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건국기념일 행사 축소에 곳곳 시위

이스라엘 건국기념일 행사 축소에 곳곳 시위

전쟁 관련 불만에 침울한 분위기
캠벨 “9·11 이후 美 상황과 비슷”

입력 2024-05-15 01:24
한 군인이 13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남부 레임 키부츠 인근 축제장에서 지난해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사망한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하마스와 8개월째 전쟁을 이어가고 있는 이스라엘이 14일(현지시간) 제76주년 건국기념일을 맞았다. 사상 처음으로 공식 행사인 ‘횃불 점화’ 의식이 사전 녹화로 진행됐고, 일부 도시에서는 반정부 시위대가 항의의 의미로 횃불 소화 시위를 벌였다.

현지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이날 “개전 이후 처음으로 맞은 건국기념일 행사가 전반적으로 침울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생중계로 진행하던 예루살렘 국립묘지 횃불 점화 의식은 올해 녹화방송으로 전환됐고, 관련 행사들도 취소되거나 대폭 축소됐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사전 녹화된 영상 담화에서 “올해는 보통의 건국기념일이 아니다. 전쟁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며 “가자지구에 억류된 인질들을 가족의 품에 돌려보내고, 전쟁의 영향으로 고향을 떠나야 했던 수만명이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텔아비브 등에서는 네타냐후 총리의 퇴진과 인질 석방, 휴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빈야미나에선 정부가 주최하는 횃불 점화 의식과 정반대로 횃불 소화 행사가 진행됐다. 시위대는 “전쟁을 막지 못하고, 가자지구에 억류된 인질 132명을 석방시키지 못하는 정부는 건국기념일 행사를 주재할 수 없다”며 정부를 비판했다.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공습으로 가족을 잃은 한 남성은 “정부 지도자들은 즉시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이스라엘이 하마스와의 전쟁에서 압도적이고 완전한 승리를 거두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캠벨 부장관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청소년 서밋’에서 진행한 강연에서 “이스라엘의 상황은 9·11테러 이후 미국이 처했던 상황과 비슷하다”며 “(아프가니스탄에서) 민간인들이 살던 곳에서 떠난 뒤에도 폭력과 반란이 계속됐다”고 말했다. 미국이 아프간 전쟁 이후 20년 가까이 현지에 주둔했지만 2021년 탈레반의 재집권으로 결국 철군했던 것과 비슷한 일이 이스라엘에 일어날 수 있다는 경고로 해석된다. 캠벨 부장관은 또 “나는 정치적 해법이 더 시도돼야 한다고 본다”며 “그런 측면에서 과거와 다른 점은 팔레스타인의 권리가 더 존중되는 정치적 해법을 향해 움직이길 많은 나라가 원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외교라인 핵심 인사의 이 같은 발언은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 공격을 놓고 이스라엘과 미국 사이의 이견이 커진 상황에서 나왔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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