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엔딩 즐기려다 응급실 엔딩… 행락철 빈틈 노리는 식중독

벚꽃 엔딩 즐기려다 응급실 엔딩… 행락철 빈틈 노리는 식중독

음식 실온서 장시간 방치 땐 위험
환자 22% 낮기온 더운 봄철 발생
가급적 조리 뒤 2시간 내 섭취해야

입력 2024-04-08 19:42
게티이미지뱅크

벚꽃 축제를 비롯한 봄맞이 행사가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규모에 따라 하루 수십만 명의 행락객이 몰리기도 한다. 먹거리는 각종 축제와 야유회에서 빠질 수 없다. 최근 기온이 급상승하면서 경계해야 할 것이 식중독이다. 대부분의 식중독균은 4~60도에서 증식한다. 뜨거운 음식은 최소 60도 이상으로, 차가운 음식은 최대 5도 아래로 보관해야 세균의 증식을 막을 수 있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민선 교수는 8일 “식중독균은 35~36도 안팎에서 번식이 가장 빠르다. 그래서 기온이 높은 6~10월에 세균성 식중독 위험이 가장 크다”면서 “하지만 요즘처럼 일교차가 벌어지는 때도 예외는 아니어서, 조리 식품의 보관·섭취에 소홀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봄철에는 특히 낮에 기온이 올라가는데 방심하고 실온에 음식을 보관하는 시간이 길어지거나 나들이 시 차 안에 놓아둔 음식이 식중독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지난해 전체 식중독 환자의 22.7%가 3~5월에 발생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클로스트리디움 퍼프린젠스 식중독’에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충분히 끓여 조리한 음식이라도 실온에 5시간 이상 방치될 경우 식중독 위험이 커져서다. 퍼프린젠스균은 토양과 하천 하수 등 자연계와 사람을 비롯한 포유류의 장관·분변, 식품 등에 널리 분포한다. 산소가 없는 조건과 43~47도에서 잘 자라고 열에 강한 ‘아포(포자·세균의 씨앗)’를 만들어 살아남는 특징이 있다. 다른 식중독균과 달리 충분히 끓인 음식이라도 다시 증식할 수 있다. 아포는 퍼프린젠스 등의 세균이 고온·건조 등 생존이 어려운 환경에서 만들어내는 것으로, 휴면 상태를 유지하다 다시 자랄 수 있는 여건이 되면 아포에서 깨어나 독소를 배출한다.

식약처 관계자는 “퍼프린젠스균은 산소를 싫어하고(혐기성) 아미노산이 풍부한 환경에서 잘 자란다. 갈비찜 등을 대량으로 조리하고 그대로 실온에서 서서히 식혀 60도 아래로 내려가면 산소가 없는 조리용 솥 내부에서 가열 과정에 살아남은 균의 아포가 다시 증식해 식중독을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육볶음, 불고기, 닭볶음탕 등 육류가 주원료인 조리 식품에서 주로 발생한다. 육류의 내부까지 충분히 익지 않으면 퍼프린젠스균이 사멸하지 않을 수 있다. 해당 음식에 쓰인 고춧가루가 퍼프린젠스 식중독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박 교수는 “퍼프린젠스균은 집단급식 등 큰 용기에 담아 만드는 국 스프 카레 등에서 자라기 쉽다. 약간의 호기 상태가 되면 증식해 포자가 되고 이때 증식해 독소를 만든다”고 말했다.


식약처에 따르면 퍼프린젠스 식중독은 최근 5년간(2019~2023년) 발생한 식중독 원인의 7%(60건)를 차지한다. 노로바이러스(28%) 살모넬라(18%) 병원성대장균(17%) 캠필로박터제주니(9%) 원충(8%) 등에 비해 전체적으로 발생 건수는 적지만 봄과 가을에 상대적으로 많이 발생하는 경향성을 보인다. 5년간 발생한 퍼프린젠스 식중독의 36%(21건)가 9~11월, 24%(14건)가 3~5월에 발생했다. 지난해 발생한 퍼프린젠스 식중독 21건 가운데 9건이 9·10월, 3건은 4월에 발생했다. 음식점이나 직장·학교, 집단 급식 현장에서 발생이 잦고 한 번 발생하면 피해자가 대량으로 발생한다. 많은 음식을 미리 가열·조리해 보관하는 과정에서 관리에 소홀해질 수 있는 탓이다.

지난해 이맘때 군 훈련장에서 대량 조리해 배달된 제육볶음을 점심으로 먹은 훈련생 14명이 퍼프린젠스 식중독에 걸린 사례가 있다. 2021년 한 음식점에서 새벽부터 조리 보관해 둔 수백명분의 닭볶음탕, 제육볶음을 점심으로 섭취한 공사 현장 근로자 190여명이 비슷한 식중독 피해를 입기도 했다.

박 교수는 “퍼프린젠스균의 포자는 100도에서 1시간 이상 가열해도 죽지 않고 60도 이하에서 깨어나 증식한다. 다만 독소는 열에 약해 75도에서 파괴되므로 조리된 음식은 2시간 안에 섭취하고 보관된 음식은 75도에서 재가열해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또 집단 급식소, 음식점에서 대량 조리할 땐 온도 준수와 보관에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 육류 등을 많이 조리할 땐 탐침 온도계를 활용해 중심(고기 속)온도 75도 이상에서 1분 이상 충분히 가열한 후 즉시 제공해야 한다. 즉시 제공이 어렵다면 여러 개 용기에 나눠 담아 5도 이하에서 냉장 보관한다. 소분하면 음식 온도를 낮추기가 쉽다.

뜨거운 음식을 바로 냉장고에 넣으면 내부 온도가 올라가 다른 음식도 상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식혀서 보관한다. 조리 음식 냉각 시에는 차가운 물이나 얼음을 채운 싱크대에 올려놓고 산소가 골고루 들어갈 수 있도록 규칙적으로 저어 식힌다.

일반적으로 퍼프린젠스균에 감염되면 10~12시간 뒤 복통, 설사 등 상대적으로 가벼운 증상을 일으킨 후 회복된다. 박 교수는 “건강하고 면역력 높은 성인의 경우 가볍게 지나가고 자연 치유되지만, 면역력 낮은 영유아와 노인은 위험할 수 있다. 증상이 1~2주 지속된다면 탈수 등 심각한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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