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태원의 메디컬 인사이드] 대마 맛 액상 전자담배 이대로 괜찮나

[민태원의 메디컬 인사이드] 대마 맛 액상 전자담배 이대로 괜찮나

입력 2024-04-18 04:05

‘대한민국이 허락한 유일무이한 대마초.’ 단순 소지는 물론 흡연·거래·재배 모두 불법인 대마초를 해외도 아닌 대한민국이 허가했다니. 깜짝 놀랄 일이다.

그런데 이런 황당한 내용이 대마 맛·향을 표방한 액상 전자담배 제품의 인터넷 쇼핑몰 판매 광고에 버젓이 등장하고 있다. 온라인 공간이니만큼 청소년들도 누구나 접근할 수 있다. 개발 업체는 ‘안동대마규제자유특구 선정 기업이 만든 대마초향 액상담배’라고 홍보한다. 공인받은 제품임을 강조하려는 속셈이다. 확인 결과 거짓이었다.

얼마 전 무분별한 신종 담배 온라인 판촉을 고발하는 국민일보 보도(3월 19일자 24면)가 나간 직후 경북산업용헴프규제자유특구 관계자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해당 업체는 특구 지정 기업이 아니며 사실과 다른 정보의 삭제를 요청했다고 해명했다. 좀 더 알아보니, 해당 업체는 저환각성 대마(헴프)를 활용한 의료·바이오산업 육성을 목적으로 2020년 중소벤처기업부가 정한 규제자유특구 사업의 예비 기업으로 선정됐다가 최종 심사에서 탈락했다. 결국 특구 사업자 자격을 얻지 못했는데도 특구 이름을 들먹이며 소비자들을 속인 것이다.

아무리 지역 특구법 사업이라 해도 마약인 대마의 취급에 따른 일탈과 부작용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 그만큼 특구 사업 주변에 대한 철저한 감시와 모니터링이 따라줘야 하는데 관리가 허술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지역 특구법에 일탈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는 점도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개발 업체는 특구 운영 기관의 오류 정보 삭제 요청에 “언론 보도로 홍보가 되고 있다”며 배짱 식으로 반응했다고 한다. 일말의 기업 윤리를 찾아볼 수 없다. 그들은 액상 전자담배에 THC나 CBD 등 대마의 향정신 성분은 배제했다고 홍보한다.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대마 맛을 내세워 판촉하는 것 자체가 성인은 물론 청소년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마약에 대한 긍정적이고 친근한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음을 모르는 것일까. 아니면 돈벌이에 눈이 멀어 애써 외면하는 것인가. 해당 액상 전자담배는 지금도 거짓 정보 그대로 전용 쇼핑몰에서 팔리고 있다.

경북 특구는 해당 업체를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한다. 소비자를 속이거나 소비자에게 잘못 알게 할 우려가 있는 거짓·과장된 표시·광고를 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을 어겼다는 것이다. 해당 업체의 태도로 봐선 기업의 양심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신속한 신고와 당국의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마약류 관리 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도 보도 직후 사실관계를 파악했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대처 방법을 고심 중이다. 업체 주장처럼 해당 액상 전자담배에 대마의 환각 성분이 들어 있지 않다면 마약류관리법 적용이 애매하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온라인 사이트 차단 가능 여부를 논의 중이라고 한다.

관계 부처나 기관의 이런 대응은 미봉책일 뿐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액상 전자담배 자체에 대한 규제 강화에 있다. 현재 시장에서 주류로 자리잡은 합성 니코틴 제품 등 대부분의 액상 전자담배는 담배사업법상 담배에 해당하지 않아 ‘규제 사각지대’에 있다. 이런 규제의 빈틈을 파고들어 이익을 취하려는 얌체 업체들이 기승을 부릴 수밖에 없다.

최근 액상 전자담배를 이용한 마약 범죄가 증가 추세다. 청소년이 관여된 사례도 적지 않다. 담배사업법상 담배의 정의에 전자담배 액상과 기기 장치가 포함되면 온라인 판매 및 광고 행위가 금지된다. 대마 맛 표방 액상 전자담배의 판촉도 규제할 수 있다. 종료를 앞둔 21대 국회에선 담배 정의 확대 법 개정 노력이 무위에 그쳤다. 곧 구성될 22대 국회에서 관련 논의의 진척이 있길 기대한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