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지면 심근경색·급사… 예방적 스텐트 시술 땐 위험 ↓

터지면 심근경색·급사… 예방적 스텐트 시술 땐 위험 ↓

[전문의 Q&A 궁금하다! 이 질병] 취약성 동맥경화
박덕우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

입력 2024-04-15 18:31
서울아산병원 박덕우 교수가 취약성 동맥경화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박 교수팀은 최근 파열 위험이 큰 취약성 동맥경화 환자 대상 스텐트 시술 효과 관련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에 발표해 주목받았다.

대사증후군·유전 등 위험인자
금연·운동·비만 조절 신경써야
CT·MRI로 고위험군 선별연구 필요

건강검진 등을 통해 심장 혈관에 동맥경화 소견이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면 특별한 증상이 없다고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파열 위험이 큰 이른바 '취약성 동맥경화'는 아닌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런 동맥경화인 경우 '경화반(지질 덩어리를 둘러싼 섬유성 막)'이 갑자기 터져 혈관을 막으면 심근경색이나 급사로 이어질 수 있다. 그간 약물 치료에 머물렀던 취약성 동맥경화 환자들도 좁아진 혈관을 넓히는 스텐트 시술을 받으면 파열로 인한 급성 심근경색이나 사망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전 세계 심장 의학 전문가 2000여명이 모인 미국 심장학회(ACC2024) 자리에서 최근 발표됐다. 해당 연구 논문은 세계적 의학 학술지 '랜싯'에도 동시에 실렸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박승정 석좌교수, 박덕우·안정민·강도윤 교수팀이 10여 년에 걸쳐 이뤄낸 연구 성과다. 연구 책임자인 박덕우 교수는 15일 “취약성 동맥경화는 혈관 협착이 50% 정도 진행돼도 혈류는 정상적으로 흘러 별다른 증상이 없지만, 막이 얇은 만큼 갑자기 터지기 쉽다. 이런 경우 약물치료가 표준이지만, 스텐트 시술을 적극적으로 받으면 사망 등 심혈관 사건 발생을 예방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박 교수에게 취약성 동맥경화와 해당 연구에 대해 들어봤다.

-취약성 동맥경화는 어떻게 다른가.

“동맥경화는 경화반의 성분에 따라 안정형과 취약성(불안정형)으로 나뉜다. 경화반은 혈관 내부에 지방이나 염증 등 이물질이 쌓이고 두꺼워져 돌출되는 것이다. ‘죽종’이라고도 한다. 죽종의 내부는 죽처럼 물렁하고 주변은 섬유성 막을 형성한다. 안정형은 혈관 안에 기름기가 적고 막이 두꺼우며 천천히 진행되지만, 취약성은 내부에 지질 성분이 많으며 동반된 염증 반응으로 인해 막이 얇고 쉽게 파열된다.”

-위험 인자는.

“50세 이상, 흡연, 기름진 식단이나 비만, 당뇨병·고지혈증 등 대사증후군이 있다. 기존에 알려진 동맥경화 원인 외에 심근경색 및 돌연사는 유전성도 관련 있다. 여러 연구에서 취약성 동맥경화에 유전적 요인이 관여한다고 알려져 있다.”

-동맥경화반이 파열되면.

“취약성 동맥경화반은 막이 얇아 대개 혈관 협착 정도가 50% 미만이다. 협착이 50% 정도 진행돼도 혈류는 정상적으로 이뤄져 별다른 증상이 없다. 다만 막이 얇은 만큼 터지기 쉽다. 동맥경화반이 갑자기 파열되면 혈관 내부의 염증에 반응해 혈전(피떡)이 생기고 혈관을 틀어막아 급성 심근경색이나 급사를 유발할 수 있다.”

-어떻게 구별하나.

“취약성 동맥경화의 정확한 진단을 위해선 혈관 내 초음파 혹은 혈관 내 광학단층촬영(OCT) 같은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관상동맥 CT나 MRI로도 판단할 수 있다고 보고된다. 단순한 심전도나 일반 심장 초음파 검사로는 진단 불가능하다. 취약성 동맥경화반은 협착이 50% 미만인 경우가 흔하고 그로 인해 증상 없는 환자도 많아 기본 검사로는 발견이 어렵다.”

박 교수는 “다만 모든 무증상 환자들에 혈관 내 영상 검사를 할 수는 없기 때문에, 향후 어떤 환자를 선별해 추가 검사를 시행할지 연구가 필요하다. 또 CT나 MRI 등 비침습적 방법으로도 고위험군을 선별하기 위한 연구가 더 많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의 주요 결과는.

“2015~2021년 한국 일본 대만 뉴질랜드 등 4개국 15개 기관에서 취약성 동맥경화 진단을 받은 1606명을 대상으로 약물 치료군(803명)과 약물치료에 더해 예방적 스텐트 시술을 받은 군(803명)으로 나누어 치료 효과를 비교했다. 예방적 스텐트 시술 그룹의 2년 후 사망, 급성 심근경색, 재시술, 불안정형 협심증으로 인한 입원 등 주요 심혈관 사건 발생률(0.4%)은 약물치료만 받은 그룹(3.4%) 보다 약 8.5배 낮았다. 이를 평균 4.4년(최대 7.9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스텐트 시술군의 심혈관 사건 발생률(6.5%)은 약물 치료군(9.4%)에 비해 약 1.4배 낮았다.”

-연구의 의의는.

“지금까지 취약성 동맥경화 환자 대상 예방적 스텐트 시술 효과 연구는 3~4개에 불과하다. 연구 대상도 대부분 100명 미만이었고 중간에 연구가 중단돼 근거가 매우 부족했다. 이번 연구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로 진행됐다. 약물 치료와 예방적 스텐트 시술 간 주요 심혈관 사건 발생률 차이를 비교한 세계 첫 연구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전 세계적 치료 기준 및 가이드라인을 바꾸는데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

-동맥경화 환자에게 조언한다면.

“앞서 말한 대로 어떻게 환자를 정확히 선별해 예방적 스텐트 시술을 시행할지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만약 혈관 내 초음파 검사로 취약성 동맥경화가 정확히 진단된 환자라면 예방적 스텐트 시술이 충분히 좋은 장기 예후를 보일 걸로 생각되는 만큼,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박 교수는 “스텐트 시술 후에도 혈전에 의해 막히는 걸 방지하기 위해선 항혈전제나 고지혈증약을 꾸준히 복용하고 스텐트가 이동할 수 있어 주기적 검사와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금연과 식이, 운동, 비만 조절에도 신경 써야 한다고 당부했다.

글·사진=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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