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강에서] 세월호와 한국교회

[샛강에서] 세월호와 한국교회

우성규 종교부 차장

입력 2024-04-11 04:08

경기 안산광림교회 성도 A씨는 “살다 보면 그런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배 속에 있을 때부터 함께 붙어 다니며 독서 모임을 하고 이웃으로 지내던 언니들. 주고도 더 주고 싶고, 시간이 허락한다면 더 오래 보고 싶은 얼굴들. 안산 단원고 2학년 4반 수현 엄마, 영옥 언니와 3반 예은 엄마, 은희 언니가 그런 존재라고 했다. 두 언니와 언니의 아이들 덕분에 더 많이 웃었고, 인연을 귀하게 여기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다가 맞이한 2014년 4월 16일, 속보를 통해 배가 침몰했다는 소식을 듣고 언니들에게 전화했을 때 “아이들이 모두 구조됐다는데 갈아입을 옷이 필요할 것 같아 서둘러 내려가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대답을 들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까.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인데, 걱정할 일은 없을 거야. 하나둘 단원고에 모인 성도들은 촛불을 켜고 기도하기 시작했다고 A씨는 증언했다.

그날 이후 세 명의 가족 중 한 명은 “종교는 또 다른 권력의 하나일 뿐이며 교회는 영혼 구원과 세상의 평화를 위한 곳이 아니다”며 신앙을 버렸다고 A씨는 전했다. 다른 한 사람은 “어제의 하나님이 오늘은 없는 것처럼 헷갈린다”며 한 발만 교회에 걸쳤고, 또 다른 이는 “더 돈독한 신앙심을 가지고 교회와 더 가까워졌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세상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등 돌리거나 흔들리거나 더 깊이 나아가거나”라고 덧붙였다.

A씨의 증언은 지난 7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화랑유원지 4·16생명안전공원 부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0주기 기억예배에서 진행됐다. 세월호 유가족을 돕던 그리스도인들은 참사 이듬해인 2015년부터 정부 합동분향소 주차장 컨테이너에서 매주 예배를 드리기 시작했다. 2018년 합동분향소가 철거된 이후엔 단원고가 올려다보이는 화랑유원지 옆 4·16생명안전공원 부지에서 매월 첫째 주일 오후 5시 예배를 드리고 있다.

목회자와 성도들은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롬 12:25)는 말씀 그대로 지난 10년간 유가족 곁에서 예배의 자리를 지켜왔다. 물론 모두가 그런 건 아니다. “가난한 집 애들이 수학여행을 불국사로 가면 될 일이지, 왜 제주도로 가다가”란 말이 참사 초기 목사 직분자의 입에서 나왔다. “하나님이 공연히 이렇게 세월호를 침몰시킨 게 아니다”며 “어린 학생들, 꽃다운 애들을 침몰시키면서 국민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라는 이해 못할 언설도 역시 강대상에서 들려왔다.

사실 한국교회에서 익숙한 패턴이다. 누군가 막말과 실수와 분탕질을 하면 한국교회의 건강한 상식을 지닌 다수 그리스도인이 이를 아파하고 부끄러워한다. 모질게 남을 정죄하지 않는 대신 참고 기도하며 당사자 스스로 회개하고 돌이키기를 간구한다. 세월호 관련 “이제 지겨우니 그만하라”는 반응이 공공연히 나와도 비판을 삼가며 그렇게 반응한 이들부터 구원받아야 할 대상이란 점을 되뇌고 있다.

세월호 가족들과 10년간 함께 비를 맞으며 곁을 내어주고 먼 길을 걸어온 그리스도인들은 선한 사마리아 비유 속 “누가 강도 만난 자의 이웃이 되겠느냐”(눅 10:36)란 주님의 질문에 충실하게 응답했다. 이해할 수 없는 고난을 겪는 이들과 함께하며, 돈과 이윤이 세상의 주인이 아니고 오직 주님만이 주인이라고 고백해 왔다.

안산 주민 A씨는 이날 “예배를 통해 정의와 평화가 강물처럼 흐르는 세상, 아픈 자 옆에서 눈치 보지 않고 곁을 내어주며 손잡아주는 세상을 꿈꾼다”고 말했다. 세월호 이후에도 이태원과 오송 지하차도 등 사회적 참사는 반복되고 있다. 그리스도인들이 먼저 나서서 생명이 최우선으로 존중받고 안전이 무엇보다 강조되는 사회를 만드는 일에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

우성규 종교부 차장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