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본은 연금 등 제도개혁 착착… 한국이 걱정이다

[사설] 일본은 연금 등 제도개혁 착착… 한국이 걱정이다

입력 2024-04-19 00:32 수정 2024-04-19 00:32
국민일보DB

일본 정부가 국민연금 보험료 납부기간을 최대 45년으로 연장하는 등 공적연금제도 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민 누구나 노후에 최소한 수령할 수 있는 기초연금 수급액을 늘리기 위한 대책의 일환이라고 한다. 20여년 전 직장근로자가 가입하는 후생연금을 대대적으로 수술한 일본 정부가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재정 악화에 대비해 다시 제도 개혁에 나선 것이다.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연금개혁은 일본에서도 인기 없는 정치적 어젠다(의제)다. 하지만 일본 정부와 집권 자민당은 차근차근 개혁을 밀어붙이고 있다.

반면, 일본보다도 저출산·고령화 속도가 더 빠른 한국은 말만 무성할 뿐이다. 연금 재정이 기존 예측보다 더 악화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경고음이 잇따라 울리지만 연금 개혁은 한 치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출생아 수는 급감하는데 국민연금 수급자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2055년 적립금 고갈이 불가피하다. 문재인정부는 정치적으로 ‘인기 없는’ 연금개혁을 사실상 포기했다. 윤석열정부도 보험료율, 소득대체율 등 핵심 수치를 뺀 말뿐인 개혁안을 국회에 떠넘겼을 뿐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법으로 정부가 내세운 밸류업 프로그램도 일본이 10여년 전부터 시행해 온 것을 흉내낸 것이다. 이 ‘한국정부 판 밸류업’ 정책마저 일본같은 최소한의 강제성 없는 자율과 권고에 그쳐 무용지물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일본 정점론(Peak Japan)에 시달려온 일본은 이처럼 어려운 제도 개혁을 꾸준히 진척시켜 나가고 있다. 반면 그동안 일본을 비웃어 온 한국은 개혁 동력을 상실하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드러났듯 타협과 협치가 사라진 한국 정치가 앞으로 나아질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여소야대 상황과 정치 갈등으로 연금·노동·교육 등 제도 개혁이 공전한 지난 2년에 이어 앞으로 3년도 갈등으로 얼룩질 수 있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이제는 한국이 겪을 수 있다. 정치권과 국민이 엄중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