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매미겟돈

[한마당] 매미겟돈

이동훈 논설위원

입력 2024-04-22 00:40

우리나라에 15종가량 서식하는 매미들은 6~7년을 땅속에서 유충으로 생활하다 여름철 2~3주만 밖으로 나와 살면서 알을 낳은 뒤 죽는다. 미국 매미들은 한국 매미보다 6~10년 오래 산다. 1907년 곤충학자 C.L. 말라트는 17년 주기 매미와 13년 주기 매미 두 부류 30종이 서식한다고 가상했다. 1893년부터 1909년까지 출현한 17년 매미들에 로마 숫자 I(1)부터 XVII(17)을 할당하고 13년 매미들엔 XVIII(18)부터 XXX(30)을 부여했다. 그러나 현재는 이들 중 절반인 15종만 존재한다.

이달 말부터 13년 매미 가운데 19번(XIX)과 17년 매미 중 13번(XIII)이 동시에 출현해 최대 1000조 마리의 매미떼가 미국 본토를 공격할 것으로 예상됐다. 13과 17은 1과 자신 이외의 자연수로 나뉘지 않는 소수로 최소공배수인 221년 만에 두 부류의 매미가 출현하는 셈이다. 2000년 13년 매미의 한 종인 요술매미를 발견한 존 쿨리 코네티컷대 교수는 미국 중부와 동남부 16개 주에 걸쳐 에이커(약 4047㎡)당 평균 약 100만 마리가 뒤덮을 것이라며 ‘매미겟돈’이 될 것으로 우려했다.

2021년 6월 17년 매미 중 10번(X) 매미떼가 워싱턴DC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을 습격한 적이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첫 해외 순방에 따라나선 백악관 취재진 전세기의 엔진 외부에 달라붙어 항공기를 교체해야 했다. 당시 곤충학자들은 항공기 엔진소리를 다른 매미들이 짝짓기를 위해 내는 소음으로 착각한 것으로 추측하기도 했다. 수매미들이 한꺼번에 내는 소음은 110 데시벨로 제트기에 머리를 대고 있는 것과 같은 정도의 극심한 소음이다. 그러나 곤충학계에선 매미 떼 출현이 농작물에 큰 해를 입히지 않으면서 새들에 충분한 먹을거리를 제공하고 유전자, 곰팡이 연구 등 여러 진귀한 데이터 수집의 기회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사람들도 단백질 보충의 기회가 될 것이라면서 다만 새우 등 갑각류 해산물 알러지가 있는 이들은 주의를 당부했다.

이동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