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하나님이 진짜 우리의 아버지시다

[오늘의 설교] 하나님이 진짜 우리의 아버지시다

창세기 22장 1절~19절

입력 2024-05-18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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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라함은 형편없는 아버지였습니다. 한 아들은 광야로 보냈고 또 한 아들은 칼로 찌르려 했습니다. 둘 다 충격적인 모습이고 어떤 기준을 들이대든 그는 아버지로서 부적격이었습니다. 그런 아브라함이 아버지의 아버지, 믿음의 조상이 됐습니다. 그 이유를 무엇에서 찾을 수 있을까요.

아내는 타지에서 근무하고 저는 세 아이를 기르는 아빠로서, 이따금 형편없는 아버지라고 느낍니다. 별것 아닌 일에 버럭 소리를 지르고 아이들 행동을 교정한답시고 윽박지르고, 때로는 화를 내기도 합니다. 자녀를 노엽게 하지 말라는 말씀을 거슬러 살곤 하지요.

그렇지만 아이들은 사랑을 잃지 않고, 저를 향해 사랑을 표현합니다. 하늘에서 오는 사랑 앞에서처럼, 저는 아이들의 사랑 앞에서 사랑받을 자격 없는 자라고 느낍니다. 이 형편없는 사람이 아버지가 되는 것은 이 아이들 안에 생명을 불어넣어 주시는 하늘 아버지의 은총에 의해서입니다.

아브라함이 존경받을 만한 아버지로서 한 행동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는 단지 형편없는 자신이 아닌 진짜 아버지께서 드러나시도록 옆으로 비켜섰을 뿐입니다. 이스마엘이 만나야 할 진짜 아버지는, 아브라함이 그를 버린 광야에 있었습니다. 하나님은 이스마엘의 이름대로 그의 목소리를 들어주셨습니다. 아마도 아브라함은 자신이 아버지의 집을 떠나 지나왔던 광야 길에서 진짜 아버지를 만났듯이 이스마엘도 그 광야에서 진짜 아버지를 만날 것이라 믿었을 것입니다.

“하나님이 그에게 일러 주신 곳에 이른지라 이에 아브라함이 그곳에 제단을 쌓고 나무를 벌여 놓고 그의 아들 이삭을 결박하여 제단 나무 위에 놓고 손을 내밀어 칼을 잡고 그 아들을 잡으려 하니.”(창 22:9~10) 아브라함은 제단에 놓인 이삭 위로 칼을 들었습니다. 칼을 든 순간 아브라함은 수많은 적의 칼을 지나왔음을 떠올렸을 것입니다. 칼 앞에서 자신을 지켜주셨던 아버지께서 이 순간, 이삭 역시 지켜주시라고 간절히 기도했을 것입니다. 멈춰 세우시는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 아브라함은 칼을 떨어뜨리고 주저앉아 웃음이라는 이름의 아들 이삭을 부둥켜안고 울었을 것입니다.

아이들과 우리가 만나는 세상은 광야와 칼입니다. 인간 아버지가 지켜줄 수 없는 공간이지요. 제가 있는 손원일선교센터에 거주하는 군에서 청춘을 희생하는 청년들이 만나는 세상도 그러합니다. 센터의 목사로서 저는 그들이 서 있는 함정과 부대에 함께 있어 줄 수 없습니다. 그들이 지친 모습으로 센터로 돌아온 다음에야 어깨를 두드려 줄 수 있을 따름입니다. 결정적인 순간에 목사는 함께 있을 수 없고, 오직 주님만이 그들의 진정한 목자가 되십니다. 내가 아버지로서 할 수 있는 궁극은 진짜 아버지가 드러나시도록, 목사로서 할 수 있는 궁극은 진정한 목자가 드러나시도록, 저 십자가가 가려지지 않게 비켜서는 일입니다.

예수님은 십자가 위에서 이 땅의 모든 아들을 대신해,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습니까”라며 절규했습니다. “아버지 왜, 나를 이렇게 버려두셨습니까”라고 외치는 모든 자녀의 탄식이, 그들 모두의 짐을 짊어진 그분 입에서 터져 나왔습니다. 하지만 마가는 예수께서 버림받음, 즉 광야와 칼을 통과하면서 진정 하나님의 아들 되심이 드러났다고, 백인대장의 고백을 통해서 전하고 있습니다. 내가 버려진 곳에서, 하나님은 우리의 아버지가 되십니다. 십자가에서 하나님이 정말 우리의 아버지심이 드러났습니다.

조윤 목사(손원일선교센터)

◇손원일선교센터는 경남 진해에 있으며 해군선교를 위해, 현역 해군 장교와 부사관으로 근무하는 청년들이 함께 살며 공동체 훈련을 하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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