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소금] 기적은 끝나지 않았다

[빛과 소금] 기적은 끝나지 않았다

박재찬 종교부장

입력 2024-04-27 00:36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가 최근 ‘한국의 경제 기적은 끝났는가’라는 제목으로 기획기사를 보도했다. FT가 분석한 우리 경제의 취약점을 보면 한국교회가 처한 현실과 닮은 점이 적지 않다. FT는 값싼 노동력에 의존한 국가주도 성장 모델이 한계에 봉착했다고 지적했다. 대·중소기업 간 격차 심화와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위기, 지지부진한 제도 개혁도 거론했다.

노동력을 신자 수로 바꿔 적용해 보면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는 동안 교계에선 신자 수를 잣대로 삼은 양적 성장을 지향하는 부흥·성장 모델이 자취를 감췄다. 대·중소기업 간 격차는 대·중소교회 간 격차 심화로도 연결지을 수 있다. 팬데믹 이후 개척·미자립교회들이 대거 문을 닫으면서 신자들의 큰 교회 쏠림현상이 두드러졌다. 자녀의 신앙교육이나 예배, 각종 교회공동체 활동 등의 편의성, 신앙 성장을 위한 커리큘럼 등 질적 차원에서도 작은 교회보다는 큰 교회의 매력을 거부하기 힘든 현실이다.

저출산 인구 위기는 한국교회에도 직격탄이다. 인구 절대감소는 곧 신자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정부의 미진한 법·제도 개혁을 빗대자면 한국교회 차원에서 일부 교단의 여성 목사 안수 도입이 지지부진하고 노회나 총회의 유명무실한 재판국 기능의 개혁이 지지부진한 측면과 퍽 닮았다.

리더십 분열을 지적한 대목도 와닿는다. FT는 “좌파가 장악한 입법부와 인기 없는 보수 대통령의 행정부로 쪼개지면서 3년 넘게 정국의 교착상태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교계도 소위 광화문 극우부터 정권 탄핵을 주장하는 극좌에 이르기까지 기독교 정신을 내세운 양극단의 정치 세력이 교계를 갈라놓고 있다. 사분오열에도 이를 중재하고 힘을 한데 모으려는 교계 원로가 보이지 않는다. 개교회와 교단의 각개약진이 통합의 리더십을 약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여기에다 다음 달 개원하는 22대 국회가 여소야대 국면으로 또 재편되면서 반기독교적 제·개정 법안 등의 입법 시도에 대한 우려가 벌써 제기되고 있다. 한국 경제의 취약성을 두고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FT 기사에서 “한국인의 DNA에 역동성이 있다. 기적은 끝나지 않았다”고 했다. 경제 재부흥을 기대해볼 만하다는 말처럼 들린다.

교계에서도 ‘부흥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분위기를 독려하고 있다. 한국기독교 선교 140주년을 맞은 올해가 더욱 그렇다. 또 1974년 열렸던 기독교 부흥대성회 ‘엑스플로74’ 50주년을 맞아 부흥의 재점화를 다짐하는 이들도 눈에 띈다.

전문가들은 무한경쟁 체제 속에서 ‘일류’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초일류’를 강조하거나 인공지능(AI)을 주축으로 한 4차 산업혁명 사회에선 창조적 선도자 ‘패스트 무버(Fast mover)’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한국교회의 재부흥을 향한 대안과 해법이 한국 경제에 대한 그것과 같을 순 없다. 기독교 신앙은 시류나 상황 논리로 카멜레온처럼 변하거나 바뀌는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본질을 지켜나갈 때 그 가치가 선명해진다. 마치 위조지폐를 가려내는 감별사가 진짜 지폐에 대한 관찰과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위기는 기회라고도 하지만 가짜들의 전성시대가 될 수 있다. 불안하고 어지러운 마음을 미혹하는 거짓 영성이 교묘하게 파고들 수 있다. 이럴 때일수록 진리를 품고 지키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성경과 건강한 교회공동체를 가까이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리고 그런 길을 안내하는 동반자가 있으면 금상첨화다.

국민일보와 기독교섹션 더미션은 36년 된 크리스천들의 동반자다. 세상 풍속과 다르게 살아가고자 분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365일 영의 양식을 공급받을 수 있는 콘텐츠와 국내외 기독교 소식이 풍성하다. 세상 한복판에서 세상을 거스르는 기적의 이야기들이 멈추지 않는 한 기적은 끝나지 않는다.

박재찬 종교부장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