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건강] ‘눈물로 혈당 측정’, 국내 연구진이 상용화 길 텄다

[And 건강] ‘눈물로 혈당 측정’, 국내 연구진이 상용화 길 텄다

당뇨 진단·관리, 콘택트렌즈로

입력 2024-04-16 04:05
렌즈 착용하면 눈물 속 당 체크
핸드폰 앱으로 수치 손쉽게 확인
구글이 개발 포기했던 한계 극복
연대·세브란스·경북대·KIST 등
공대와 의대 망라한 연구진 쾌거

연세대 박원정 연구원 제공

당뇨병을 진단·관리하는 일반적인 방법은 혈액 채취를 통한 혈당 측정이다. 대개는 바늘로 손가락 끝을 찔러 혈당을 재는데, 신체적·정신적 고통과 2차 감염의 위험이 따른다. 근래엔 피부 패치형 연속혈당측정기도 보급돼 있다. 이 또한 바늘 같은 센서를 피부밑에 꽂아야 하기 때문에 조직 손상이 일어나고 일상 생활에 불편이 불가피하다. 침이나 땀, 소변 등을 통한 체내 당 측정 연구도 이뤄지고 있지만 오염도가 높고 정확도가 낮은 한계가 있다. 최근엔 혈당 측정의 편의성과 정확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연구 소재로 눈물이 주목받고 있다.

눈물에는 몸속 건강의 바로미터인 다양한 대사물질이 존재하며 당뇨병의 바이오 마커(생체 지표)인 당 성분도 존재한다. 눈물은 안구의 습도 유지를 위해 항시 존재하기 때문에 포집이나 측정의 접근성이 좋고 눈꺼풀의 보호로 쉽게 오염되지 않는 장점이 있다.

글로벌 기업 구글이 2000년대 초·중반 눈물에서 혈당을 측정하는 ‘스마트 콘택트렌즈’ 개발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눈물 속 당 수치가 혈당을 정확히 대변하는지, 눈물당과 혈당의 상관성이 있는지 확인하지 못해 개발을 포기했다.

눈물로 혈당 측정, 편의·정확성 중요

이런 상황에서 국내 공동 연구진이 기존 한계를 극복하고 눈물로 당뇨병을 진단·관리하는 시대에 성큼 다가가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이들은 실시간으로 눈물 성분을 분석해 정확하게 혈당을 측정하는 스마트 콘택트렌즈 개발에 성공했다. 연구진은 이르면 5년 내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실용화되면 콘택트렌즈를 통해 측정된 눈물당 수치는 무선으로 연동된 스마트폰 앱에서 혈당값으로 자동 전환돼 사용자들이 손쉽게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박장웅 교수·박원정 연구원, 연세대 의공학교실 김자영 교수,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이용호 교수, 경북대병원 안과 김홍균 교수, 경북대의대 김정호 연구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김주희 연구원 등은 이런 내용의 연구 논문을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최신호에 발표했다.

논문 제1저자인 박원정 연구원(박사과정)은 15일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눈물 속 당을 측정하는 고감도 센서와 이를 휴대용 기기로 전송하는 무선 통신용 안테나가 내장된 스마트 콘택트렌즈를 제작하고 동물실험과 사람 대상 임상시험을 통해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눈물이 콘택트렌즈에 내장된 전기화학센서 표면에 닿으면 센서 표면에 존재하는 ‘당 특이 효소’에 의해 화학 반응이 일어난다. 그 과정에 발생한 전류 변화를 렌즈 내부 칩이 읽어 들여 눈물 속 당 농도를 계산하는 원리다. 진단 센서 및 무선 통신 방식의 혈당 측정 연구는 연세대 공동 연구진이 전 세계적으로 가장 앞서 있으며 이번에 ‘실용화 직전 단계’의 성과를 내놓은 것이다.


박 연구원은 “모든 진단용 측정 기기에서 중요한 것은 실제 수치와의 정확도(상관관계)다. 특히 눈물 속 성분의 경우 혈액 성분과의 상관성에 대한 논란이 지속 제기돼 왔다”면서 “이런 논란은 눈물 기반 당뇨 진단·관리 기기 실용화에도 걸림돌”이라고 설명했다.

눈물당과 혈당간 상관성 논란의 핵심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눈물 포집 과정에서 발생하는 ‘안구 자극’이다. 사람 눈물은 기본 눈물(안구에 항시 존재)과 반사 눈물(이물질 등 물리적 자극 시 분비), 감정 눈물(울음 등 감정 작용으로 분비)로 나뉜다. 3가지 눈물 중 혈액 속 성분과 상관관계가 존재하는 것은 기본 눈물이다.

그런데 이전 연구의 경우 눈물 포집 과정에서 안구를 자극해 반사 눈물 분비의 영향을 피하지 못했다. 두 번째는 측정 간격에 있다. 눈물당과 혈당의 상관성을 정확히 파악하려면 연속적인 측정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기존 연구들은 눈물 포집 방식의 한계로 단발성의 측정만 가능했다는 것이다.

연세대 공동 연구진은 이런 두 가지 걸림돌을 해결하며 최초로 정확한 상관관계 규명에 성공했다. 콘택트렌즈를 낀 직후에는 반사 눈물로 인해 눈물층이 불안정하므로, 착용 후 1~3분 정도 ‘안정화 시간’을 가진 뒤 측정하면 눈물당과 혈당의 연관성이 높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 분 단위의 연속 눈물당 측정이 가능하도록 해 식후 등 환경에 따라 가변성 높은 체내 당 수치를 더욱 촘촘히 모니터링할 수 있다.

상용화 두 가지 걸림돌 해결

연구진은 정상이거나 당뇨를 앓는 토끼와 개(비글) 각 8마리, 건강한 사람과 당뇨 환자 각각 10명씩을 대상으로 스마트 콘택트렌즈로 눈물당을, 혈당 측정기로는 혈당을 쟀다. 그 결과 모든 실험에서 혈당값 변화에 맞춰 눈물당 수치가 같이 등락하는 것을 확인했다. 다만 대상자들의 눈물당 수치 등락은 개별적으로 다른 시간 간격을 두고 혈당 변화를 따라갔다. 연구팀은 이를 ‘개인화된 시간 지연’으로 정의했다. 이어 혈당과 눈물당 간 상관관계 분석에 사용한 ‘피어슨 상관계수’에 각기 다르게 지연 정도를 적용하니, 그 값이 0.9 이상으로 나왔다. 피어슨 상관계수는 값이 1에 가까울수록 상관성이 높다. 또 ‘일치 오류 격자 분석(혈당 측정기의 정확도 판단 방법)’을 통해 눈물당 수치를 기반으로 혈당값을 예상해 설정하고 실제 혈당을 쟀더니 예상한 혈당 수치는 혈당 측정기값과 오차가 거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피어슨 계수는 두 값의 경향성 일치도를 보여준다. 스마트 콘택트렌즈 측정의 정확도가 90% 이상으로 매우 높음을 의미한다.

스마트 콘택트렌즈가 상용화할 경우 일반인 혹은 당뇨 환자가 자유롭게 탈착하며 사용할 수 있다. 박 연구원은 “렌즈를 낀 후 스마트폰 앱에서 ‘착용 완료’ 버튼을 누르면 안정화 시간까지 기다리는 화면이 나타난다. 안정화 완료 후 ‘측정’ 버튼을 눌러 연속적인 측정을 진행한다. 측정된 눈물당 수치가 자동으로 혈당 수치로 변환돼 스마트폰 화면에 표시된다”고 했다.

콘택트렌즈는 시중 판매되는 소프트렌즈와 동일 소재로 제작돼 안구에 부드럽게 착용될 수 있고, 렌즈에 장착된 안테나 등은 시야를 가리지 않는다. 연구팀은 향후 보다 많은 사람 대상의 임상 데이터를 확보해 신뢰성과 안전성을 높인 뒤 상용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용호 교수는 “스마트 콘택트렌즈는 눈물로 확인 가능한 콜레스테롤, 안압 등도 정확히 측정할 수 있어 다른 질환 진단 및 치료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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