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 연대임금제 주장은 불평등의 오해에서 비롯

[국민논단] 연대임금제 주장은 불평등의 오해에서 비롯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

입력 2024-04-08 04:03

불평등 진짜 이유는 재벌이나
비정규직 남용 탓 아니라
수출 연동형, 중국발 불평등

한국은 글로벌 경쟁력 가진
대기업들 보유…상층 소득자
사라지면 협력업체 일자리와
전체 근로자 소득 낮아질 것

영세기업의 과도한 보호는
저임금 노동자 장려정책인 셈
‘규모의 경제’ 장려해야
저임금 → 중임금 노동자 증가

이번 총선의 최대 변수는 ‘조국혁신당 돌풍’이 분명해졌다. 조국혁신당은 최근 10대 정책을 발표했다. 지난 4일 ‘사회권 선진국’ 공약을 발표했는데, ‘사회연대임금제’가 포함돼 있다. 사회연대임금제를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고 취재진이 물었다. 조국 대표 답변의 요지인즉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이 실시하고 있는데, 대기업 노동자의 임금을 자제하면 정부가 대기업에 세제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조국혁신당이 경제양극화와 사회권에 관한 정책공약을 발표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조국혁신당의 사회연대임금제는 향후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세 가지를 지적할 필요가 있다.

첫째, 스웨덴 연대임금제를 오해하고 있다.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의 연대임금제는 1950년대 이후 ‘노총’이 추진했던 정책이다. ‘정당’의 정책이 아니다. 둘은 다르다. 노총의 단체협상 전략이었다. 노총 스스로 단체협상을 통해 대기업 임금을 자제하고, 중소기업 임금을 끌어올렸다. 정당과 정부가 ‘임금’에 직접적으로 간섭하면 부작용으로 귀결되기 십상이다.

둘째, 한국경제 양극화의 원인 진단을 제대로 할 필요가 있다. 나는 2022년 9월에 ‘좋은 불평등’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한국경제 불평등 30년 역사를 ‘글로벌 경제’와 연결해서 설명하는 책이다. 한국경제 불평등은 재벌 때문도 아니었고, 신자유주의 때문도 아니었고, 비정규직 남용 때문도 아니었다. 오히려 ‘수출연동형’ 불평등 혹은 ‘중국발’ 불평등의 성격이 매우 강했다. 일례로 진보 정부였던 노무현정부 때 불평등이 증가했고, 보수 정부였던 이명박정부 때 불평등이 줄었다. 진보는 잘못하고, 보수가 잘해서도 아니었다.

불평등은 하층 소득 대비 상층 소득의 격차다. 상층 소득이 오르면 불평등은 증가하고, 상층 소득이 작살나면 불평등은 줄어든다. 한국에서 상층 소득자는 ‘수출-제조업-대기업’ 노동자들이다. 노무현정부 때 불평등이 증가했던 것은 ‘중국 수출 대박’ 때문이었다. 중국은 2001년 12월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했는데, 이후 중국 수출도 대박을 치고, 한국의 대중국 수출도 대박을 치게 된다. 그래서 불평등이 증가하게 된다. 이명박정부 때는 임금 불평등이 줄어든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글로벌 교역량’이 반토막 나서 한국 대기업의 수출도 급감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 불평등의 다른 요인은 ‘부가가치의 양극화’ 때문이다. 한국은 식민지 경험이 있는 제3세계 국가 중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는 제조업 대기업’을 가진 매우 희귀한 나라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등이다.

한국경제 불평등은 ‘상층’은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정도로 잘나가고 있고, ‘하층’은 너무 영세한 저부가가치 사업장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가 망하면 불평등은 어떻게 될까? 불평등은 줄어들게 된다. 왜? 상층 소득자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물론 협력업체를 포함한 일자리도 사라지고, 전체 소득도 낮아질 것이다.

하층의 경우 저임금 노동자 문제와도 직결된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도 저임금 노동자가 많은 편이다. 그 이유는 저부가가치+영세사업장 종사자가 많기 때문이다. 저부가가치 산업의 3대 업종은 농림어업, 음식·숙박·도소매업, 개인 서비스업이다. 이들 종사자의 합계는 약 36%다. 4인 이하 종사자는 28%로 약 600만명이다. 10인 이하 종사자는 41%로 약 900만명이다.

셋째, 한국경제 양극화에 대한 바람직한 해법이다. ‘불평등 축소’ 그 자체가 지상 과제라면 ‘수출전면금지법’을 제정하면 된다. 그러나 수출이 줄어 불평등도 줄지만 일자리와 소득도 줄게 된다. ‘상층’을 끌어내리는 해법은 대체로 바람직하지 않다.

‘하층’을 끌어올리는 것이 좋은 해법이다. 경제학에서 생산성과 상관관계가 가장 높은 것은 ‘규모의 경제’다. 영세기업에 대한 과도한 보호는 ‘저임금 노동자 장려정책’과 같다.

규모의 경제를 장려해야 한다. 소기업이 중기업이 되도록 장려하는 정책을 써야 한다. 그래야 저임금 노동자가 중임금 노동자가 될 수 있다. 단 ‘국민정서법’과 상충할 수 있기에 국민들을 설득해야 한다. 한국경제 양극화를 위한 진짜 해법이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