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명 증원” 제안 의사들 좌표찍기·신상털이 ‘곤욕’

“3000명 증원” 제안 의사들 좌표찍기·신상털이 ‘곤욕’

SNS에 이름·소속 병원명 등 올려
“욕설·비난… 공공의 적 됐다” 호소
전의교협, 韓 총리등 공수처 고발

입력 2024-05-15 01:02
한 병원 내원객이 14일 서울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외투를 담요처럼 덮고 소파에 기대 휴식을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사들한테 ‘공공의 적’이 됐습니다. 신상을 털기 시작하고 듣도 보도 못한 욕을 하는데 한두 명이 아니라 대처할 수도 없어요.”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 관련 논의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회의록 공개 이후 의사들로부터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은 자신의 SNS에 아예 특정 위원이 소속된 병원명을 올리는 등 ‘좌표 찍기’에까지 나섰다.

14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위원회에 참석했던 한 위원은 회의록 공개 직후 의사들로부터 욕설과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 해당 위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회의록 때문에 의사들로부터 공격이 심하다”며 “앞서 여러 정책 이야기를 했고 ‘의사가 부족하니까 힘들다’는 이야기를 한 것인데, 다른 내용은 다 없어지고 특정 발언만 갖고 문제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곤란해져서 앞으로 아무 말도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임 회장은 전날 의료계가 공개한 보정심 회의록 발언 중 ‘3000명 증원’을 언급한 대한종합병원협의회를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SNS에 소속 위원과 병원명을 직접 거론하며 ‘해당 병원의 의료법,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법, 의료사고, 근로기준법 위반, 조세포탈, 리베이트 등 사례를 의협에 제보해달라’는 글을 올렸다. 댓글에는 해당 병원장에 대한 의사들의 비난이 줄줄이 달렸다.

정부는 회의록 발언자에 대한 비난을 중단해달라고 요청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에서 “의사단체가 단체 내부의 생각과 다르다는 이유로 상대방을 압박·공격하는 일부 관행은 즉시 중단돼야 한다”고 밝혔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과거에도 의대 증원처럼 소신 발언을 했던 의사들이 공격을 받고 물러섰던 사례가 있다”며 “의료계에서 신상털기와 비난이 계속되면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의사들이 많아진 것이고, 정말 비정상적으로 돼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료계는 연일 고소·고발도 이어가고 있다. 앞서 임 회장은 의대 증원에 찬성 목소리를 내왔던 조승연 인천의료원장(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장)에 대해 “수술실에서 무자격자에게 의사 업무를 시켜왔다”며 의료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또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소송대리인인 이병철 변호사는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와 박 차관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업무방해, 허위사실 유포 등의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의료계 고소·고발은 50건을 넘어섰다.

김유나 차민주 기자 spr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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