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보은에서 들려온 슬픈 소식

[데스크시각] 보은에서 들려온 슬픈 소식

모규엽 사회2부장

입력 2024-04-11 04:02

지난달 말 충북 보은에서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왔다. 생후 33개월밖에 안된 아이가 도랑에 빠져 심정지 상태로 구조됐지만 상급종합병원 이송을 거부당해 결국 숨진 사건이다.

당시 아이는 주택 인근에 있는 물 웅덩이에 빠졌고 심정지 상태로 보은의 한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 병원에서 심폐소생술과 약물 투약 등 응급치료를 받아 맥박이 돌아왔다. 그래서 병원은 상급종합병원으로 이송해 아이를 살리려 했다. 그런데 모두 병상 부족을 이유로 이송을 거부했다. 결국 아이는 다시 심정지 상태에 빠졌고, 끝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이송을 거부한 대형병원들은 의사 파업을 의식했는지 “의료공백 사태로 전원을 거부한 것이 아니다”고 했다. 전원을 했어도 너무 위중해 아이의 목숨을 살리긴 힘들었다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어린 생명을 살리기 위해 뭐든 해야 했다. 무슨 조치라도 해놓고 하늘의 뜻에 맡겨야 했다. 이송도 못해 병상에 누워 있는 아이, 그리고 그저 꺼져가는 자식의 모습을 지켜봐야 했던 부모의 모습을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먹먹해진다. 33개월이면 이제 겨우 세 살 정도다. 한창 귀여움을 받고 재롱부릴 아이가 손 한 번 제대로 못 써본 채 하늘로 간 것이다. 아이를 처음 치료한 보은의 병원 관계자는 “큰 병원으로 이송했으면 소생할 가능성이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고 한탄했다고 한다.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의 의료·지역 현실과 관련해 많은 걸 생각하게 만든다. 의사들이 극렬 반대하고 있는 의대 증원 논란은 차치하고라도 지역 필수의료 붕괴와 소아청소년과 기피 현상이 만연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이가 사고가 난 보은은 시골이긴 하지만 대전과 세종, 청주와 차량으로 1시간 이내 지역이다. 그런데 상급종합병원 거의 모두가 전원을 거부했다. 구체적으로 충북 1곳, 대전 3곳, 세종 1곳, 충남 2곳, 경기도 2곳 등 총 9개의 병원에 전원을 요청했지만 결국 모두 허사가 됐다.

보은과 가까운 대전과 세종, 청주는 각각 광역시, 특별자치시, 충북 중심도시로 소위 대도시로 불린다. 그런데 이들 지역에서조차 필수의료시설이 부족해 소중한 생명을 살리지 못했다. 수도권과 지방의 의료 불균형은 심각한 수준이다. 지방 일부 의료원은 연봉 4억원을 내걸고 공모해도 의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또 하나 문제는 의사들의 특정 분야 기피 현상이다. 당시 이들 지역 병원에선 전원 불가 이유 중 하나로 “소아청소년과 중환자실은 평소에도 자리가 적다. 병상이 없어서 수용할 수 없다”고 했다고 한다. 사실 의사들의 소아청소년과 기피 현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다른 분야에 비해 민원이 빈번하고, 낮은 수가와 환자 수 감소로 운영 자체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더 나아가 요즘 우리나라의 화두는 저출생과 지방 소멸 위기다. 그런데 보은 사건에서 보듯 지방 공공의료 인프라가 열악한 상황에서 누가 지방에 가고, 아이를 낳겠는가.

정부는 의사 증원 문제뿐만 아니라 지역의사제, 필수의료 수가 대폭 인상 등과 같은 세부 분야도 의사들과 머리를 맞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대한의사협회 등 의사단체들도 스스로를 사회지도층, 지식인으로 생각하는 만큼 우리 사회의 당면 과제인 지역 필수의료 붕괴, 저출생 등과 관련해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끝으로 하늘나라로 떠난 아이에게 어른으로서 정말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그리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를 잃은 부모님께도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모규엽 사회2부장 hirt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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