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조합원에 ‘승진불가 D등급’… SPC 노조와해 사건

민노총 조합원에 ‘승진불가 D등급’… SPC 노조와해 사건

검찰, 허영인 그룹 회장 구속기소
제빵기사 노조에 불이익, 승진 차단
회사 압박에 560여명 노조 탈퇴

입력 2024-04-22 00:03 수정 2024-04-22 00:03
허영인 SPC그룹 회장. 연합뉴스

SPC그룹 자회사가 민주노총 소속 제빵기사들에게 인사 평가 시 사실상 승진이 불가능한 ‘D등급’을 주는 등 조직적 노조 와해 작업을 벌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현장 관리자들은 부서별 조합원 탈퇴 실적을 비교당하자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부장검사 임삼빈)는 21일 허영인 SPC 회장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하면서 이 같은 내용의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달 구속기소된 황재복 SPC 대표를 포함해 이번 수사로 SPC 전·현직 임원 등 총 18명과 자회사 PB파트너즈 법인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고용노동부 성남지청이 2022년 10월 사건을 검찰에 송치한 지 1년 6개월 만에 수사가 종결됐다.

허 회장은 지난 2018년 1월 PB파트너즈를 설립해 제빵기사를 직접 고용하고 임금 개선을 약속했다. 민주노총은 이후 사측에 사회적 합의 이행을 촉구하며 집회를 이어갔다. 허 회장은 브랜드 가치 훼손이 우려된다며 황 대표에게 민주노총 탈퇴 종용 작업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사측의 탈퇴 종용은 2021년 2월~2022년 7월 민주노총 조합원 중 570여명을 상대로 이뤄졌고, 이중 560여명이 노조에서 탈퇴했다.

PB파트너즈 측은 민주노총 조합원들에게 승진 인사 평가 시 원칙적으로 승진할 수 없는 ‘D등급’ 혹은 낮은 점수를 줬다. 탈퇴한 경우 인사 혜택을 줬다. 한 사업부장은 “강성인 애들은 승진에서 배제하라”고 지시했다. 또 다른 사업부장들은 “선입견을 갖고 낮은 점수를 줬다”, “노조 간부로 시위에 참석해 낮은 점수를 줬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2021년 5월 승진 인사에서 한국노총 조합원들은 약 30% 승진했지만,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불과 6%만 승진했다.

PB파트너즈 임원 등은 8개 사업부별로 노조 탈퇴자 현황을 취합해 황 대표에게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모 PB파트너즈 전무는 ‘민주노총 조합원이 없는 클린 사업장’을 만들자며 매월 목표 탈퇴 숫자를 정해 8개 사업부에 내려보내고 실적을 비교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사업부장은 탈퇴 성공 시 제조장에게 포상금을 지급했다. 지속적인 실적 압박에 한 제조장은 “(탈퇴 작업을) 그만하면 안되냐”고 한국노총 노조위원장에게 묻기도 했다.

이밖에 SPC그룹은 민주노총과의 노사 분쟁이 불거질 경우 한국노총 노조위원장 A씨에게 사측 입장이 반영된 인터뷰를 하게 하거나 성명서 초안 등을 제공해 발표하게 했다. A씨도 노조 탈퇴 종용에 가담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노사 갈등’을 ‘노노 갈등’으로 바꾸려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황 대표 등이 과거 허 회장 배임 혐의 수사 정보를 빼내기 위해 검찰 수사관을 매수한 범행도 밝혀냈다. 황 대표 등은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SPC 측이 빼낸 수사 정보가 허 회장까지 보고된 사실은 확인했다. 다만 뇌물 공여 과정에 허 회장이 지시·공모한 증거는 확보되지 않았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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