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초롱] 콘텐츠의 생명력

[청사초롱] 콘텐츠의 생명력

김시래 성균관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겸임교수

입력 2024-04-17 04:02

SNS에 음식 사진을 올리는 사람들이 전국의 맛집을 관광산업의 전진기지로 만들듯이 대중문화 트렌드는 마케팅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디지털 시대의 판매담당자라면 이걸 읽어내서 콘텐츠를 만들고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공유경제 모델을 적용한 사례부터 보자. 소비의 크기를 줄여 행복의 크기를 키우려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플랫폼 기업이 있다. 알라딘과 당근마켓이다. 알라딘은 인터넷 대형 서점 최초로 오프라인에 중고 서점을 열었다. 독자들은 다 읽은 책을 팔아 저렴한 가격에 책을 다시 구입했다. 거리에 헌책을 팔고 사는 벼룩시장이 생긴 것이다. 디지털 트렌드에 역행한다는 우려는 기우였다. 2011년 종로점을 시작으로 퍼져나간 매장이 56개로 늘어났다. 강남엔 스페셜티급 생두 커피를 마시며 책을 보는 공간도 있다.

당근마켓은 쓰던 물건을 교환하는 직거래 플랫폼이다. 이름대로 ‘당신 근처의 중고 시장’인 것이다. 이 플랫폼은 동네 사람들 간의 소소한 물건 교환에 주목했다. 서울의 연남동이든 부산의 해운대든 가까운 곳에 사는 동네 주민이라면 비슷한 생활 수준과 비슷한 생활 양식을 갖고 있어 교환할 만한 물건이 많다. 얼굴을 마주 보는 직거래 형식이고 판매자의 평판 조회도 가능해서 기본적인 신뢰도 보장된다. 최근에는 강아지를 맡아줄 사람까지 찾는다는 알람까지 울린다.

그러나 모든 플랫폼이 황금알을 낳는 것은 아니다. 줄 서는 식당의 비결은 예쁜 그릇이 아니라 맛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콘텐츠가 알차야 플랫폼에 사람이 몰린다. 최근 좋은 본보기 하나를 보았다. 자신들의 홍보 캐릭터를 대중문화 콘텐츠와 결합해서 미래의 잠재 고객을 선점하고 수익의 하나로 삼는 도전적 시도가 그것이다. 주인공은 노란색 기름방울을 닮은 에쓰오일의 구도일(GooDoil) 캐릭터다. 최근 서울 용산CGV 7층에선 2012년에 도입돼 운전자들에게 친근한 이미지인 구도일의 애니메이션 ‘폴라레스큐 슈퍼가디언즈’의 제작 발표회가 있었다. 행사장엔 제작사인 에이컴즈와 에쓰오일 관계자, 굿즈 제작업체, 기자들로 가득했다.

기장과 스튜어디스가 좌석을 돌며 안내를 하고 있었고 좌석 밑엔 ‘세이프티 박스(Safety Box)’라고 새겨진 선물 상자가 놓여 있었다. 행사 참가자를 구조대원으로 설정해서 모두 함께 북극으로 떠난다는 이야기 때문이었다. 곧 북극으로 떠난다는 아나운서의 안내 멘트가 있자 11분짜리 26개로 구성된 작품의 제작과정 영상이 소개되고 제작사 대표, 연출 감독, 에쓰오일 브랜드 책임자가 차례로 기획 의도를 발표했다. 제작사는 온 가족이 즐길 긴장감 만점의 이야기를 최첨단의 입체적 표현 기법을 이용해 이 애니메이션 콘텐츠를 성공시키겠다고 밝혔다. 영상 콘텐츠의 생명력은 이야기의 공감도와 구성력의 디테일이다. 연출 감독은 구조대의 대장 격인 스톰이 자신감과 협동심의 대변자로 개성적 캐릭터를 지닌 5명의 대원과 함께 지구 온난화로 인한 빙하의 소멸, 해일, 화재를 이겨내고 북극의 환경을 지켜 나간다고 줄거리를 소개했다. 행사장의 연출력처럼 영상의 시나리오에 의미와 재미를 담아낸다면 그들의 이력에 또 하나의 족적을 남길 것이다.

한편 프로젝트를 주관하는 에쓰오일의 민웅기 부장은 기업 홍보 캐릭터를 애니메이션 콘텐츠에 접목해 독자적인 생명력으로 열성 팬을 구축하는 최초의 마케팅 사례를 만들 것이라고 했다. 물론 뚜껑을 열어봐야 알 것이다. 하지만 행사 끝에 그는 ‘익숙함은 지루함을 낳고 새로움은 설렘을 남긴다’는 인상적인 말을 했다. 누구든, 어떤 일이든 그럴 것이다.

김시래 성균관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