관위의 역할 확대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양승함 연세대 명예교수는 “법적 처벌 수위가 낮으니 상업적 이익을 노리고 근거 없는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유튜버도 있다”며 “선관위가 이런 행위에 더 강하게 대처해 헌법기관으로서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환 기자 j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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