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수양벚꽃의 이름

[살며 사랑하며] 수양벚꽃의 이름

김선오 시인

입력 2024-04-08 04:06

화창한 주말이었다. 자주 다니는 집 앞의 거리에도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겨울의 주말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거리를 걷고 있었다. 봄 햇살은 행인들의 이마와 어깨에 맺혔다가 벚꽃 그늘이 그 위로 덮이는 순간 어딘가로 흩어져 사라졌다.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있었다. 매년 맞이하는 계절의 변화를 처음처럼 기뻐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예뻐 보였다.

기뻐하는 사람들 틈에서 함께 기뻐하며 걸었다. 미세먼지로 하늘은 탁했지만 기쁜 마음이 가려지지는 않았다. 길에 피어 있는 벚꽃들이 빛에 튀겨진 팝콘처럼 터져 나와 있는 장면들을 구경하며 걸었다. 주변을 둘러보다 문득 어떤 벚꽃은 하늘을 향해 피어 있지 않고 버드나무처럼 땅을 향해 가지를 늘어뜨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봄마다 벚꽃을 구경하며 걸었는데 한 번도 저런 모양의 벚나무를 본 적은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행은 그렇게 생긴 벚나무는 이름이 다르다고, 그 이름은 ‘수양벚꽃’이라고 알려주었다. 수양벚꽃이라는 이름이 나의 귀를 간지럽히는 것 같았다. 가지를 늘어뜨리며 서 있는 벚나무가 ‘수양벚꽃’이라는 독특하고 예쁜 이름을 가진 나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길가에 늘어선 숱한 벚나무 중에서 수양벚꽃 몇 그루가 곧장 눈에 들어왔다. 수양벚꽃이라는 이름을 알기 전에도 길에는 수많은 수양벚꽃 나무들이 늘어서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이름을 알게 되기 전까지 나는 수양벚꽃의 존재를 명확히 인식하지 못했다. 이름을 알게 되자 그동안 나에게 없었던 존재가 내 세상에 돋아난 것이다.

당연하게도 김춘수 시인의 ‘꽃’이라는 시가 떠올랐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수양벚꽃은 이름을 부르자 정말로 내게 와 꽃이 되었다. 수양벚꽃의 사진을 찍고 수양벚꽃이 만들어내는 그늘을 따라 걸었다. 이름이 나와 수양벚꽃을 이어주고 있었다. 이 세계를 살아가고 있기에 겪을 수 있는 아름다운 연결이었다.

김선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