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지역에 투자 늘리는 이차전지 3사

북미 지역에 투자 늘리는 이차전지 3사

부진한 실적 전망에도 증설 추진
시장선점 의도… 과잉생산 우려

입력 2024-04-16 04:02

국내 이차전지(배터리) 3사가 북미 지역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올해 1분기 부진한 실적 전망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일부에선 과잉생산을 우려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1분기 157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고 잠정 발표했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세액공제 보조금(1889억원)을 제외하면 사실상 적자다. 실적 발표 전인 SK온과 삼성SDI도 부진한 성적이 예상된다.

그럼에도 이들 기업은 전기차 주요 시장인 미국에서 증설을 이어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7조2000억원을 들여 애리조나주에 전기차용 원통형 배터리와 에너지저장장치(ESS) 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했다. 미국에서만 8번째 배터리 공장이자 단일 최대 규모 투자다.

SK온은 2025년까지 미국에서만 186GW 생산 능력을 갖출 예정이다. 500㎞를 주행할 수 있는 전기차 180만대 이상을 만들 수 있는 규모다. 미국 완성차 업체들과 합작공장 3곳을 짓고 있는 삼성SDI는 단독공장 설립을 검토 중이다.

3사가 건설 중인 공장이 완공되면 북미 지역은 핵심 제조 거점으로 탈바꿈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5.4%인 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 내 생산 비중은 2027년 37.0%로 늘어난다. 같은 기간 삼성SDI는 생산 비중이 0%에서 53.0%로 급증한다. SK온의 미국 공장 생산 비중도 절반을 넘어설 전망이다.

업체들이 미국 공장 증설에 속도를 내는 것은 이미 받은 선주문을 맞추기 위해서다. 지난해 말 기준 3사의 수주 잔액은 1160조원에 달한다. LG에너지솔루션 500조원, SK온 400조원, 삼성SDI 260조원이다. 상당 물량이 포드, 제너럴모터스(GM) 등 미국 기업들 주문이다.

국내 기업의 미국행 러시는 중국 기업의 우회 진출에 맞서 시장을 선점하려는 의도도 있다. CATL은 테슬라, 포드, GM과 배터리 개발 협력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북미 전기차 시장을 선점해온 한국 업체들이 중국 업체와의 격차를 벌려 나갈 골든타임”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규모 투자에 따른 공급 과잉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전기차 확대에 부정적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에 따라 부진한 수요가 회복하는 데 상당 기간이 걸릴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이 단기적으로 주춤할 수 있지만 올 하반기부터 수요가 회복하면서 과잉생산이라는 말이 쏙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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