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 탄소중립에 제대로 된 열에너지 계획 필요

[여의도포럼] 탄소중립에 제대로 된 열에너지 계획 필요

윤제용(서울대 교수·화학생물공학부)

입력 2024-04-11 04:03

현재 많이 쓰는 에너지는 크게
전기·열·역학에너지 세 종류
비중 20%인 전기 외 80%인
열·역학에너지에도 주목해야

특히 열에너지 비중 커질 텐데
정확한 사용통계도 없는 실정
사용실태 파악 및 제도 정비해
치밀한 열에너지 정책 세워야

탄소중립은 기후위기 극복의 열쇠다. 기후위기의 주요 원인은 석탄, 석유, 천연가스 같은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이다. 문제는 우리 사회가 작동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의 80% 이상이 화석연료로 공급된다는 것이다. 세계로 범위를 넓혀도 화석연료 의존도는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탄소중립 전환은 에너지 전환이고, 치밀한 계획이 성공적 전환의 전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을까. 우리 사회에서 최종적으로 소비되는 에너지는 형태별로 전기에너지, 열에너지, 역학에너지 등이다. 이 가운데 전기에너지가 가장 친숙할 것이다. TV, 냉장고, 세탁기 등 전자제품은 우리 삶을 풍족하게 해준다. 그래서 사람들은 전기에너지 생산만 태양광, 풍력 같은 재생가능 에너지로 대체할 수 있다면 탄소중립 전환이 가능하다는 착각에 빠진다. 하지만 우리가 쓰는 전체 에너지 가운데 전기에너지 비중은 현재 20%에 불과하다.

우리 사회는 전기에너지를 어떤 에너지원으로 공급할지에 탄소중립 정책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원자력에너지 도입과 활용을 두고 이념적으로 대립하며 역량을 소진하고 있다. 원자력에너지 논의는 현재 전기에너지의 30% 정도로 전체 에너지의 6∼7%를 위한 것이다.

전기에너지가 중요한 에너지원이라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탄소중립 논의가 최종 에너지의 20%에 불과한 전기에너지에 온통 집중되는 것은 합리적이거나 균형적이라고 볼 수 없다. 탄소중립 과정에서 전기에너지 비중이 점차 커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대한민국 2050 시나리오’에도 전기에너지 비중은 50% 미만이다. 80%에 해당되는 전기가 아닌 에너지 전환이 순차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전기에너지의 탈탄소화만으로 탄소중립이 달성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은 자명하다. 따라서 30년 이상 점진적으로 추진할 탄소중립 전환에서 전기에너지가 아닌 에너지에 대한 이해와 고려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렇다면 전기에너지 외에 열에너지, 역학에너지는 어디에서 사용될까. 열에너지의 대표적인 예는 가정이나 상업·공공 건물의 난방, 온수, 취사 등이다. 이 과정에서 가스보일러에 천연가스가 사용된다. 천연가스 사용량을 줄이고 열 효율을 높이려면 단열 시스템을 개선하거나 열 공급을 효율적으로 하는 히트펌프가 필요하다. 일부 전기에너지가 최종적으로 열에너지로 사용되는 것을 포함하면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지역난방은 열에너지를 일부 공급하지만 아직 3% 정도로 미미하다. 유럽에선 열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보조금을 주며 히트펌프 공급을 크게 늘리고, 관련 기술 개발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 열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공급하는 히트펌프 기술이 전기차 같은 새로운 성장동력 산업을 발전시킬 수도 있다.

열에너지 사용은 산업에도 매우 중요하다. 산업체에선 주로 생산공정에 열에너지가 사용된다. 제품을 만들면서 고온·건조 공정이 많아 열에너지 사용도 적지 않다. 낮은 온도로 고온·고압 공정을 대체하는 기술 개발도 중요하고, 고온에 필요한 열에너지를 효율적인 히트펌프로 공급하거나 미활용 열을 이용하는 혁신이 필요한 실정이다.

역학에너지의 대표적인 예는 휘발유와 경유를 쓰는 내연기관 자동차지만 전기차 보급에 따라 점차적으로 전기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즉 미래의 에너지 사용량 비중은 크게 전기에너지와 열에너지로 나뉠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비중이 전기에너지보다 훨씬 높으면서도 미래에도 한 축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열에너지에 대한 정책적 관심이 전기에너지에 크게 못 미치는 이유는 뭘까.

에너지 전환에 대한 철학과 이해관계가 팽팽하게 대립돼 진영화된 우리 사회에서는 에너지 계획에 대한 합리성이 결여돼 있다. 뿐만 아니라 열에너지의 최종적 사용에 대한 제대로 된 통계가 없는 것도 문제다. 열에너지에 대한 기본계획이나 정책을 세우는 데 애로사항이 많을 수밖에 없다. 제대로 된 통계 없이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올 수 없다. 우리 사회에서 전체적인 탄소중립 전환에 대한 논의와 준비, 그리고 전환 계획이 잘 진행되지 않는 것은 아쉽기도 하다. 화석연료와 열에너지가 우리 사회에 어떤 용도로 쓰이는지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적절한 기술 확보 및 법, 제도 정비를 통해 합리적인 탄소중립 전환을 추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윤제용(서울대 교수·화학생물공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