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녀석들 대부분 안락사” 시보호소의 슬픈 현실 [개st하우스]

“이 녀석들 대부분 안락사” 시보호소의 슬픈 현실 [개st하우스]

강릉 시보호소 동물사랑센터 내부 공개
수용규모 100마리지만 150마리 포화상태
규정상 신고받으면 무조건 구조 나서야

입력 2024-04-06 04:08
개st하우스는 위기의 동물이 가족을 찾을 때까지 함께하는 유기동물 기획 취재입니다. 사연 속 동물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면 유튜브 ‘개st하우스’를 구독해주세요.

지난달 14일 동물구조단체 팅커벨프로젝트가 강릉 동물사랑센터(시보호소)를 방문해 안락사를 앞둔 유기견 5마리를 구조했다. 강릉 동물사랑센터에는 매년 유기동물 900여 마리가 유입돼 적정 수용 두수 100마리를 제외한 대부분은 안락사 조치 된다. 최민석 기자

“수용 능력을 지나치게 넘어서면 안락사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름도 지어주고 매일 쓰다듬던 녀석들인데…. 안락사가 진행되는 날에는 직원들 모두 눈물을 흘립니다. 누군가 이곳에서 한두 마리라도 구조해준다면 감사한 일입니다.”
-강릉 동물사랑센터 엄욱재 입양팀장

강릉 동물사랑센터 엄욱재 입양 팀장은 “시보호소는 수용 능력을 넘어서면 안락사를 할 수밖에 없다. 누군가 이곳에서 한두 마리라도 구조해준다면 감사한 일이다”고 말했다. 조항미 PD

시보호소가 언론에 내부를 공개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입니다. 연간 수용 규모의 5~10배에 달하는 유기동물이 유입되는 상황 탓에 견사는 늘 가득 차 있고, 같은 이유로 위생상태도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정된 자원과 인력으로 최선을 다해도 결과는 시민들 눈높이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을 겁니다. 강원도 강릉에 위치한 시보호소 동물사랑센터는 지난 17일 오전 국민일보 개st하우스 팀에 센터 내부를 처음으로 공개했습니다. 이미 포화상태인 시보호소의 현실을 알리고, 길에서는 구조됐지만 정작 보호소에서 안락사될 수밖에 없는 유기동물들을 ‘제대로’ 구조할 수 있도록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개st하우스 팀이 센터를 찾았을 때 내부에서는 방진복을 입은 직원이 쉴 새 없이 견사를 쓸고 닦고 있었습니다. 이런 노력 덕인지 센터의 위생상태는 양호했습니다. 하지만 넘치는 유기견들까지 어쩔 수는 없었습니다. 이곳에 수용된 유기동물은 대략 150마리. 적정 수용규모 100마리를 훌쩍 넘겨 견사는 포화상태였습니다.

사실 이 정도는 시보호소에는 일상적인 일입니다. 시보호소가 늘상 수용 규모를 초과할 수밖에 없는 건 규정 때문입니다. 규정상 유기견 신고가 들어오면 시보호소는 무조건 구조에 나서야 하고, 새로 구조된 유기동물을 수용하려면 앞서 구조한 동물을 안락사할 수밖에 없습니다. 안락사를 망설이면 시보호소가 포화상태가 되는 일이 반복됩니다.

이곳에선 보호소 복도를 따라 50여개의 소형견 철창이 2층으로 포개져 있었습니다. 몇 마리라도 안락사를 미루기 위해 보호소 직원들이 임시로 배치한 것입니다. 한 걸음을 옮길 때마다 수많은 눈동자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아직도 그때 본 녀석들의 절박한 표정이 잊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시보호소의 이런 노력에도 아래 영상 속에 있는 유기견 상당수는 지금쯤 이미 안락사됐을 겁니다. 안타깝지만 그게 현실입니다.

강릉 동물사랑센터에 입소한 유기견들이 창살 사이로 취재진을 바라보고 있다. 조항미 PD

‘포화상태’ 시보호소에서 유기견 구조하기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동물단체들 중에는 시보호소에 있는 유기견들을 2차 구조해 입양보내는 이들이 있습니다. 팅커벨프로젝트(팅커벨) 같은 곳입니다. 팅커벨은 시보호소에서 공고기간이 지나 안락사 명단에 오른 유기동물을 다시 구조합니다.

이날도 팅커벨 활동가들이 구조용 이동장을 들고 찾아왔습니다. 안락사가 불가피한 개들 가운데 운이 좋은 5마리가 이날 새 생명을 얻었습니다. 소형견과 생후 3개월 미만의 믹스견 등 그나마 입양 가능성이 높은 녀석들입니다. 이날 구조된 유기견들은 서울 강서구의 팅커벨 제휴 동물병원으로 옮겨져 정밀 검진을 받고, 10일의 격리기간을 거쳐 팅커벨 입양센터에 입소하게 됩니다. 물론 그건 시작일 뿐입니다. 입양자를 찾는 긴 기다림의 시작 말입니다.

입양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입니다. 평생을 함께할 가족을 만나는 일이니까요. 여기서부터 다시 같은 문제가 발생합니다. 공간 부족입니다. 팅커벨 입양센터의 공간 역시 제한적이어서 시보호소로부터 더 많은 유기동물을 구하려면 앞서 구조된 동물이 가능하면 빨리 입양을 가야합니다. 그렇다고 평생 가족을 만나는 일을 허투루 할 수도 없습니다. 딜레마죠.

그래서 나온 아이디어가 임시보호였습니다.

“세상이 바뀌진 않지만…” 임시보호의 의미

임시보호는 말 그대로 유기견이 가족을 찾기 전까지 임시로 보호해준다는 의미입니다. 유기견에게 보호공간뿐만 아니라 사회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활동이죠. 더욱 중요한 특징은 임보자 입장에서는 평생을 책임지는 입양과 비교해 부담이 적다는 점입니다.

만약 임시보호를 대규모로 진행할 수 있다면 팅커벨이 시보호소로부터 더 많은 유기견들을 2차 구조해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개st하우스는 이날 팅커벨에 한 가지 과감한 기획을 제안했습니다. 바로 유기견 30마리를 2개월간 돌볼 시민 30명을 모집하는 2개월 단기 임시보호 프로젝트입니다.

지원자들이 온라인 신청서를 작성하면 전국 시보호소에서 구조한 30마리 유기견을 성향에 맞는 지원자에게 인계해 2개월간 돌봄 및 입양 홍보를 요청하는 겁니다. 돌봄 과정에서 실내 짖음, 분리불안 등 문제행동이 발생하면 개st하우스 소속 행동전문가가 1대1 무료 상담도 진행합니다. 30마리가 임보를 떠나고 팅커벨 입양센터에 생기는 빈자리는 안락사를 앞둔 또 다른 유기견에게 돌아갈 수 있습니다.

팅커벨 입양센터 활동가들도 임보 프로젝트에 거는 기대가 컸습니다. 조신애 선임활동가는 “입양은 부담스럽지만 유기견과 지내보고 싶은 분들이 주로 임보를 신청한다”면서 “정해진 기한 이후에도 임보를 이어가거나 최종 입양을 결정하는 분들도 많다”고 말합니다.

“60일 매일매일이 선물” 2개월 임보자 모집

앞서 팅커벨은 두 차례 유사한 단기 임보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급감한 유기견 입양을 독려하기 위한 캠페인이었습니다. 그때 결과도 놀라웠다고 합니다. 2~3개월간 돌볼 임보자를 모집했을 뿐인데 유기견 60마리가 1년 안에 모두 정식으로 입양이 됐습니다. 팅커벨 황동열 대표는 “임시보호는 유기동물의 입양길을 여는데 가장 효과적인 봉사활동”이라고 말합니다.

과거 참가자들에게도 임시보호는 특별한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2021년 만난 믹스견 설기를 입양한 오현주씨는 “불안에 떨던 유기견이 임시보호를 받으며 안정을 되찾는 모습을 보고 뿌듯했다”면서 “임시보호는 유기견도 임보자도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선물같은 기회”라고 말합니다. 유기견 희망이를 임시보호하다 정식으로 입양했다는 노현우씨는 “입양은 평생을 함께하는 큰 결정이기에 겁이 나서 우선 임시보호를 해보고 싶었다”며 “희망이의 짖음과 배변실수를 감당하느라 힘들었지만 그렇게 하루하루가 쌓여 90일을 채우고 나니 그 기간 전체가 행복으로 채워졌다는 걸 깨닫게 됐다”고 전합니다.

개st하우스는 팅커벨과 함께 유기견에겐 견생역전의 기회를 주고 임보자에겐 추억을 남겨줄 2개월 단기 임보 프로젝트의 지원자를 모집합니다. 기사 하단의 유기견 프로필과 참가 신청서를 참고해주세요.

“함께한 60일 모두 선물같은 순간이었다”

■유기견과 함께하는 60일, 단기 임보프로젝트 지원자, 30명을 모집합니다

■참여를 희망하는 분은 개st하우스 공식 인스타그램(@dogtohome) 혹은 동물단체가 정리한 대상견 정보(https://cafe.daum.net/T-PJT/WEg7/8)를 확인한 뒤, 아래 임시보호 신청서를 작성해주세요

■임시보호 신청서 링크
https://forms.gle/e5KaWR2zPcCKEJyU8


이성훈 최민석 기자, 조항미 PD tellme@kmib.co.kr
많이 본 기사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