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배달비 무료의 함정

[한마당] 배달비 무료의 함정

한승주 논설위원

입력 2024-04-08 04:10 수정 2024-04-09 10:41

물가가 오르자 배달비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음식 배달을 줄이기 시작했다. 팬데믹 시기 급성장한 배달 플랫폼 업체들은 지난해 처음으로 역성장했다. 가입자를 획기적으로 늘릴 방법을 고민하던 업체들은 전략을 바꿨다. 누가 더 빨리 배달하느냐에서 누가 더 배달비를 깎아주느냐로. 이렇게 배달비 무료 경쟁이 시작됐다.

배달 앱 시장은 대략 배달의민족(60%) 요기요(17%) 쿠팡이츠(17%) 3사가 90% 이상을 차지한다. 경쟁의 시작은 쿠팡이츠. 지난달 26일 쿠팡 유료 멤버십 회원에 한해 배달 서비스를 무제한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나섰다. 그러자 며칠 후 요기요도 멤버십 구독료를 낮추고 일정 금액 이상 주문하면 배달비 무료 정책을 내걸었다. 지난해 7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업계 1위 배민도 경쟁에 뛰어들었다. 4월부터 ‘알뜰배달 무료’와 ‘주문 음식값 10% 할인’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배달비는 소비자와 음식점주가 절반씩 부담한다. 이번 정책은 소비자가 냈던 절반의 배달비를 업체가 대신 감수하겠다는 뜻이다. 음식점주는 앞으로도 나머지 절반의 배달비를 배달 기사에게 지불해야 한다. 동시에 배달앱에 주문 중개 이용료와 결제 수수료를 따로 내야 한다. 배달 앱이 등장하기 전에는 소비자 입장에선 음식 배달은 무료였다. 앱이 생기면서 소비자에겐 배달비가, 음식점주에겐 주문 중개 이용료가 생겼다. 2015년 식당 주인에게 수수료를 받지 않았던 배민은 시장 지배력이 커진 지금은 음식값의 6.8%를 받고 있다. 쿠팡이츠는 음식값의 9.8%를 떼는 새 요금제를 내놓았다.
업체들은 당장은 손해를 보더라도 소비자를 흡수하려고 한다. 일단 사람을 모아 시장 지배력을 높인 후 비용을 회수하겠다는 전략이다. 무료 배달이 끝난 뒤 그동안 손해 본 비용을 감당시킬 새로운 정책을 내놓을 공산이 크다. 경쟁이 사라진 독과점 시장에서 배달 앱이 부릴 횡포를 감내해야 할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배달비 무료 정책이 달콤하지만은 않은 이유다.

한승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