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라서, 일을 잘 못 한다고 주저하지 않았으면…”

“장애라서, 일을 잘 못 한다고 주저하지 않았으면…”

[인터뷰] LG전자 카페에 근무하는 정선미씨

입력 2024-04-19 06:53
바리스타 정선미씨가 지난 17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LG사이언스파크 회의실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바리스타 정선미(28)씨는 LG전자 자회사인 장애인 표준 사업장 ‘하누리’가 운영하는 카페에서 6년여간 근무하고 있다. 정씨가 가진 지적 장애는 ‘베테랑 바리스타’를 향한 열정을 꺾지 못했다. 그는 하루에 음료 2000잔 이상 팔리는 LG전자 마곡 사업장 내 카페에서 일하고 있다. 같이 근무하는 장애인 바리스타 중 맏언니인 정씨는 지난 2월 주임으로 승진했다.

지난 17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LG사이언스파크에서 만난 정씨는 ‘커피’라는 단어가 언급될 때마다 눈을 반짝였다. 7년 전 고등학교 선생님은 커피에 관심이 많은 그에게 바리스타로 일할 수 있는 하누리 입사를 권했다. 정씨는 “커피를 너무 좋아해서 월급으로 거실에 작은 홈카페까지 만들었다”고 말했다.

커피가 취미이자 특기인 정씨로선 장애인이 8시간 근무할 수 있는 하누리 카페는 선물 같은 곳이다. 정씨는 “과거 도서관에서 근무할 때는 조금만 쓰고 저금해야 했다”며 “하누리에선 예전보다 월급이 높아져 주말에는 카페를 가고, 매년 커피 전시회도 간다”고 말했다. 장애인 표준 사업장이 보통 하루 4시간 근무제인 것과 달리, 하누리는 8시간씩 일하는 정규직으로 장애인 직원을 고용한다.

정씨가 처음부터 일을 잘했던 건 아니다. 그는 “처음에는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며 “어떻게 하면 손님과 잘 소통할 수 있을지 퇴근 후 집에서도 연습했다”고 말했다. 바리스타 동료들도 큰 힘이 됐다고 한다. 하누리 카페에선 발달 장애인 바리스타 4명과 비장애인인 점장, 부점장이 함께 일한다.

정씨는 자신이 만든 음료를 받은 손님들의 “감사합니다”는 한마디를 들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그는 “항상 손님들이 커피가 맛있다고 느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씨는 하누리에서 쭉 일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조심스럽게 카페 사업이라는 또 다른 꿈도 품고 있다. 그는 “여기에서 음료 제조뿐 아니라 재료 발주, 계산하는 법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정씨는 자신과 같은 장애인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장애라서, 일을 잘 못 한다 해서 주저하지 않았으면 해요. 처음에는 못해도 괜찮으니까,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2013년 설립된 하누리는 경기도 평택 본사와 함께 서울 서부센터·중부센터, 경북 구미센터, 경남 창원센터에서 운영 중이다. 지난해 기준 장애인 247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 중 10년 이상 근무 중인 직원은 59명이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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