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간관계 유지해야 마지막까지 행복

건강한 인간관계 유지해야 마지막까지 행복

[박중철의 ‘좋은 죽음을 위하여’] ⑦ 성공 아닌 성숙으로 완성되는 삶

입력 2024-04-08 19:40

어떤 사람들이 행복하고 건강하게 늙어가는 것일까? 그 비결을 찾기 위해 하버드 의대 연구팀은 800여명의 다양한 사람들을 평생 추적 관찰했다. 그리고 노년의 건강과 행복에는 건강한 인간관계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밝혀냈다. 아무리 사회경제적으로 성공했어도 가족과 공동체로부터 고립될수록 노인들은 불행하게 삶을 마감했다. 반면 성숙한 사람들일수록 일생 동안 건강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며 행복하게 살았다. 이 연구는 ‘하버드 성인 발달 연구’라고 불리며 현재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 연구는 출신, 건강한 유전자, 명문대 학벌, 큰 성공 모두 나이 들수록 행복에 대한 영향력이 감소했지만, 성숙하게 자신을 표현하고 보호할 수 있는 사람이 마지막까지 행복했다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성숙은 성공과 성취보다는 실패와 시련을 긍정적으로 승화하는 태도를 통해 훈련된다. 같은 맥락에서 템플대 종교학연구소 부위훈 교수는 저서 ‘죽음, 그 마지막 성장’에서 인간은 건강과 성공보다는 노화와 질병,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에서 성장을 이루게 된다고 말한다. 큰 명성과 부를 얻었지만 죽음 앞에서 초라하고 비굴하게 무너져 내린 이들이 많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이 지난 삶을 긍정하면서 죽음마저 담담하게 수용할 수 있으려면 삶의 과정 중에 꾸준히 성숙을 이뤄야 한다.

이코노미스트 한국 특파원이었던 다니엘 튜더는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에서 대한민국은 일제 강점기와 한국 전쟁의 폐허 위에 눈부신 경제성장과 민주화라는 ‘기적을 이룬 나라’인 반면, 물질적 성공과 안정에도 교육, 명예, 외모, 직업에 있어 스스로를 불가능한 기준에 맞추려고 압박한다는 점에서 ‘기쁨을 잃은 나라’라고 말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의 배경에는 만족 없는 욕망을 추구하며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인간적인 유대가 사라지고 행복의 가치마저 잃어버린 성공 강박 문화가 있음을 지적한다. 한국인 특유의 경쟁심이 한국을 성공한 나라로 만들었지만, 그로 인해 우리는 인간적인 신뢰와 성숙의 가치에 소홀했고 결국 고립돼 불행하게 살다 삶의 마지막 순간 더 비참해지지 않기 위해 ‘안락사’를 외치는 지경에 이르게 됐다.

박중철 가톨릭의대 인천성모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 교수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