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 시장이 던지는 물음표들

[뉴스룸에서] 시장이 던지는 물음표들

조민영 경제부 차장

입력 2024-04-15 04:08

4·10 총선이 끝난 후 정국은 안갯속으로 들어갔다. 참패한 여권은 재편이 불가피해졌다. 192석의 범야권이라고 평온할 리 없다. 많은 것을 쥔 만큼 여러 선택지를 둘러싼 각자의 셈법이 바쁠 수밖에 없다. 각 당내 변수가 많아진 가운데 양측이 부딪쳐 벌어질 일들의 앞날은 더욱 불투명하다.

금융시장은 이런 불확실성에 가장 즉각적으로 민감히 반응한다. 대표적인 게 증시다. 통상 선거를 앞둔 증시는 호재성 정책 발표와 공약에 대한 기대감에 오르지만, 선거가 끝나면 하락한다. 이번 총선에선 특히 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발표됐다. 직접적 증시 부양책을 내놓은 셈이다. 시장은 기업 인센티브 부족 등 몇 가지 미진함을 지적하면서도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공언했던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도 투자자를 겨냥한 정책이었다. 하지만 정부발 약속이 쏟아졌던 만큼 선거 이후 증시 방향성이 바뀔 것이란 불안한 시선도 많았다. 여당 참패 시 밸류업 정책에 부정적 영향이 클 것이란 전망들이었다.

선거 결과는 야당 압승이었다. 밸류업 상장사에 세제 혜택을 주는 인센티브는 추진이 가능할지, 내년 예정된 금투세는 시행되는 것인지, 공매도는 어떻게 되는지 등 시장의 의문은 커졌다. 선거 다음 날인 11일 코스피는 이런 ‘총선 엔딩’ 불안을 반영하듯 2655선까지 하락하며 장을 시작했다. 재밌는 건 이날 미국 물가 충격, 달러화 강세 등의 악재까지 겹쳤는데도 외국인과 개인의 매수세가 들어오면서 결국 오름세로 장을 마쳤다는 것이다. 총선 결과의 여파가 의외로 크지 않았던 셈이다. 12일 코스피는 추가 하락해 2700선을 내어줬지만, 주가를 끌어내린 가장 큰 요인은 치솟은 원·달러 환율이었다. 환율 충격에 총선 결과는 어느새 잊힌 듯했다. 이날 역시 기관이 대거 매도하며 주가를 끌어내린 가운데 외국인과 개인은 주식을 더 사들였다.

시장에선 밸류업이라는 큰 방향이 뒤집히진 않을 것이란 기대에 투자자들이 좀 더 무게를 싣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이를 ‘믿음’으로 해석하긴 어렵다. 오히려 이미 정부 정책이 수차례 뒤집히는 경험을 한 투자자들이 선거 결과를 새삼스러운 위험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에 가깝다. 무엇보다 현재 우리 증시는 자체적인 힘보다 글로벌 금융시장, 특히 미국 금융 상황에 영향받는 연동성이 매우 높아진 상태다. 상대적으로 국내 정치 영향력은 낮아졌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금융 당국이 할 수 있는 일은 시장이 제기한 의문들을 풀어내는 것이다. 물음표가 많은 시장은 불확실성이 크고, 그런 시장을 자본은 기피한다. 누구에게 유리하고 불리할지보다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 가장 좋지 않다. 공매도를 금지한다, 해제한다는 정책 자체보다 갑자기 금지했다가 언젠간 풀 것 같은 애매함이 시장을 더 혼란스럽게 하는 식이다. 밸류업도 마찬가지다. 기업 인센티브를 위해 세법 개정이 필요할 수 있지만, 그것이 밸류업의 필수조건은 아니다. 성공 사례로 주목받은 일본 증시 밸류업 프로그램에도 기업에 대한 직접적 혜택 등은 없었다. 기업이 자본시장에서 투자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게 스스로 변하고 이를 통해 투자를 받게 되면 그 자체가 훌륭한 인센티브라는 인식의 변화가 우선이다. 따분한 얘기 같지만, 그런 방향의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는 당국과 기업의 일관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 진짜 밸류업의 시작이다. 거대 야당 탓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며 시장의 의문에 누구도 책임 있는 답을 하지 않는다면 겨우 찾은 밸류업의 기회는 또 사라질 수 있다.

조민영 경제부 차장 my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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