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초롱] 작은 불꽃 하나가

[청사초롱] 작은 불꽃 하나가

박수밀(한양대 연구교수·동아시아문화연구소)

입력 2024-04-10 04:06

해마다 4월이면 프로야구가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비록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특별한 상황 하나가 눈에 띈다. 만년 하위였던 한화가 상위권에 든 것이다. 전에 없던 시즌 초반 기세라고 한다. 한화는 그동안 만년 꼴찌라는 불명예 타이틀을 갖고 있을 정도로 지는 데 익숙한 팀이었다.

달라진 한화의 중심에는 메이저리그에서 돌아온 류현진 선수가 있다. 류 선수가 가세하자 선수단 분위기가 달라져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싹텄으며 그가 선발 출전할 때마다 팬들은 야구장을 가득 채워주고 있다. 한 사람으로 인해 선수단 분위기에 희망이 솟고 팀에 활력이 생기고 있다.

한 사람이 집단과 사회에 가져다주는 힘은 때로는 폭발력이 크다. 한 사람의 행동이 조직에 큰 변화를 불러오기도 하고 한 사람의 실천이 사회 전반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일으키기도 한다. 한 사람의 영향력은 옆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쳐 사회의 생각과 가치관을 바꾸기도 한다. 한 예로 한국 사회에 진정한 어른의 의미를 깨우쳐준 김장하 선생이 있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약방의 점원이었던 선생은 열아홉 살에 한약사 자격을 얻은 후 한약방을 성실히 운영해 많은 돈을 벌었다. 선생은 번 돈을 가난한 이웃과 지역 사회를 위해 아낌없이 베풀기 시작했다.

병들고 불행한 사람들에게서 얻은 이윤이므로 함부로 자신을 위해 쓰여서는 안 되고 마땅히 공공의 것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했으며, 지역서점살리기운동, 가정폭력 피해 여성 지원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아낌없이 도와주었다. 남에게 도움을 주고 나면 “줬으면 그만이지”라며 전혀 바라지 않았으며 자신이 하는 일을 알리려 하지도 않았다.

선생은, “돈은 똥과 같아서 쌓아두면 구린내가 나지만 흩어버리면 거름이 되어 꽃도 피우고 열매도 맺는다”라는 철학으로 남에겐 아낌없이 베풀었다. 하지만 자신은 매우 검소해서 평소 다 해진 옷을 입고 다녔으며 수십년 동안 같은 찻잔과 방석을 사용했다. 선생의 헌신적인 베풂과 사회운동은 돈을 버는 것 자체가 목적인 세상에 돈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알려주고 시민운동을 이용해 명예를 탐내는 사람들에게 참된 시민운동의 의미를 깨쳐 주었다.

그 한 사람이 꼭 뛰어나거나 훌륭한 사람일 이유도 없다. 평범한 한 사람의 위대한 실천도 세상을 변혁하고 사람들의 인식을 바꾼다. 평범한 한 사람으로 인해 그가 속한 집단에 대한 편견이 깨지고 그가 속한 사회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도 한다. 내가 속한 공동체, 내가 속한 나라의 이미지가 바뀐다.

스물여섯살 이수현군은 일본에서 유학 생활을 하던 중 한 기차역에서 선로에 떨어진 사람을 구하려다 열차에 치여 목숨을 잃고 말았다. 국적을 넘어 소중한 목숨을 바친 이수현군의 인간애와 정의로운 행동은 일본 사회에 큰 충격과 감동을 주었다. 그의 숭고한 희생은 일본 사회에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일본 사회는 그의 행적을 초등 교과서에 수록하고 위령비를 세워 그를 진심으로 추모했다. 따뜻한 인류애를 품은 한 평범한 젊은이의 고귀한 희생이 국적을 넘어 평화와 우호 증진의 씨앗을 뿌린 것이다.

작은 불꽃 하나가 큰불을 일으키고 작은 도토리 하나가 큰 숲을 만든다. 베이징에 사는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계속 영향을 일으켜 미국 뉴욕에 큰 폭풍을 일으킨다. 한 사람의 힘은 사소하지 않아서 한 사람으로 인해 사회의 운명이 결정되고 그가 속한 공동체가 큰 유익을 얻을 수 있다. 누구나 그러한 ‘한 사람’이 될 수 있다.

박수밀(한양대 연구교수·동아시아문화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