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말년의 언더우드 선교사 美에 보낸 편지 수십통 ‘햇빛’

[단독] 말년의 언더우드 선교사 美에 보낸 편지 수십통 ‘햇빛’

연세대, 뉴욕대서 무더기 발굴
국민일보, 편지 사본 단독 입수

입력 2024-04-11 03:00 수정 2024-04-11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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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이름 원두우 원한경인 언더우드 부자는 대를 이어 한국선교를 위해 헌신했다. 서 있는 이가 원한경, 앉아 있는 이가 원두우 선교사다. 한국기독교문화연구소 제공

호러스 G 언더우드(원두우·1859~1916) 선교사의 서거 1년 전 마지막 조선에서의 활동을 보여주는 선교 편지가 새롭게 발굴됐다. 1885년 4월 5일 조선 땅을 밟은 미국 장로교의 첫 내한 선교사 언더우드의 후기 사역과 연희전문학교(현 연세대)의 전신인 조선기독대 설립 준비과정은 물론 가정 이야기와 건강 문제까지 자세히 기록돼 있다.

연세대 한국기독교문화연구소는 미국 뉴욕대(NYU) 귀중본 열람실에서 언더우드 선교사가 엘머 브라운 뉴욕대 총장과 주고받은 편지 수십 편을 찾아내 번역 작업을 준비 중이다. 언더우드 선교사의 숨겨진 헌신과 못다 한 사역이 새롭게 드러날지 주목된다.

10일 국민일보가 단독 입수한 언더우드 편지 사본을 보면 날짜는 1915년 5월 7일, 수신인은 브라운 뉴욕대 총장이다. 언더우드 선교사가 1916년 사망하기 한 해 전 서울에 마지막으로 머물던 시점으로, 지금껏 관련 기록이 공개된 적이 없던 내용이다. 편지에서 언더우드 선교사는 대를 이어 한국선교에 헌신하게 될 아들 호러스 H 언더우드(원한경·1890~1951)의 한국어 실력을 자랑한다. 그는 “한국어 습득 능력이 빨라 큰 기쁨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언더우드 부자(父子)는 뉴욕대 동문이다.

아버지 언더우드 선교사가 1915년 뉴욕대 브라운 총장에게 보낸 편지. 오른쪽 사진은 1921년 언더우드 선교사의 형이 역시 뉴욕대에 보낸 편지다. 한국기독교문화연구소 제공

언더우드 선교사의 조선 선교를 지원하고 오늘날 연세대 신촌 캠퍼스의 대지 구입 자금을 보내준 형 존 T 언더우드의 컬러 편지도 눈에 띈다. ‘언더우드 타자기’로 성공한 사업가였던 존 언더우드는 1921년 12월 역시 브라운 총장에게 보낸 편지에서 여성 의사로서 구한말 조선선교를 자원해 이 땅에서 언더우드와 결혼하고 명성황후를 비롯한 환자들을 돌본 릴리어스 H 언더우드(1851~1921)의 사망 소식을 전한다. 100년 전 편지로는 드물게 그림이 인쇄된 용지에 파란색 잉크로 타이핑된 편지는 언더우드 부부가 조선 땅에서 외국인들이 걸리던 만성 장질환으로 5년의 시차를 두고 사망해 충격이라고 밝힌다.

연세대 한국기독교문화연구소는 미국 코넬대 콜로라도대 에머리대 풀러신학교 하버드대 의회도서관 연합감리교아카이브역사센터 등지에서 한국에 복음을 전한 선교사들의 친필 편지를 계속해서 발굴하고 있다. 미국뿐 아니라 캐나다 영국 호주 스위스 및 국내에 소장된 선교사 편지를 수집해 활용도가 높은 편지 5000건에 대한 데이터베이스 작업을 1차로 완료했다.

이는 ‘내한 선교사 편지(1880~1942) 디지털 아카이브’로 명명된 연구 작업으로 유진 벨, 로티 벨, 윌리엄 전킨, 윌리엄 불, 넬리 랭킨, 프랭크 스코필드, 스탠리 마틴, 제임스 게일, 플로렌스 머레이, 조셉 놀런, 애나 매퀸, 우드브리지 존슨 등 개화기 조선에 발을 내디딘 선교사들의 편지를 15권의 책으로 출간했다.

이번에 공개한 언더우드 선교사의 편지는 3년에 걸쳐 또다시 발굴과 번역 작업을 병행할 2차 연구의 일환이다. 이외에도 한국 기독청년회(YMCA)의 활동을 보여주는 문서 2000여건은 물론 언더우드와 아펜젤러 선교사를 지도하며 지금의 대한기독교서회를 설립한 프랭클린 올링거 선교사의 편지도 번역할 계획이다.

연구 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허경진 전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선교 편지는 전도활동에 대한 기록일 뿐만 아니라 구한말 정치 외교 경제 무역 사회 풍속 언어 문화 교육 의료 건축 산업 등 한국의 전통과 근대를 상세하게 보여주는 1차 사료의 가치가 있다”고 밝혔다. 선교사들이 방대한 편지를 남겼으나 체계적으로 연구가 진행되지 않았고, 연구계획보다 훨씬 더 많은 편지가 발굴돼 번역을 기다리고 있다고 허 전 교수는 강조했다. 그는 “이 땅에 복음을 전한 선교사들에 대한 빚진 마음으로 선교 편지 총서 작업에 열정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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