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이 건강 자본인 이유

근육이 건강 자본인 이유

이창우 박사의 젊은 노인 의학 <2>

입력 2024-04-16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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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 소속 손흥민 선수의 몸값은 5000만 유로다. 한화로 대략 737억원이다. 몸을 돈으로 환산하는 게 썩 좋은 계산법은 아니지만 몸의 외형과 건강이 곧 자본이란 논리는 꽤 현실적이다. 이 시대 최고 자본은 ‘건강’이다.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넘어가는 초고령화 사회에서 건강은 계급처럼 위계를 결정짓는 자본이 될 수 있다. 노인이 건강을 가지고 못 가지고의 차이는 삶의 질뿐 아니라 지식과 연륜, 경험의 위계까지 차별화할 것이다.

손의 악력이 줄어 수저를 들지 못하고 보행 속도가 느려지다 걷지 못하며, 누군가의 손에 몸을 의탁할 수밖에 없는 노인이 느끼는 감정은 무엇일까. “내가 빨리 가야 자녀가 편하지”란 말 속의 깊은 회한을 젊은 사람은 상상조차 못 할 것이다.

정형외과 전문의로서 ‘건강 자본’ 중 가장 먼저 말하고 싶은 게 ‘근육’이다. 삶의 질을 높이고 젊은 노인이 되기 위해 저축해야 할 건강 자본은 근육이다. 건강한 근육을 가진 노인과 그렇지 않은 노인의 삶의 질 차이는 크다. 꼿꼿한 자세와 탄탄한 근육으로 무거운 덤벨을 들어 올리는 노인은 부러움과 선망의 대상이다. 노화 과정에서 근육은 ‘자신의 몸을 스스로 가눌 수 있느냐 없느냐’를 논하는 ‘생존 자립’의 차이로 나타난다.

자신을 가족에게 의탁할 때 미안함과 민망함을 견뎌야 하는 인간의 ‘품위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또 근육은 노인의 경제·사회·관계적 기초를 넘어 ‘얼마나 삶을 풍요롭게 누릴 것인가’와 같은 인간의 자기실현 차이에까지 그 위계를 확대한다. 게다가 근육과 건강 문제는 간혹 노인 학대라고 하는 ‘차별’과 ‘폭력’의 문제로 악화하기도 한다. 이러니 어찌 노인에게 건강이 자본이 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우리나라 노인 사망 원인 1위는 ‘낙상’이다. 암도, 기저질환도 아니다. 근육은 이 낙상을 예방한다. 낙상하더라도 외상에서 빠져나오게 돕는 최적화된 건강 자본이다. 의학은 어깨와 척추, 골반과 무릎 질환은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을 만큼 진보하고 있다. 하지만 근육량이 적은 노인은 어떻게 도울 방법이 없다. 근육량과 근력이 줄어든 환자는 수술 회복도 더딜 뿐 아니라 재발 확률도 높다.

탄수화물 위주의 식단이 습관화되고 ‘만보 걷기’가 운동의 전부로 여겨지는 한 근육이란 건강 자본은 쉽게 얻기 어려울 것이다. ‘밥을 많이 먹고 열심히 걷기만 하면 건강해질 수 있다’는 착각은 ‘비만’이나 ‘마른 비만’ ‘퇴행성 관절염’ ‘노화의 가속화’ ‘기초 대사량 감소’ 같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근육은 온몸에 퍼져 커다란 덩어리를 이루고 있으나 그 기초는 근섬유이다. 이 근섬유는 ‘액틴’과 ‘미오신’이라는 단백질 구조물로 이뤄져 있다. 저절로 생기지 않고 힘을 써야 만들어진다. 일상생활 활동 정도로는 어림없다. 일상의 움직임을 넘어서려는 노력이 발휘돼야 몸은 스스로 활성화되고 근육량을 늘린다. 몸을 튼튼하게 유지하려는 젊은 노인은 확실히 근섬유 양이 늘어나 있다. 반면 큰 활동을 하지 않는 노인은 서서히 근육의 양이 줄면서 노화 과정이 가속화된다.

어떻게 근육을 늘릴 수 있을까. 단백질 섭취가 중요하다. 하지만 단백질만 섭취한다고 근육이 느는 것도 아니다. 단백질 섭취를 많이 해도 움직이지 않으면 산화 작용으로 더 많은 노화 재료를 만들 뿐이다. 중요한 건 조금 더 움직이는 것이다.

근육량을 늘리는 데 필요한 운동은 코어 근육을 위한 운동이다. 플랭크나 데드리프트, 스쿼트 등 어깨 허리 골반 허벅지의 코어 근육을 잡아주는 운동이면 무엇이든 좋다. 다만 정확한 자세와 방법을 따르는 게 중요하다. 자신의 몸이 견딜 수 있는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정확히 확인하고 활동량을 조금씩 늘려보자.

노화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그러나 근육이라는 건강 자본을 가진 노인은 노화를 늦출 수 있다. 황혼의 인생을 자기 다리로 걸어보고 자기 손으로 만들어가면서 풍요로운 삶을 창조할 수 있다.

<선한목자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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