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의 다른 말은 의지… 공존하지 않으면 파멸”

“기생의 다른 말은 의지… 공존하지 않으면 파멸”

‘기생수: 더 그레이’ 연상호·전소니
인간 비판, 공존 해답도 인간에 있어
메시지 긴 대사 설명은 호불호 갈려

입력 2024-04-10 04:03
인간도 기생생물도 아닌 수인(전소니)은 양쪽에서 위협을 받는 상황에 부닥친다. 하지만 그는 위험을 무릅쓰고 인간을 도우려 한다. 기생생물은 이를 이해하지 못한다. 강우(구교환)는 말한다. “너희는 살아 숨만 쉬는 거면 생존이라 생각하지. 인간은 달라. 인간은 사람들 속에 살아야 생존이야.” 지난 5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기생수: 더 그레이’를 관통하는 주제는 공존이다. 인간만을 위해 다른 생명을 파괴하는 인간을 비판하면서도, 공존의 해답 역시 인간 안에 있음을 기생생물과의 싸움을 통해 전달한다.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9일 만난 연상호 감독은 “원작 ‘기생수’란 작품이 가진 주제는 모든 생물은 공존한다는 거다. 제목에서도 볼 수 있다시피 공존하는 모든 존재는 기생한다”며 “하지만 기생을 달리 표현하면 의지하며 살아간다는 말도 된다. ‘기생’이란 게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거라는 걸 수인과 하이디가 깨닫는 과정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수인과 기생생물 하이디는 원작 만화 ‘기생수’의 설정과 달리 직접 대화할 수 없다. 대신 강우가 중간에서 전달자 역할을 한다. 전소니는 “강우를 두고 가까워지는 설정이 좋았다. 다른 사람을 통해 나를 깨달아 가는 게 매우 중요한 일이라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연상호(오른쪽) 감독은 “메시지를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넷플릭스 제공

작품은 이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6부작 동안 촘촘하게 달려간다. 그 과정에서 인간이 공존하며 살아가는 데 핵심이 되는 ‘조직’이란 개념이 자주 등장한다. 경찰 조직, 기생생물 전담팀 더 그레이 조직, 강우가 몸담은 폭력 조직, 종교집단 등 다양한 조직이 나온다. 조직은 부정적으로 묘사된다. 이는 조직이란 대(大)를 위해 개인이란 소(小)를 희생하고 배척하는 데서 비롯된다. 하지만 인간의 힘을 발견하게 되는 건 모순적이게도 다시 조직이다.

연 감독은 “완전히 아웃사이더였고 혼자라 생각했던 수인의 주변엔 많은 사람이 있었고, 수인은 이들을 끌어당기며 변화시킨다”며 “여러 조직의 안 좋은 모습이 담겼다고 해서 인간은 결국 혼자임을 주장하는 작품이냐 한다면, 그와 정반대라고 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공존하지 않고 자신만의 생존에 몰두해 조직 내 다른 구성원들을 등한시했을 때, 그 끝엔 파멸만이 기다린다는 건 경찰 원석(김인권)과 목사 권혁주(이현균)의 결말에 담겼다.

수인과 하이디가 원작 만화 ‘기생수’의 신이치, 오른손이와 달리 직접 대화할 수 없어 강우가 중간다리 역할을 해준 것도 같은 맥락에서 추가된 설정이다. 같은 날 만난 전소니는 “신이치와 오른손이가 직접 친해지는 것과 달리 다른 존재(강우)를 두고 가까워지는 게 좋았다”며 “사회라는 게 혼자 애쓴다고 되는 게 아니구나, 다른 사람을 통해서 나를 보고 깨달아가는 게 사회 안에서 인간으로 사는 데에 매우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다만 이런 메시지를 작품 속 인물이 긴 대사로 직접 말하는 것에 대해선 호불호가 갈린다. 전하고자 하는 바가 선명해서 좋다는 반응도 있지만, 너무 장황하고 직접적이라 흐름을 깬다는 반응도 있다. 이에 대해 연 감독은 “명확한 걸 좋아하는 편이다. 국내 관객뿐 아니라 전 세계 관객에게도 보이는 작품이라면 메시지가 좀 더 명확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전소니에게 작품에서 가장 좋아하는 대사를 물었다. 그가 꼽은 대사엔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압축돼있었다. “정수인은 이상한 아이다. 사람에게 받은 수많은 상처를 가지고도 결국에는 누군가를 믿는 걸 포기하지 않는, 누군가에게 먼저 손 내밀 줄 아는 그런 인간이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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