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냇물 따라 싱그러운 초록의 유혹

시냇물 따라 싱그러운 초록의 유혹

소소한 풍경과 옛 이야기 펼쳐놓는 충북 청주 미원천

입력 2024-05-02 06:03
충북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 옥화구곡의 하이라이트인 옥화대 일대를 흐르는 미원천이 하트 모양 물길을 그려내고 있다.

신록의 계절 5월이다. 사방이 초록 물결로 아름다움을 더한다. 푸르른 싱그러움에 봄 향기와 바람이 어디론가 떠나고 싶게 만든다. 충북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은 어떨까.

미원 사람들이 부르는 미원의 옛 이름은 ‘쌀안’이다. 여기에 옛이야기가 전해진다. 오래전 가뭄으로 나라 전체에 흉년이 들었을 때 미원에서는 쌀농사가 잘 돼 집집마다 배를 곯지 않고 쌀밥을 해 먹었다고 해서 쌀마을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쌀마을이 쌀안이 되고 한자로 옮기면서 미원(米院)이라는 이름을 쓰게 된 것이다.

미원면에 미원천이 흐른다. 물줄기는 청주시 청원구 내수읍과 미원면의 경계에 솟은 구녀산에서 시작된다. 구녀산 북쪽 산비탈에 떨어진 빗방울은 금강이 되고 남쪽 산비탈에 떨어진 빗방울은 한강이 된다는 말이 있다. 이후 달천과 몸을 섞어 남한강으로 흘러든다.

미원천의 흐르는 물길 따라 펼쳐지는 아홉 가지 풍경 하나하나에 옛사람은 이름을 붙였다. 옥화구경. 조선 중기의 학자 이득윤(1553~1630)이 낙향한 뒤 1곡부터 9곡까지 설정했다고 한다.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는 압도적인 절경은 없지만 그곳에 든 사람을 푸근하게 감싸주는 소소한 풍경과 이야기가 마음에 차곡차곡 쌓인다.

청석굴의 신비는 선사시대로 흐르고 용이 살았다는 용소는 손거울처럼 맑다. 천경대는 달빛과 사람의 마음마저 비추고 옥화대는 여행객들을 시심에 젖게 한다. 금관숲은 천년 신비로 가득하다. 가마소뿔은 신화에 젖고 물살에 젖는다. 금봉과 신선봉, 박대소엔 전설이 지난다.

구석기 유물이 발견되고 황금박쥐가 서식하는 청석굴은 요즘 사진 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제1경은 청석굴이다. 운암리 일대를 휘감아 도는 미원천 옆 암벽에 자리한 바위굴이다. 자연동굴인 청석굴은 입구는 넓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사람 한 명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다. 굴의 길이는 약 60m로 알려졌다. 찍개와 긁개, 주먹대패 등 구석기시대 유물이 대량으로 발견되면서 선사시대 사람들의 생활터전임이 밝혀졌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황금박쥐 서식지로도 관심이다. 요즘엔 인증사진 명소로 이용되고 있다. 굴 안에서 바깥쪽으로 찍으면 제법 근사한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청석굴 옆 계단을 따라 오르면 절벽 꼭대기에 전망대가 마련돼 있다. 절벽 아래로 굽이쳐 흐르는 미원천과 그 너머로 시원하게 펼쳐진 들판이 절경이다.

용틀임하듯 뒤틀린 암반이 이색적인 용소.

2경 용소는 수심이 가장 깊고 물살도 센 곳이다. 하천 옆 용틀임하듯 뒤틀린 퇴적 암반층이 눈길을 잡는다. 오랜 시간을 품고 있을 바위가 태극문양처럼 둥근 곡선을 그리며 작은 봉우리를 형성했다. 3경은 천경대다. 하늘 비추는 거울 같다고 해서 이름을 얻은 이곳은 물에 달빛을 머금는다. 주변 하천은 지역 주민과 피서객이 여름철 물놀이장으로 이용하고 있다.

4경은 옥화구곡의 하이라이트 ‘옥화대’다. 달천 절벽 위 만경정, 추월정, 세심정을 품는다. 추월정은 옛사람들이 달을 맞이했다던 곳이고, 세심정은 달천의 흐르는 물을 보며 스스로 마음을 씻었다는 곳이다. 강 언덕 마을 입구 느티나무가 우뚝한 숲속으로 옮겨가면 세 개의 정자가 고즈넉하게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서 달천은 S자형을 연이어 가며 하트 모양을 그린다.

5경은 금봉이다. 달천 물줄기가 크게 휘어지며 만들어진 표주박 형태의 산봉우리다. 봉우리 아래 하천 절벽을 따라 목재 데크가 놓여 있다. 굽이쳐 흐르는 달천을 3.5㎞ 정도 따라가면 6경 금관 숲이다. 아름드리 떡갈나무와 신갈나무가 일정한 간격으로 자리 잡고 있다. 짙은 나무 그늘에 캠핑장이 조성돼 있다.

이어 7경 가마소뿔엔 애잔한 전설이 내려온다. 막 혼례를 마친 신랑신부가 초례청에서 나와 물을 건너는데, 신부가 탄 가마가 물 깊은 웅덩이에 빠졌다. 신랑은 신부를 구하러 물에 뛰어들었지만 끝내 신랑신부는 물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슬픈 전설을 품고 흐르는 달천은 어암2리에서 여울을 만난다. 이곳 냇가에서 8경 신선봉이 보인다. 9경 박대소는 옥화구곡의 마지막 풍경이다. 차 한 대 간신히 다닐 수 있는 비포장 좁은 길을 한참 달려야 만날 수 있을 정도로 외진 곳에 있다.

청석굴과 미원면소재지 사이 미동산 골짜기에 미동산수목원이 있다. 미동산 일대 311만4000여㎡에 정이품송 후계목 등 나무 487종 9만6824그루, 풀·꽃 1106종 21만6756포기 등이 자라는 산림 보물 창고다. 산림과학박물관과 산림환경생태관, 난대식물원, 다육식물원 등 전시 겸 연구용 식물원도 보유하고 있다.

최근 물방울 모양 생태관찰대가 조성된 미동산수목원 상록담 분수에 무지개가 서려 있다.

최근 수목원 내 상록담 주변에 자연환경 생태탐방로가 새로 들어섰다. 물방울 모양의 생태관찰대는 높이 15m 규모로 수목원 수변공간을 상층부에서 조망할 수 있다. 천연목재를 사용한 데크로드는 생태관찰대와 이어지는 길이 243m의 보행로다.

생태탐방로는 수목원 기존 숲길과 연결한 노선 길이 630m로 수목, 곤충 등 산림 생태의 근접 관찰할 수 있다. 연못을 지나서 습지원까지 쭉 울창한 메타세쿼이아 숲길을 걷게 된다.

여행메모
미동산수목원 주차·입장 무료
초정 약수·행궁, 운보의 집…

수도권에서 승용차로 충북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으로 간다면 중부고속도로 증평나들목이나 오창나들목을 이용하는 것이 편하다. 미동산수목원의 주차료와 입장료는 없다. 성인 2500원, 청소년 2000원, 어린이 1500원을 받다가 지난해 2월 입장료를 폐지했다.

미동산수목원 산책로는 등산로(8.6㎞), 임도(8㎞), 탐방로(1.5㎞), 황톳길(1.7㎞) 등 코스별로 나누어져 있어 취향에 따라 트레킹힐 수 있다. 미동산 숲속에선 국악·클래식 연주, 마술 공연 등 ‘숲속 버스킹’도 펼쳐진다. 옥화자연휴양림은 강수욕장과 야외수영장을 갖추고 있다.

미원면에서 멀지 않은 곳에 세계 3대 광천수의 하나인 초정약수와 초정행궁, 고 김기창 화백이 노후에 작품 활동을 하던 운보의 집 등 명소가 여럿 있다.





청주=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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