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희의 인사이트] 갓플렉스에서 한국교회 희망을 본다

[이명희의 인사이트] 갓플렉스에서 한국교회 희망을 본다

입력 2024-04-23 00:38

청년 복음화율 3%로 낮지만
미국 애즈버리대 부흥 이어
갓플렉스 집회에서 확인된
이 시대 청년들의 영적 갈급

삶의 위로와 진정한 가치 찾는
청년들 위해 교회가 할 일은
구태와 경직된 문화 버리고
말씀과 찬양 충만하게 해야

“고3 아들이 수업이 끝나자마자 거제도에서 버스 타고 달려가겠답니다. 혹시 7시가 좀 넘어서 도착할지 모르는데 입장을 안 시켜줄까 봐 걱정이네요. … 거제도에서 난생처음 혼자 버스 타고 지하철 타고 달려갈 아들 녀석 꼭 입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지난 4일 부산 수영로교회에서 열린 ‘갓플렉스(God Flex)’ 집회에 참석하겠다는 아들을 걱정하는 아버지가 인스타그램 와이더미션(ythemission)에 올린 글이다. 뜨거운 찬양과 설교, 연사들의 간증으로 이어진 4시간에 걸친 집회 후 더미션 홈페이지에는 2시간30분 동안 기차를 타고 내려온 경북 의성에 사는 청년의 후기도 올라왔다.

“2019년 대학을 졸업한 뒤 작년까지 대학도서관, 공공도서관, 작은 도서관에서 4년10개월간 일을 하고 쉼의 시간을 보내던 중 서울 등 수도권에서 열리는 찬양 집회에 가볼까 생각했지만, 어느 날 국민일보 더미션 사이트를 보던 중 갓플렉스의 다섯 번째 시즌 첫 집회가 부산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부산에 가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 3시간48분의 대장정! 오랜만에 오랜 시간 하나님을 예배하고 말씀과 특강, 특순 등을 통해 은혜의 빛 속에 거할 수 있었습니다. 갓플렉스 in 부산 집회를 통해 경험한 하나님의 은혜를 마음에 깊이 간직하면서 세상 속에서 은혜의 빛을 비추는 도구 역할을 감당하고 싶습니다.”

청년 복음화율은 3% 미만이다. 청년세대는 미전도종족으로 불릴 만큼 복음화율이 낮다. 거기다 부산은 불교색이 짙다. 그런 도시에서 지난해 2월 미국을 휩쓴 ‘애즈버리대 부흥’ 못지않은 청년들의 뜨거운 열망을 봤다. 1시간 내내 서서 가슴에 손을 얹고 찬양하는가 하면 눈물을 흘리며 기도하는 청년들도 있었다. 지난해 부산 포도원교회에서 열린 갓플렉스 집회 때도 청소년들이 3시간 전부터 와서 줄을 섰다. 2020년 국민일보가 청년들을 응원하고 전도하기 위해 시작한 갓플렉스는 해를 거듭하면서 전국 각지에서 갓플렉스 집회를 열어 달라는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

무엇이 이들을 끌어당겼을까. 끝없는 경쟁으로 내몰리며 숨 쉴 탈출구조차 없는 세대다.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이 어렵고 연애도, 결혼도 어렵다. 내 몸뚱아리 하나 건사하기 힘든데 이 지옥 같은 세상을 아이에게 물려주라고? 천만에. 그럴 바에야 아예 아이 낳는 걸 포기한 세대다. 그럼에도 물질로 채워지지 않는 영적 갈급함에, 깜깜한 터널 안에 홀로 갇힌 것 같은 외로움에 달려왔을 터다. 어떤 세상의 고난이 닥쳐와도, 아무리 ‘죽고 싶은’ 절망이 덮쳐도 믿음의 전신 갑주를 입은 청년들은 쓰러져도 다시 일어서고, 든든히 이기고 나갈 것이다.

미국 애즈버리대 케빈 브라운 총장은 애즈버리 부흥 1년을 되돌아보며 “이들이 보여준 영적 갈망은 기독교와 교회의 미래에 대한 희망”이라고 말했다. 2023 애즈버리 부흥의 증언을 기록한 ‘아웃포어링’의 저자 제이슨 비커스는 “예배당에 들어가려는 사람들의 긴 줄은 마치 1929년 대공황 시절 식사를 받기 위해 늘어선 줄을 연상시켰다”며 “사람들은 하나님께 목말라 있었다”고 했다.

탈기독교 시대다. 입으로만 하나님을 찾고 표리부동한 기성세대들이 청년들을 교회로부터 등 돌리게 한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 청년들이 늘어나는 교회와 줄어드는 교회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구태에 안주해 있거나 정치에 한눈파는 교회에선 청년들이 떠나가지만 변신을 시도하고 세상 속으로 들어가 영적 갈증을 채워주는 교회는 번성하고 있다. 청년들이 늘어나는 교회의 특징은 말씀과 찬양으로 충만한 교회다. 맘몬주의와 성공 지상주의가 득세하면서 1등 아니면 살아남지 못한다고 세상은 청년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라고 토닥여주는 위로와 삶의 가치를 교회에서 찾는다.

10~30대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라는 통계는 뼈아프다. 세상에 지치고 낙오됐다고 생각한 이들이 더 이상 의지할 곳이 없는 막막함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이들을 보듬어주고 살아가야 할 용기를 주는 게 교회가 할 일이다. 목회자들의 일탈, 투명하지 않은 재정 운영, 경직된 교회 문화, 헌금함을 예배시간에 돌리는 일 등이 젊은층이나 초신자들이 교회로 오는 것을 막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짚어봐야 한다.

이명희 종교국장 mheel@kmib.co.kr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