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국민의힘의 총선 3연패

[세상만사] 국민의힘의 총선 3연패

권지혜 정치부 차장

입력 2024-04-12 04:05

늘 그렇듯 민심은 매섭고 오묘했다. 4·10 총선이 이를 또 한번 확인시켜줬다. 국민의힘은 집권당이던 2016년 20대 총선에서 원내 2당으로 내려앉으며 입법 권력을 야당에 넘겨줬다. 청와대와 여당의 독선적 국정 운영에 대한 심판이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2020년 21대 총선에선 103석을 얻는 데 그쳤다. 당시 집권당이던 더불어민주당(180석)과의 의석수 격차가 1987년 이후 최대로 벌어졌다. 그리고 윤석열정부 집권 3년 차에 실시된 이번 총선으로 21대보다 더 극심한 여소야대 국회가 만들어졌다. 정부 출범 직후 치러진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압승한 지 2년 만에 정반대 결과가 나왔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다.

국민의힘이 최근 세 번의 총선에서 내리 패배하는 동안 ‘협치하라’는 경고가 이어졌지만 국민들 보기에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인물·정책·비전 없는 최악의 ‘3무(無) 선거’라는 비난 속에서도 전국 투표율이 67.0%로 역대 최고치를 찍은 건 정부 심판론이 거세게 일었다는 것 말고는 달리 설명할 게 없다. 무도한 야당을 견제할 최소한의 힘을 달라는 여당의 읍소 전략은 먹히지 않았다. 지금까지 뭐하다가 이제 와 그런 말을 하는 여당이 더 뻔뻔하다는 게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선거전 내내 절박하다며 한 표를 호소했다. 선거전에 뛰어든 후보들도 하나같이 절박함을 입에 올렸다. 하지만 정말 절박했는지는 의문이다. 선거에서 떨어질까봐, 패장이 될까봐 급했던 거지 국가와 미래가 걱정돼서 한 소리는 아닌 것 같다. 선거날이 임박해 여권 인사들 사이에선 ‘그래도 120석 정도는 얻지 않겠느냐’는 낙관론이 새어 나왔다. 민심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거나 설마 그렇게까지 지겠는가 하고 현실을 외면했다는 얘기다.

정부·여당 입장에서 앞으로 펼쳐질 정국은 난관의 연속이다. 더불어민주당과 비례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만 해도 175석의 압도적 과반이다. 여기에 조국혁신당과 스스로를 야권으로 규정한 개혁신당까지 더하면 범야권 의석이 192석에 달한다. 지난 2년 동안 여소야대에 막혀 국정 운영에 제동이 걸렸던 정부는 남은 임기 3년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됐다. 의료 개혁은 물론이고 노동·연금·교육 등 3대 개혁과 세제 개편 등 국회 입법 협조 없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범야권이 200석까지 달성하지 못한 건 아무리 정부 하는 일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국정이 마비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또 다른 민심으로 보인다. 범야권이 헌법 개정, 대통령 탄핵소추, 대통령 거부권 무력화 등이 가능한 권력까지 쥐었다면 요동친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할 만큼 정국이 흔들렸을 것이다.

가야 할 방향은 정해져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비서실장을 통해 “총선에서 나타난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국정을 쇄신하고 경제와 민생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야당과 소통하고 협조를 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인데 중요한 건 말이 아니라 실천이다. 이제는 야당을 직접 설득하고 국민과 소통하는 쪽으로 국정 기조를 전환하지 않고는 남은 3년 임기를 이끌어가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걸 받아들여야 한다.

또 하나, 의회 권력을 독점한 야당 앞날이 반드시 꽃길인 것만도 아니다. 법안과 정책을 좌지우지할 힘이 있다고 정부 발목잡기로 일관한다면 민심은 언제든지 돌아설 수 있다. 선거 때마다 늘 나오는 얘기지만 민주당이 좋아서, 마음에 들어서 표를 준 게 아니라는 지적을 새겨야 할 것이다.

권지혜 정치부 차장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